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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신세' 김종갑 한전 사장 향한 소액주주들의 아우성
'샌드위치 신세' 김종갑 한전 사장 향한 소액주주들의 아우성
  • 한경석 기자
  • 승인 2019.07.0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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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공명 와도 경영 정상화 어려워"...공기업 프레임 속 경영개선 의지 상실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한국전력 이사회에 김종갑 사장이 참석했다. 뉴시스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한국전력 이사회에 김종갑 사장이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경석 기자]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간판 공기업 수장으로서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인 그는 경영 정상화를 외치는 소액주주들의 따가운 눈총도 감내해야 하는 처지다.

지난달 여름철 전기료 인하 방침을 밝힌 한전은 이미 1분기에 역대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의 올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6299억원으로 2018년 1분기 영업손실 1276억원보다 손실 폭이 5023억원 커졌다. 1분기 매출도 15조 2484억원으로 전년 1분기 15조7060억원보다 줄었다. 여기에 7~8월 정부가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기로 해 추가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저조한 실적으로 주가가 계속 내려가자 소액주주들이 들고 일어났다. 한전 주가는 최근 5년 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이 기간 최저가는 2만3850원이었다. 2일 종가는 최저치에 가까운 2만525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3월 4일 52주 최고가 3만6000원과 비교하면 30% 가량 빠졌다.

2일 한전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장병천 한전소액주주행동 대표는 <인사이트코리아>와 통화에서 형사 고발 등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한전의 IPO(기업공개)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한전은 3차 공기업 민영화가 추진되던 1989년 당시 국민주 방식으로 상장해 주식회사 형식을 띠게 됐다. 장 대표는 "당시 국민주로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람이 한전 주식을 보유하게 됐는데 현재는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총괄원가 미만으로 전기가 공급돼 매년 적자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의 눈치만 봤고 그 사이 한전의 경영 자율성은 상실됐다"고 토로했다.

장 대표는 "주식회사라면 어찌됐건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며 회사 경영진의 배임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한전의 전기요금이 내려갈 때 이사회에서 약관을 변경해 요금을 내리는 절차를 거치는데 경영진이 적자를 감수하는 결정을 하니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한전 전기료가 오를 때만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반면 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통신 3사의 요금이나 KT&G의 담배 요금은 국민 생활과 밀접하지만 계속 인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 요구 사항을 이유로 1%의 요금 인상조차 매우 민감하다"며 "정부는 총괄원가를 연 1회 조정하는 권한이 있는데 올리려는 노력은 동반하지 않고 항상 내리려고만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장 대표는 비용을 줄이는 구조조정 만으로는 한전의 경영 정상화 해법이 될 수는 없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그는 "한전 이사회가 정부의 입맛에 따라 구성된다"며 "어떠한 구조조정을 해도 총괄원가를 반영하는 전기료 산정이 없는 한 재정 개선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더욱이 한전은 적자가 심화한 상황에서 정부 요청에 따라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한 자금까지 마련했다. 800억원이 2017년 3분기에 투입됐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7000억원에 이르는 한전공대 설립자금도 정부 정책에 따라 한전이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제갈공명이 와도 경영 정상화 힘들다"

장 대표는 "총괄원가가 전기요금의 과도한 인상을 막기 위한 것인데 내려가기만 하고 한 차례도 올리려는 노력조차 없다"며 김종갑 사장에 대해서는 "(김 사장이 아니라)제갈공명이 와도 경영정상화는 힘들다"고 우려했다. 장 대표는 "경영진은 자신의 자리가 보전되고 경영 평가는 알아서 잘 해주니 주주의 권리를 찾아줄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다"며 "박근혜 정부 시절 한전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 비율이 35%였는데 현 정부에서는 26%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기요금을 '전기세'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전기요금은 세금이 아닌 사용료이며 탈원전은 대통령이 나설 분야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한전은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인데도 경영 상황에 대해 어떠한 해명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정부도, 기업도, 국회도 우호적인 쪽이 단 한 곳도 없다"고 하소연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전기료를 내리기로 했다. 한전은 여름철 전기요금을 할인해주기 위해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기본공급약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1600만 가구의 7~8월 전기료는 대략 1만원씩 낮아질 전망이다. 국민 다수에게 혜택이 돌아가지만 다른 한편에는 '주식회사 한전'을 믿고 투자했던 소액주주들의 아픔도 있다. 

한전이 '공기업'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 본연의 원칙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냐는 소액주주들의 아우성이 높아질수록 한전과 김종갑 사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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