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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롯데그룹, 월드타워면세점 퇴출 막으려 로비자금 18억 뿌렸다
[단독] 롯데그룹, 월드타워면세점 퇴출 막으려 로비자금 18억 뿌렸다
  • 강민경 기자
  • 승인 2019.07.16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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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놔물 관련 검찰 신문조서 단독입수...그룹 컨트롤타워 '정책본부'가 주도
롯데그룹이 2015년 당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퇴출을 막기 위해 그해 하반기 언론에 18억원의 홍보비를 뿌린 사실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검찰 진술조서에서 드러났다.인사이트코리아
롯데그룹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퇴출을 막기 위해 주요 언론에 18억원의 로비자금을 뿌린 사실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검찰 진술조서에서 드러났다.<뉴시스‧그래픽=이민자>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인사이트코리아>는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뇌물 사건에 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단독입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017년 4월 7일 신동빈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조서를 보면 롯데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월드타워면세점의 특허심사 탈락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 사실이 드러나 있다. 심사에서 탈락한 후에는 특허 재취득을 위해 신동빈 회장이 직접 나섰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월드타워면세점 퇴출 저지와 특허 재취득 작업은 롯데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가 총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에게 수시로 업무 보고를 한 정황이 조서에 담겨 있다. 검찰은 또 2016년 3월 14일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것도 월드타워점 특허 재취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신 회장을 추궁했으나 '모르쇠'로 일관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신동빈 회장 조서와 알려지지 않았던 당시 상황을 시리즈로 싣는다.   


롯데그룹이 2015년 당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퇴출을 막기 위해 그해 하반기에만 언론에 18억원의 홍보비를 뿌린 사실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검찰 진술조서에서 확인됐다.

또 특허 심사에서 탈락한 이후엔 언론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물론, 지자체와 개인 직원 등을 동원해 롯데에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조성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앞서 2015년 11월 롯데는 이른바 ‘면세점 대전’으로 불린 면세점 사업자 심사에서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상실했고, 2016년 12월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방침이 정해짐에 따라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다시 따냈다.

이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은 2016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를 받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탁하고, ‘비선 실세’ 최순실이 운영한 K스포츠재단에 추가 지원금 70억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돼 현재 대법원 상고심을 앞두고 있다.

1심은 70억원의 성격을 대가성이 있는 뇌물로 보고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역시 추가 지원금을 ‘유죄’로 봤지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신 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준 항소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에 상고장을 제출했고, 이에 따라 신 회장의 운명은 대법원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만일 대법원이 항소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은데, 특허가 취소될 경우 롯데가 입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관세법에 따르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취소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고, 신 회장 역시 집행유예로 풀려났을 뿐 ‘무죄’ 판단을 받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롯데면세점 연간 매출액의 평균 10% 가량을 책임졌던 매장으로, 면세사업부 전체 매출액 대비 각각 ▲2015년 13.51% ▲2016년 6.21% ▲2017년 9.78% ▲2018년 1분기 11.34%의 비중을 차지하며, 지난해엔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또 호텔롯데 면세사업부가 전체 매출액의 80% 이상을 차지하면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 취소 여부가 호텔롯데의 상장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월드타워점 퇴출 위기...18억원 홍보비 뿌려 '기획기사'

<인사이트코리아>가 입수한 2017년 4월 7일 신동빈 회장의 검찰 진술조서(99페이지 분량)에 따르면, 롯데는 면세점 특허와 관련해 2015년 하반기에만 언론 홍보비로 18억원 이상을 집행했다.

당시 롯데는 월드타워점 특허 관련 위기를 느끼고 언론사에 18억원의 홍보비와 기사 내용을 제공해 언론사가 롯데의 대응 논리대로 기획기사를 보도하게 했다.

검찰 조서에는 롯데가 계획한 '기획기사 보도일정'과 이후 롯데가 매일 체크한 '기획기사 보도 실적 현황' 문서(2015년 10월 19일자)가 첨부돼 있다. 

해당 문서에는 롯데에서 홍보비를 지급받고 기획기사를 계획한 주요 메이저 종합지와 경제지, 방송·통신사 등의 리스트가 빼곡히 적혀 있다.  

검찰 조사결과, 실제 롯데가 이들 언론사에 제공한 기사 내용은 보도일정에 따라 90% 가까이 보도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사가 2015년 10월 19일자 회장 보고용 문건을 제시한 후,

검찰(검) - 이 보고서는 호텔롯데 면세사업부가 회장인 피의자에게 보고한 업무보고로 보이는데 맞는가요.

신동빈 회장(신) - 예, 그런 것 같습니다. 2쪽과 8쪽, 9쪽, 11쪽 이하는 제가 본 기억이 나네요.

- 여기 3쪽에서 7쪽까지 부분을 보면, 당시 롯데가 언론사에 홍보비와 기사 내용을 제공하여 언론사로 하여금 롯데의 대응 논리대로 기획기사를 보도하게 한 사실이 자세히 나타나는데 어떠한가요.

- 그것은 제가 모르는 일입니다.

- 현재 피의자가 이 보고서의 2쪽과 8쪽 이하의 내용이 기억난다는 것은 당시 피의자가 이 보고서를 면세사업부로부터 업무보고 받은 것이 분명하고, 게다가 3~7쪽의 언론 홍보 부분은 피의자가 기억난다고 하는 페이지들 사이에 존재하는 것으로 당시 피의자가 보고를 받은 내용임이 분명한데 어떠한가요.

