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굴지 일본 車부품업체들 한국서 10년간 담합했다
세계 굴지 일본 車부품업체들 한국서 10년간 담합했다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08.0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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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덴소·미쓰비시전기 등 담합행위 적발...92억원 과징금 부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관계자들이 지난 7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미쓰비시 상사 앞에서 열린 '강제징용 사과 안하는 일본 및 전범기업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관계자들이 지난 7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미쓰비시 상사 앞에서 열린 '강제징용 사과 안하는 일본 및 전범기업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본의 자동차부품기업 4개 회사에 대해 국내 완성차업체들을 대상으로 얼터네이터와 점화코일을 판매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담합행위를 벌인 사실을 적발해 총 9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쓰비시엘렉트릭 코퍼레이션(미쓰비시전기) ▲히타치오토모티브시스템즈 주식회사(히타치) ▲덴소코퍼레이션(덴소) 다이아몬드전기 ▲주식회사(다이아몬드전기) 등으로 글로벌 자동차부품 시장 상위권에 속하는 굴지의 기업들이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고 담합에 주도적 역할을 한 미쓰비시전기와 히타치는 검찰에 고발했다. 특히 이들은 미국, 유럽연합, 캐나다 등 세계 완성차업체 등을 상대로 치졸한 행위를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 속 일본 기업의 저열한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미쓰비시전기·히타치·덴소 등은 자동차 엔진 구동으로 전력을 생산한 후 각종 전기장비(헤드라이트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얼터네이터(alternator)를 국내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면서 납품 거래처 나눠 먹기를 사전에 합의했다. 완성차업체에서 견적을 요청하면 거래처 분할 합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견적요청서를 받은 업체의 영업실무자들이 모여 견적가격 등을 협의한 것이다. 가령 입찰에서 히타치가 미쓰비시전기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 미쓰비시전기가 공급자로 선정되도록 조작하는 방식이다.

자동차 배터리의 저전압 전력을 고전압으로 승압시켜 점화플러그에 공급하는 자동차용 변압기인 점화코일(Ignition Coil)을 공급할 때는 덴소의 기득권을 존중하기로 합의하고 사전 회의를 거쳐 다이아몬드전기는 입찰을 포기하고 미쓰비시전기는 덴소보다 높은 입찰가를 제출했다. 이러한 담합행위는 2004년부터 2014년 말까지 10년에 걸쳐 이러한 행위를 지속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쟁으로 배 불린 전범 기업이라 도덕성 없나!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덴소는 세계 얼터네이터 시장에서 2만4805개(점유율 28.9%)를 판매하며 1위를 기록했다. 미쓰비시전기는 당시 1만2303개를 판매해 3위를 기록했다. 특히 덴소는 일본 1위 도요타자동차그룹의 계열사로 각종 자동차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세계 점화코일 시장은 2016년 기준으로 수량은 약 2억3800만 개로 덴소가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서 23.8%, 다이아몬드전기가 2위로서 22.4%, 미쓰비시전기가 5위로 7.8%를 차지하고 있다.

2017년 OEM 납품 매출액 기준으로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가 발표한 ‘Top 100 Global Suppliers’에 따르면 덴소는 407억8200만 달러로 전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현대모비스는 249억8400만 달러로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렇게 세계적인 지위를 확보한 일본 기업들이 담합을 벌인 이유는 무엇일까. 닛산자동차는 1999년 도산 위기에서 프랑스 자동차그룹 르노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했다. 르노가 닛산의 지분 44%를 인수하고 2002년 닛산이 르노 지분 15%를 사는 방식으로 일종의 연대 회사가 탄생했다. 닛산은 미쓰비시 자동차에 다시 34%를 투자함으로써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가 탄생하게 됐다. 한 차례 위기를 겪은 뒤 생긴 트라우마로 인해 일본 기업들은 세계 시장을 자기들끼리 나눠먹기 하기로 마음먹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

이번 일본 글로벌 자동차부품사들의 담합에 대해 일각에서는 독일과 같은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조바심에서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때 경제 대국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거품이 많이 꺼진 일본 경제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도 아베 정권의 경제, 즉 아베노믹스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고 한다. 지난 6년여의 지표들을 종합해 볼 때 실업률 제로(0)라는 것 이외에는 내세울 게 없다는 것이다. 엔화 가격이 오르면서 대기업 중심으로 수출은 늘었으나 실질성장률은 1.2% 정도 성장에 그쳤고 가계소득은 0.6% 정도 성장인데 소비세와 물가는 그 범위를 초과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소비는 늘지 않고 성장은 정체되며 저성장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 공정위에 적발된 기업들은 대부분 전범 기업 계열사거나 1·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성장한 기업들이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는 미국에 군수물자를 제공하면서 급성장했다. 전쟁으로 성장한 일본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아베 정권이 나서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헌법을 개헌하기 위해 한국에 말도 안 되는 경제보복을 가하며 일본 보수층 결집을 노리는 중이다.

글로벌 상위 수준의 일본 기업들이 담합 행위를 자행한 것은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맥락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영광에 얽매여 스스로 함정을 파고 있는 격으로 결코 미래를 위해 좋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아베 정권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