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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 JB금융 회장의 ‘집토끼 지키기’ 전략
김기홍 JB금융 회장의 ‘집토끼 지키기’ 전략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9.08.0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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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지 영업 강화’ 천명…“올해 호실적 나올 것”
지난해 12월, JB금융그룹은 10년 만의 변화를 택했다. 임기 내 그룹 자산을 7배나 늘린 ‘오너 일가’ 김한 회장 대신 전문경영인 김기홍 회장을 사령탑에 앉힌 것이다. 김 회장은 그간의 수도권 진출과 양적 성장 기조에서 탈피해 연고지를 중심으로 내실을 키우는 질적 성장을 천명했다. 금융업에서 지방과 전국의 경계가 무너지는 가운데, JB금융의 수성(修城) 전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김기홍 JB금융 회장.<사진=JB금융, 그래픽=이민자>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지난 7월 9일, 김기홍 JB금융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내정자 신분으로 가진 기자간담회 이후 반년여 만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작지만 강한 그룹’을 만들겠다는 뜻을 누차 강조했다. 연내 목표도 내부등급법 도입, 보통주자본비율 달성 등 지극히 기본에 국한된 내용이었다.

그룹 첫 전문경영인이 된 만큼 실적에 조바심이 날 법도 하다. 하지만 김 회장은 오히려 ‘호남 지방에서 사랑받는 강소그룹’으로 돌아가는 쪽을 택했다. 양적 성장과 수도권·글로벌 진출 전략을 펼쳐왔던 지난 10년간의 그룹 기조와는 사뭇 다르다.

‘기본’으로 돌아가다

김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의 보통주자본비율(BIS비율) 권고치를 먼저 달성해야 한다는 전제로 배당을 최대한 감내하는 방안을 찾으려 한다”며 “계획했던 BIS비율 9.5%를 조기에 달성할 것이라 예상하며, 가능 범위 내에서 배당을 확대할 방안을 찾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의 BIS비율을 최소 9.5%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간 미뤄왔던 내부등급법도 최대한 빠르게 승인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회장은 “내부적으로 광주은행이 기승인 받은 내부등급법을 업데이트해서 재승인받을 예정이며, 그걸 전북은행과 지주회사에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JB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사가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는 것과는 달리 그간 금융당국 기준인 표준등급법을 사용해왔다.

이처럼 JB금융이 BIS비율과 내부등급법을 연내 최우선 과제로 잡은 이유는 명확하다. 지난 10년간 양적 성장을 빠르게 이뤄내는 과정에서 다소 소홀했던 리스크 관리 역량을 보완하겠다는 뜻이다. 계열사의 리스크 관리를 통일적으로 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내부등급법 도입은 중요하며, 이는 또한 CET1 비율을 올릴 수 있어 BIS비율 개선에 도움이 된다.

김 회장은 이를 위해 최고재무관리자(이승국 상무)와 최고리스크관리자(권재중 부사장)를 실무 중심 인재로 새롭게 영입했다. 김 회장은 100일 간담회에서 “새롭게 영입한 CFO와 CRO는 국내외 선진 금융기관에서 업무 경험을 갖춘 분”이라며 “우리 회사를 잘 끌고 핵심 요직에 전문성이 뛰어난 분을 모셔와서 경영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영입한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금융지주인 만큼 지역 경제가 나빠지는 현시점에서 건전성 지표 개선은 더욱 중요하다. 중소기업중앙회의 경제산업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광주·전남·전북의 지역총소득(GNI)과 지역총생산(GNDP)은 제주·강원·대구·충북과 함께 최하위권이다. 특히 전북의 경우 한국GM과 현대중공업 공장 폐쇄로 지역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는 말이 나온다.

이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전략 차이로 귀결된다. 전국적으로 사업을 벌이는 시중은행과는 달리 지역에 근거지를 둔 은행들은 해당 지역의 기업들과 강한 연결고리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는 JB금융 은행계열사도 마찬가지로, 장기간의 영업활동을 통해 시중은행보다 기업 영업망을 더 잘 갖추고 있다.

JB금융 은행계열사의 대출금 현황을 보면 이 같은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 1분기 기준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전체 대출금에서 지방 비중은 60%를 상회하는데 이는 수도권 내에서 50% 넘게 대출이 이뤄지는 시중은행과는 다른 부분이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중소기업에 집행됐다. 다시 말해 지역 경제가 나빠지면 대출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은행 중심 금융그룹은 태생부터 시중은행과 다르게 시작해 영업기반이 판이하다”며 “지방 은행계 금융그룹은 시중은행에 비해 규모의 경제는 할 수 없지만 내실 경쟁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간 전략적으로 수도권 영업망을 집중적으로 확대하면서 ‘정작 지방금융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는데, 김 회장 체제에서 ‘기본’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김 회장은 “지역경제가 어렵고 국내외 경제 상황이 불안정하지만 지역경제와 기업 상황, 고객에 대한 나름대로의 축적된 분석력과 영업 노하우가 있다”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며 성장을 할 수 있고, 올해 좋은 실적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취임 당시 밝힌 ‘내실 강화’와도 결을 같이 하는 부분이다.

전략적 ‘숨 고르기’ 효과는?