-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4쪽 ‘홍보비 실적 및 계획’에 따르면, 면세사업부는 면세점 특허와 관련해 2015년 하반기 홍보비로 18억원 이상을 투입하는데 어떠한가요.

- 그렇네요.

- 5쪽 ‘보도실적 현황’, 6쪽 ‘보도자료 배포 일정’, 7쪽 ‘기획기사 보도 일정’을 보면, 롯데가 이미 언론사에 기사 내용을 제공해 보도된 기사 현황, 보도자료 배포 일정 및 그에 따라 기획기사가 보도되는 일정이 거의 매일같이 확인되고 있고, 실제로 롯데가 언론사에 제공한 기사 내용대로 90% 가량 보도된 것으로 확인되는데 어떠한가요.

- 우리나라 언론은 마음대로 할 수가 없고 언론도 저희와 같은 생각이었기 때문에 보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론몰이' 총괄한 컨트롤타워...신동빈 "보고받은 적 없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가 취소된 이후엔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의 동향을 살피고, 롯데면세점 한 직원의 ‘1인 시위’ 보도 등을 기획해 특허 재취득을 이슈화 한 정황도 드러났다.

당시 롯데는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의 동향을 파악하고 언론을 통해 기획기사를 내보낼 계획을 추진하는 등 조직적이고 전방위적인 전략을 펼쳤다.

이러한 총력전은 롯데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에서 총괄 지휘한 것으로, 정책본부는 해당 사안들을 ‘회장 보고용 문건’을 통해 신동빈 회장에게 수시로 업무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사가 업무보고 한 자료를 제시했음에도 신 회장은 해당 문서를 보고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 정책본부 운영실에 면세점 담당자가 있어 면세사업부로부터 자료를 받아 운영실장에게 계속 보고하기 때문에 면세점의 진행 상황은 주간회의를 통해서도 피의자에게 보고된다고 하는데 맞는가요.

- 예, 그건 맞습니다.

이때 검사가 롯데그룹 정책본부에서 압수한 2016년 1월 29일자 ‘월드타워점 관련 동향’ 문건을 제시한 후,

-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 컴퓨터에 있던 2016년 1월 29일자 ‘월드타워점 관련 동향’ 문건을 보면, ‘서울시내점 특허 관련 동향’이라는 제목 하에 국회, 정부, 언론, 동종업계의 서울시내점 특허 관련 동향을 전반적으로 파악하여 피의자에게 보고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데 어떠한가요.

- 저는 이런 자료를 보고받은 적이 없습니다. 정책본부의 면세점 담당자가 이인원 부회장이나 황각규 실장한테 질문을 받았을 때 답변을 제대로 하기 위해 마련한 것 같습니다.

- 지금 피의자는 정책본부의 면세점 담당자가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이런 자료를 마련한 것처럼 주장하나 결국 정책본부 운영실을 통해 피의자가 지속적으로 면세점 현안을 보고받기 위한 것 아닌가요.

- 아닙니다.

- 여기 ‘정부’ 부분을 보면, 당시 정부에서 면세점 제도 개선 TF팀을 운용 중인 사실, 기재부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관세청이 숭실대 안승호 교수에게 각각 연구용역을 준 사실까지 롯데그룹 정책본부에서 파악하고 있고. ‘언론’ 부분을 보면, 2015년 12월 면세점 특허 제도 논란이 소강 국면이었다는 분석과 함께 ‘1인 시위 보도 등을 통해 이슈를 재점화하였음’을 보고하고 있으며, 2016년 1월에는 ‘제도개선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시켰다’고 자평하고 있음이 확인되는데, 맞는가요.

- 내용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은 맞습니다.

- 또 다음 페이지인 ‘2월 상세 일정’을 보면, ‘춘절 특수 앞두고 한숨 쉬는 기업들(월드점 입점 기업 사례)’ 등 기획 보도, ‘송파구청장, “잠실 상권 살리려면 코엑스점 특허 이전 허가해야”’ 등 인터뷰 보도, ‘면세점 폐업으로 인한 매몰비용 누가 책임지나?’ 등 전문가 기고가 일자별로 예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월드타워 직원 1일 시위를 3회에 걸쳐 국회, 월드타워점에서 병행하는 한편, 2월 4일에는 직원 궐기대회를 가진다고 적혀 있어, 언론 보도와 전문가 기고는 물론 직원을 동원한 1인 시위나 집회를 롯데그룹 정책본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기획하여 면세점 영업연장과 특허 재취득을 이슈화하고 있는데, 어떠한가요.

- 저는 처음 아는 사실입니다. 제가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이렇게 한다고 언론이 그대로 실어주지도 않지 않습니까.

(중략)

이때 검사가 롯데그룹 정책본부에서 압수한 2016년 2월 7일자 ‘회장보고’ 문건을 제시한 후,

- 또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 컴퓨터에 있던 ‘회장보고_0217’ 문건을 보면, ‘회장 보고용’으로 작성된 롯데면세점의 업무보고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피의자가 이 보고서를 보았을 것으로 판단되는데, 어떠한가요.

- (피의자는 보고서의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이 보고서는 제가 보고받은 사실이 없습니다.


실제 위에 언급된 ‘회장보고_0217’ 문건 내 ‘2016년 경영계획’ 페이지에는 롯데의 중점 추진 계획 가운데 1순위가 ‘월드타워점 특허 재취득’이며, 이를 위해 지역단체와 종업원, 거래업체 등을 동원하고 언론을 적극 활용해 여론을 이끌 계획이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신 회장은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검찰은 당시 롯데그룹 내 최대 주요 현안이었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관련 보고를 신 회장이 받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