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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 자석 패러다임 바꾸는 한승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부교수
초전도 자석 패러다임 바꾸는 한승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부교수
  • 이경원 기자
  • 승인 2019.08.01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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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미세혈관까지 잡아내는 MRI 만든다

 

한승용 서울대 부교수.<이경원>

우리나라 경제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에서 실리콘을 기반으로 한 전자소자의 등장은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다. 최근 제조업의 근간을 바꾸는 원천기술 중 하나인 고자기장 발생 기술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한승용 교수팀이 최근 미국 국립고자기장연구소(NHMFL)와 공동으로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을 이용해 직류 자기장 세계 최고 기록을 달성한 것. 이는 지난 30여 년 간 초전도 자석의 한계로 지목됐던 안전성·경제성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업계에서는 초고자기장 발생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7월 2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신공학관에서 만난 한승용 전기·정보공학부 1부교수는 “고에너지 밀도 초전도 기술의 도입에 따른 전력기기의 소형화는 제조업의 근간을 바꾸고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는 원천기술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며 “고자기장 응용 분야에서는 기존의 기술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초고자기장 자석의 구현을 가능하게 해 의료·환경·수송·군사 등 다양한 관련 산업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한승용 교수팀이 최근 미국 국립고자기장연구소(NHMFL)와 공동으로 45.5 T 직류 자기장 세계기록을 달성한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한승용>

-‘고에너지밀도 초전도 전력기기 설계 및 계통 해석 기술’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이용되고 있는 전력기기는 대부분 구리 혹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상전도’ 도체를 이용해 제작돼 보통 상전도 전력기기라고 불립니다. 초전도 전력기기는 초전도 선을 이용해 일반 상전도 기기에 비해 100배 이상의 전류를 흘릴 수 있고 나아가 초전도체가 갖는 전기저항이 없는 특성으로 인해 에너지 밀도가 월등히 높으면서도 효율적인 전력기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이러한 초전도 전력기기를 설계하고 나아가 기존의 전력계통에서 활용되는 경우 그 효과를 예측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고에너지밀도 초전도 전력기기가 주로 사용되는 분야는요?

“고에너지밀도 초전도 전력기기는 크게 대전력 분야와 고자기장 분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대전력 분야에는 대표적으로 대전력 전송 케이블, 사고전류 제한을 위한 한류기, 에너지 저장장치, 풍력 발전기 등이 있습니다. 고자기장 분야에는 의료 진단용 MRI, 핵융합용 토카막 자석, 신약 개발을 위한 단백질 분석장비, 암치료용 가속기, 환경 개선을 위한 자기 분리 장비, 고효율 저소음 전기 추진, 하이퍼루프 등 자기 부상 열차, EMP 전자 폭탄 등이 있습니다.”

-그간 고에너지밀도 자석 응용 연구에서 최대 난제는 무엇이었나요?

“1986년 고온 초전도체가 처음 발견된 이후 지난 30여 년간 고에너지 밀도를 갖는 고온 초전도 자석에 관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매우 높은 에너지 밀도로 운전 되는 고온 초전도 자석은 순간적으로 초전도 특성이 사라지는 ‘퀜치(Quench)’ 사고 시, 초전도 자석에 대한 보호가 매우 어려워 초전도 자석의 온도가 급상승 하며 타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최근 20여 년간 고온 초전도 자석의 연구는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초전도 자석을 보호하는 ‘퀜치 보호 기술’에 집중돼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실질적인 대안을 찾기 어려워 고온 초전도 자석의 실용화에 있어 최대 난제로 꼽혔습니다.”

-초전도 전력기기를 고에너지밀도와 초소형으로 설계를 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요?

“최근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이를 위한 전력 소비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지난 10년간 연평균 증가율 3%), 이에 따라 요구되는 전력기기의 용량 및 크기도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는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공간 비용 문제, 지역 주민의 수용성 문제 등 다양한 현실적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고에너지 밀도 초전도 기술 도입에 따른 전력기기의 소형화는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고자기장 응용 분야에서는 자석의 크기가 지나치게 커짐으로써 기존의 기술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초고자기장 자석의 구현을 가능케 해 의료·진단·환경·수송·군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교수님께서 중점적으로 연구하신 것은 무엇인가요?

