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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삼성 정밀타격 해 '반도체 제국' 무너뜨리겠다?
아베, 삼성 정밀타격 해 '반도체 제국' 무너뜨리겠다?
  • 이경원 기자
  • 승인 2019.07.10 16: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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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야욕 위해 한국 '제물' 삼아...반도체 '기술패권' 내줄 수 없다는 계산도 깔려
아베 정권의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는 삼성전자를 정조준 한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뉴시스·삼성전자/그래픽=이민자>

[인사이트코리아=이경원 기자] 아베 정권이 경제 보복을 가하기 위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정밀타격하고 있다. 세계의 '반도체 제국'인 삼성전자를 흔들면 한국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아베 정권의 치밀한 계산이 깔린 수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 정부가 수출 제재를 본격화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아베 신조 총리는 우리 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본 언론을 비롯한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삼성전자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아베 정권이 규제 대상으로 콕 집은 품목들을 들여다보면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의 칼끝이 삼성전자를 향하고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이 수출 규제에 나선 리지스트와 에칭 가스(고순도불화 수소)는 반도체 생산의 핵심 소재다. 특히 리지스트의 경우 최근 삼성전자가 글로벌 1위 도약을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분야 EUV 공정에서 사용되는 노광 필수 화학물질이다. 삼성전자는 리지스트 전량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조치로 리지스트의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생산량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규제 품목인 불화폴리아미드는 폴더블 OLED에 쓰이는 핵심 소재로 삼성전자가 출시 예정인 ‘갤럭시 폴드’에 들어가는 소재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스마트폰인 ‘갤럭시 폴드’를 100만대 생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소재 공급상황에 따라 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본을 오가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급박하고도 위급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아베 정권의 '삼성 때리기'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업계에 따르면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장기화할 경우 대책 마련이 어렵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수출 규제 3개 품목은 일본이 세계 전체 생산량의 70~9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업체가 대량 생산을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재 국산화의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큰 의미가 없다.

반도체 침체, 수출에도 직격탄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아베 정권도 이 점을 노렸을 게 분명하다. 한국은행 통계와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243조7714억원으로, 우리나라 GDP 1893조4970억원의 12%를 차지한다. 국내총생산(GDP)과 개별 기업의 매출액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삼성전자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국내 전산업 매출액과 삼성전자의 매출액을 비교해봐도 한국 경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기업경영 분석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7년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 기준 65만5524개 기업 전체 매출액은 3991조4871억원이다. 같은 해 삼성전자의 연 매출액은 239조5753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삼성전자는 우리나라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대장주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시총은 265조583억원으로 유가증권 시장 전체 시총인 1375조3902억원의 19.27%를 차지한다.

< 사진=삼성전자, 그래픽=이민자>

삼성전자가 이처럼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것은 역시 반도체의 지존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수출액은 6000억 달러(한화 약 708조3000억원)를 돌파했다. 이것은 반도체 시장이 호황기를 맞아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면서 가능한 결과였다. 지난해 기준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26%를 차지했다.

그러나 반도체 시장이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수출도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들어 반도체 수출은 단가 하락으로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수출은 대외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반도체와 석유류 가격 하락이 지속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3.5% 줄었다. 2016년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봤을 때 삼성전자의 위기는 결국 한국 경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진다. 아베 정권이 삼성전자를 '저격'한 이유도 삼성전자를 흔들어 한국 경제에 타격을 주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패권 막으려는 의도”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매출은 56조원, 영업이익은 6조5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56.3%나 줄었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는 영업이익에서 가장 비중이 큰 반도체 시장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까닭이다. 반도체 사이클에 따르면 매년 하반기는 성수기지만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IT 수요 회복이 더뎌졌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주력 사업인 D램과 NAND의 가격 하락폭이 확대되면서 하반기 실적 반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분야 세계 1등을 목표로 133조원 투자 계획을 세웠다.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시장 점유율이 낮은 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을 키워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시점에서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 제한 조치는 한국의 반도체 패권을 막으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에서 플래시메모리 설계·감수팀을 이끌었던 반도체 전문가 양향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일본과의 소재 수출 갈등을 ‘기술패권’이라고 분석했다. 인터뷰에서 양 원장은 “한국이 메모리에서 거머쥔 패권을 비메모리에서도 확보해 반도체 양 날개를 다 갖추는 것을 일본은 두려워한다”며 “그런 면에서 일본의 소재 수출 제한은 현재보다 미래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의 핵심인 7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에서 비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 양강구도로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TSMC보다 먼저 7나노 EUV 도입에 성공하면서 추격에 탄력을 받고 있다. 소재 공급에 발동이 걸리게 되면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아베 정권은 이것을 노린 것이다. 

반도체 웨이퍼·블랭크 마스크 등 추가 규제 가능성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에 대한 추가 규제가 발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발표된 제품 외에 반도체 생산을 위한 웨이퍼(Wafer)와 블랭크 마스크(Blank Mask)는 일본 의존도가 매우 높아 추가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반도체 웨이퍼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필수 소재로, 일본 섬코와 신에츠화학이 전세계 시장의 53%를 점유하고 있다.

일본의 규제 조치로 수입 절차가 복잡해질 경우 대만 글로벌 웨이퍼(17%), 독일 실트로닉스(13%), 국내 SK실트론(9%)을 통해 구매할 수 있지만, 현재의 타이트한 웨이퍼 수급 상황을 볼 때 일본을 대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블랭크 마스크 역시 메모리와 비메모리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필수 소재이며, 호야와 울코트 등 일본 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특히 7nm EUV 공정 준비를 위해서는 호야의 블랭크 마스크 구매가 필수적인 만큼, 수입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비메모리 분야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