서울 여의도 JB금융 본사.<JB금융>

지난 10여년 간 JB금융은 빠르게 몸집을 불려 나갔다. 2010년 전북은행장에 취임한 김한 전 회장은 지주사 전환을 필두로 그룹 양적 성장을 주도했다. 우리금융지주 산하에 있던 광주은행을 인수하며 호남권 은행을 통합한 데 이어 우리캐피탈(현 JB우리캐피탈)·더커자산운용(현 JB자산운용) 편입, 캄보디아·미얀마 금융사 인수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이 기간 JB금융의 자산은 7조원에서 48조원까지 늘어났고 비금융 포트폴리오도 구축하는 등 양적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2017년 3월 미얀마 JB캐피탈 편입 이후, JB금융은 M&A 시장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소위 4대 금융이라 부르는 보험·증권·카드업은 물론 최근 수익사업으로 꼽히는 저축은행, 부동산신탁 등의 포트폴리오가 비어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김한 전 회장은 퇴임 직전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자산 증가속도가 매우 빨랐다. 지금은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살아남는 게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전략적 차원에서의 숨 고르기라는 해석이다.

이는 JB금융의 최근 재무제표에서도 잘 나타난다. 2017년 결산 기준 47조5900억원이었던 자산은 지난 1분기 46조5300억원으로 줄었다. 이 기간 재무제표 상 원화대출금이 35조7000억원에서 34조3600억원으로 줄었는데, 이는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건전성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결산 기준 순이익은 3210억원으로 광주은행 염가매수차익을 본 2014년을 제외하곤 최고 수준이었다. 지난 1분기에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92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2분기도 비슷한 수준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자산이익률(ROA), 주당순이익률(EPS) 등 주요 수익성 지표가 모두 개선됐다.

같은 기간 건전성 지표도 확연히 좋아졌다. 지난 1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88%로 전기 대비 0.04%포인트 줄었고 NPL커버리지비율도 100%에 육박하게 높였다. 2016년부터 늘려왔던 저금리의 집단 중도금대출을 올해부터 털어내면서 ‘리프라이싱’ 효과도 기대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북은행의 중도금집단대출 만기도래가 집중되면서 1분기 은행 원화대출이 1.7%나 감소했지만 2분기는 성장 둔화 현상도 크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부분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탑라인 개선 흐름이 돋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는 2분기 JB금융 순이익 컨센서스로 9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혜승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은행들의 NIM은 대부분 2분기에 약보합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JB금융은 NIM이 상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이 차별적”이라며 “2018년 중 연체율과 충당금 비율이 상승한 JB우리캐피탈도 하반기부터 건전성 지표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신규 금융사 M&A는 건전성 개선 작업이 마무리된 후 진행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100일 간담회에서“올해 보통주자본비율을 달성하고 지속가능한 수익성 기반이 확보됐다고 판단되면 비은행금융사 M&A 기회도 모색할 것”이라며 “해외에선 동남아 국가 금융시장에서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 진출 기회를 다각도로 찾을 계획”이라 밝혔다.

젊고 새로워지는 JB금융

김 회장 취임 이후 그룹 분위기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지주사를 중심으로 한 조직개편이 대표적으로, 기존 4본부 15부에서 4본부 10개부로 축소했고 지주사 인원도 30% 가량 감축하는 조직 슬림화를 단행했다. 김 회장은 “각종 사업비를 절감해 지주사에서만 올해 1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하겠다”고 설명했다.

세간에는 조직개편에 대한 오해도 불거졌다. 기존 미래전략부가 해체되고 디지털본부 산하 IT부서가 디지털부와 통합되는 과정에서 IT개발 인력 일부가 부서를 떠났다. JB금융 IT부서는 오픈뱅킹플랫폼(OBP), ‘오뱅크’를 만든 곳이기도 하다. 이후 인도네시아 오뱅크 사업 진출이 중단됐다는 설이 돌면서 일각에서는 ‘전임 회장 색깔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이 100일 간담회에서 직접 해명했다. 김 회장은 “OBP의 인도네시아 진출을 위해 노력했지만 예기치 못한 리스크가 있었고 비용 효용성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이 있어 진출을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며 “대신 기존에 진출한 캄보디아 은행에서 플랫폼을 연계해 사업을 할 여지가 있는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화 차원에서는 지주 중심으로 진행되던 디지털 사업을 은행 단위로 끌어내렸다. 광주은행은 해외송금 제휴 업무를, 전북은행은 P2P 제휴 업무를 담당하고 그룹은 디지털화에 일관성만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OBP 사업도 각 은행에 맞게 추진한다. 각 은행사가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바탕에서 고객 편의에 맞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게 새로운 JB금융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지난 3월 김기홍 JB금융 회장 주재로 지주
전 임직원이 경영전략회의를 갖고 있다.<JB금융>

조직 내 직원 연령대도 젊어졌다. 기존 40~50대 이상 직원들이 영업현장으로 나간 자리를 30대 이하 직원들로 채워 넣었다. 최근에는 2주에 한 번씩 지주사 전 임직원이 모여 경영전략회의를 갖는다. 김 회장의 제안으로 열린 이 회의에선 임원부터 말단까지 모든 직원이 경영 방향성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JB금융 관계자는 “직원 나이가 30대 위주로 젊어졌을 뿐만 아니라 임직원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이 자주 열리고 있어 모든 직원이 회사의 방향성에 대해 이해하고 전사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소통경영의 일환으로 ‘마음을 열다, 금융을 열다’라는 새로운 슬로건도 발표했다. JB금융 관계자는 “신규 슬로건은 고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고객 감동 금융을 실천하고 변화하는 금융시장에 적극 대응, 새로운 금융의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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