“제가 2010년 미국 MIT에서 일할 때, 고온 초전도 자석에서 ‘전기 절연’을 의도적으로 제거하는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No-insulation high temperature superonductor magnet)’ 기술을 처음으로 제안했습니다.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의 경우 초전도 코일의 일부 영역에서 퀜치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전류가 주변의 ‘건강한’ 코일 영역으로 ‘자동 우회’함으로써 초전도 자석이 전기적으로 타는 현상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자동 보호’가 가능합니다. MIT에서 5년 정도 관련 기초연구를 수행한 이후 2015년 미국 국립고자기장 연구소(National High Magnetic Field Laboratory, 이하 NHMFL)로 이직해 본격적으로 실제 초고자기장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을 개발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2017년 서울대로 옮긴 이후에도 NHMFL과 지속적으로 관련 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최근 개발하신 기술이 <네이처>에 실렸습니다.

“이번 Nature 논문은 NHMFL과 공동 연구를 통해 무절연 고온 초전도 인서트(insert) 자석을 이용해 45.5T(테슬라)의 직류자기장 세계 최고 기록을 달성한 것에 관한 내용입니다. NHMFL은 2000년부터 현재까지 약 20년 동안 44.8T의 직류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Hybrid Magnet’이란 자석을 운영 중에 있습니다. 보통 이 정도 규모의 초고자기장 자석의 경우 자석을 동심원 구조를 갖는 다단계로 구성해 제작됩니다. 44.8T의 Hybrid 자석의 경우 바깥쪽에 저온 초전도 자석이 배치되고 안쪽에 구리를 사용한 상전도 자석이 배치 됩니다. 이렇게 초전도 자석이 바깥쪽에 배치되는 이유는, 저온 초전도 자석의 경우 20T 정도 이상에서는 초전도 특성이 유지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구리자석이 안쪽에 배치되는 구조를 갖게 됩니다. 이로 인해 자석이 매우 커지는데, NHMFL의 Hybrid 자석의 경우 전체 직경 1.6m, 높이 6.7m, 무게 35톤에 달합니다. 구리 인서트 자석이 이용되기 때문에 44.8T를 발생시키는데 약 30MW의 전력이 소비되는 단점도 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제작된 자석은 무절연 고온 초전도 인서트 자석으로 직경 34mm·높이 53mm·무게 400g 정도입니다. 이 무절연 자석은 기존의 일반적인 구리 자석 대비 약 200배, 저온 초전도 자석 대비 약 10배인 1200A/mm2의 전류 밀도로 동작돼 자석의 초소형화가 가능했습니다.”

-위 연구 결과는 어떤 의미를 갖나요?

