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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매운동’ 외침 속 롯데의 국적 논란
‘일본 불매운동’ 외침 속 롯데의 국적 논란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9.08.0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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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은 일본에 있지만 매출은 한국서 발생…논란 자초한 부분 있어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아베의 공습으로 촉발된 한일 경제전쟁으로 국민적 일본 불매운동이 퍼지면서 본의 아니게 ‘피’를 보는 기업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기업이 롯데로, 불매운동 홍보 사이트 '노노재팬'에는 롯데를 비롯해 롯데가 지분을 투자한 유니클로·무인양품·세븐일레븐·아사히맥주 등이 줄줄이 불매운동 리스트에 올라 있다.

지배구조 상 일본 회사?

논란의 초점은 롯데가 어느 나라 기업이냐는 것이다. 롯데를 한국기업이 아닌 일본기업이라 부르는 사람들은 그 근거로 롯데그룹 지배구조를 든다. 지배구조 상 정점에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광윤사,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LSI) 등이 있는데, 해당 법인의 근거지가 모두 일본이기 때문이다.

지배구조로 보면 광윤사는 롯데홀딩스를, 롯데홀딩스와 LSI는 한국의 롯데지주와 롯데호텔을 가진 구조다. 호텔롯데는 사실상 100% 일본 지분의 회사이며 롯데지주의 지분을 11.7%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국내 롯데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지배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지주 회장.<뉴시스>

그렇다면 지분 구조상 롯데는 정말 일본기업일까. 분명 이견의 여지는 있다. 호텔롯데의 경우 지배구조로 따진다면 일본기업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롯데지주의 경우 지분 구조상 누가 주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세부적으로 보면, 롯데지주의 대주주는 신동빈 회장이지만 이밖에 호텔롯데(11.1%)와 롯데그룹 계열사,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신격호 명예회장 등 신씨 오너일가가 지분을 갖고 있지만 누구도 과반 지분이 없다. 롯데지주를 일본기업으로 단정 짓기 어려운 이유다.

더군다나 현재 롯데지주는 호텔롯데의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이 경우 일본 지분율이 희석되는데, 롯데지주는 이 비율을 50% 밑으로 내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같은 계획이 실현되면 두 회사는 사실상 일본 지분을 가진 국내 소재 기업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진다.

매출과 고용은 한국에서 생겨

불매운동 리스트에 오른 롯데의 합작회사들은 어떨까. 유니클로의 한국법인 FRL코리아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 51%, 롯데쇼핑 49%의 지분을 보유했다. 무인양품의 합작 한국법인 무인코리아의 지분은 일본 양품계획 60%, 롯데상사 40%로 나뉘어져 있다. 아사히맥주를 파는 롯데아사히주류는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와 롯데칠성음료가 각각 50%씩 양분한 상태다.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한 시민이 일본 제품 불매 동참을
호소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뉴시스>

그러면 일본기업이 지분을 가진 이들 회사는 일본기업일까.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2344억원을 거뒀는데 이 가운데 573억원을 정부에 법인세로 납부했다. 이는 한국 내에 법인을 두고 사업을 벌이고 있는 만큼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기준 이 기업에서 창출된 고용 인구는 5403명이었는데, 이는 대부분 한국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 배당금은 947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51%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으로, 49%는 롯데쇼핑으로 귀속됐다. 롯데쇼핑의 대주주는 롯데지주(38.8%)와 특수관계인(총 60.67%)이며, 상장사인 만큼 개인 지분도 적지 않으리라고 보인다. 심지어 국민연금의 지분도 5.0% 들어가 있어 국민이 주주라 볼 수도 있다.

한국과 일본 법인 전체로 바꿔도 롯데가 일본기업인지는 의문이다. 2017년 한국롯데의 국내 매출은 96조5000억원이었는데 일본 매출은 단 4조원에 불과했다. 전체 고용인원은 13만명에 달하며 간접적인 고용창출까지 합치면 20만~30만명이 될 것이란 추산이다.

롯데의 일본회사 논란은 기업의 국적을 어떤 식으로 정의해야 하느냐는 근본적 질문에 이르게 된다. 전 세계가 개방 경제화되는 상황에선 국내에서 탄생해 사업을 벌이는 기업일지라도 외국 지분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외국에서 탄생한 기업이라도 국내에서 상당액의 매출이 발생하는 일도 생긴다.

일례로 국내에서 탄생한 신한금융과 KB금융, 하나금융의 외국인 지분은 60~70%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네이버의 외국인 지분도 50%를 웃돌아 지분만으로 국내 기업으로 보기 어려운 상태다. 기업의 국적을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논란 자초한 롯데...부정적 시각 불식 해소해야

문제는 롯데가 일본기업을 자처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총수 일가의 국적 논란으로,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동빈·신동주 형제는 국적을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꿨음에도 끊임없이 일본인 논란에 휩싸여 왔다. 두 형제가 일본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한국어가 어눌하다는 점 또한 이 같은 논란에 한몫했다.

전범 기업과의 지분 합작도 문제시되는 부분이다. 롯데케미칼이 손잡은 미쓰비시, 우베흥산, 미쓰이화학은 2012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발표한 전범기업이다.

일본 제품 정보와 대체품을 알려주는 '노노재팬' 홈페이지
최상단에 롯데가 위치해 있다.<노노재팬 홈페이지 캡쳐>

롯데케미칼과 롯데MCC를 합작한 미쓰비시케미칼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과 한국에서 5곳의 작업장을 운영하며 조선인 강제 동원에 관여한 혐의로 전범기업으로 분류됐다. 우베흥산과 미쓰이화학은 각각 시멘트 공장과 탄광을 운영하며 조선인을 강제 착출한 기업으로 지정된 바 있다.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롯데 임원들은 이 같은 논란에 침묵하고 있다. 지난 16일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신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답하지 않았다. 신 회장은 2015년 '왕자의 난' 때도 기자회견을 통해 롯데가 한국기업이라 말했지만, 이 또한 어눌한 말투로 인해 줄곧 조롱수준으로만 받아들여진 상태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롯데에 대한 평판은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롯데 말고 토종기업이 그 부족분을 채우면 될 것”이라며 롯데 퇴출을 외쳤다. 또 다른 네티즌은 “롯데는 일본 제품의 한국 유통 대리점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이 부분을 개선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롯데가 곱씹어 봐야할 대목이다.

 

atom@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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