“이번에 네이처에 실린 자석의 경우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기가 어려운 ‘안쪽’에 배치하고, 구리자석을 바깥쪽에 배치하는 구조입니다. 고온 초전도 선재는 이론적으로 100T 이상에서도 초전도 특성이 유지 된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이번 연구는 사실상 45T보다 월등히 높은 자석을, 그것도 모두 초전도 선재만 사용해서(따라서 매우 낮은 전력을 소비하며)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것에 가장 큰 의의가 있습니다. 현재 NHMFL은 서울대와 공동으로 40T급 전초전도(all-superconducting) 자석을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으로부터 20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2018년부터 수행하고 있습니다. 무절연 고온 초전도 기술이 최종 적용되는 경우 45T 자석 기준 외경 20cm·높이 40cm·무게 30kg 정도로 초소형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술개발은 어떤 부분을 개선시켜 가능했던 것인가요?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 기술을 이용했고, 최근 미국 SuperPower사에서 개발한 0.04mm의 매우 얇은 두께를 갖는 최신 고온 초전도 선재가 이용됐습니다. 0.04mm 두께의 고온 초전도 선재는 기존의 초전도 자석에서는 퀜치 사고시 자석의 보호가 사실상 불가능해 초고자기장 자석에 활용이 어려웠으나,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 기술로 인해 자석의 자동보호가 가능해지면서 이번에 세계 최초로 실제 자석 제작에 적용됐고, 45.5T의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요?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 기술은 최근 미국·일본·유럽·중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본격적으로 산업에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고자기장과 대전력 분야의 원천 기술에 해당되기 때문에 전력·의료·진단·환경·수송·군사 등 매우 광범위한 분야로 파급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NHMFL의 초고자기장 자석 연구 이외에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시작되고 있는 연구로, 미국 MIT의 차세대 초소형 핵융합 장치(SPARC), 미국 Brookhaven 국립연구소의 25T급 Axion 검출용 자석, 미국 NASA의 전기추진 항공기용 1.4MW 모터, 일본 Toshiba·Waseda 대학 연구팀의 5세대 암치료용 전초전도 가속기·9.4T급 임상용 전신 MRI, 일본 이화학연구소 (RIKEN)·미국 MIT의 1.3GHz급 단백질 분석용 핵자기공명 영상장비(NMR), 프랑스 Grenoble 국립 고자기장 연구소 및 중국 과학원의 30T급 초고자기장 전초전도 자석 등이 있습니다. 특히 유도 가열로 자기 분리 장비 등을 중심으로 중국 기업들의 제조 산업 응용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국내에서는 기초과학 지원 연구원(KBS)의 400 MHz급 NMR 자석, 기초과학 연구원(IBS)의 Axion 검출 자석, SuperGenics·IBS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중이온 가속기 자석, 철도기술연구원의 하이퍼루프 자기 부상 열차, Supercoil 사의 산업용 유도가열로 등에서 우선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어떤 점을 높이 평가했나요?

“고자기장의 발생·제어 기술은 현대 문명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상상하기 어려웠던 초고자기장을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이라는 점에서 초고자기장 발생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나아가 대형 전력기기의 초소형화를 가능하게 해 광범위한 산업 분야로 파급력이 높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17년 IEEE는 ‘No-insulation HTS(high temperature superconductor) Magnet’을 IEEE의 공식 기술 분류표에 새롭게 추가했습니다. 나아가 유럽 CERN이 주관하는 국제 가속기 학회(WAMHTS)는 2019년 4월에 있었던 국제 학술대회의 부제를 ‘No-insulation’으로 정하기도 했고, 2010년대 중반부터 다수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대회에서 ‘No-insulation HTS magnet’이 학회의 독립된 세션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기술 개발 단계는 어디쯤 인가요?

“응용 분야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대략 20T 이하의 산업 응용을 위한 자석으로는 어느 정도 완성된 기술이라 상용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다만 20T 이상, 혹은 MRI·핵융합 장비와 같이 대형 자석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아직 최종 시스템 단계까지 완성된 경우가 많지 않아 구체적인 세부 기술 분야에서 추가적인 R&D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나아가 자석만으로 최종 시스템이 완성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주변 기술과의 원활한 접목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돼야 합니다.”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남은 과제는 뭔가요?

“이번 네이처 논문에서도 언급됐지만, 45.5T의 초고자기장에서 고온 초전도 선재에서 매우 독특한 형태의 기계적 변형이 발견됐습니다. 이는 기존에 초전도 선재에서 발생하는 비선형 전류를 해석하는 이론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했습니다. 최근 서울대 연구팀은 이러한 기계적 변형의 원인을 설명하는 새로운 물리적 모델을 제안했고, 2018년 11월 IEEE 주관 국제학회에서 처음으로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이와 관련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어느 국가가 보다 정확한 해석 모델을 제시하고 보다 저렴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초고자기장 자석을 정밀하게 제어해 내느냐가 향후 관련 기술과 산업의 세계적 주도권을 확보하는데 관건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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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용 부교수는?

2017년~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부교수

2015~2017년 Florida State University, 기계공학과 부교수

2015~2017년 미국 국립 고자기장 연구소 (National High Magnetic Field Laboratory) 팀장

2011~2015년 미국 MIT 기계공학과 강사

2010~2015년 미국 MIT Francis Bitter Magnet Laboratory 연구책임자

2003~2015년 미국 MIT Francis Bitter Magnet Laboratory 연구원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