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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부회장, 트럼프의 ‘관세 폭탄’ 뇌관 어떻게 제거할까
정의선 부회장, 트럼프의 ‘관세 폭탄’ 뇌관 어떻게 제거할까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07.0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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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고관세 우려 거두기엔 시기상조...대미 투자 요구도 부담스런 상황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을 포함한 20여 개 기업 총수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간담회 자리에서 '대미 투자 요청'을 받았다. 뉴시스
정의선(맨 오른쪽)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포함한 20여 개 기업 총수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간담회 자리에서 '대미 투자 요청'을 받았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 기업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 달라”고 요청한 것을 두고 미국의 무역 규제 정책에서 한국을 예외국으로 지정할 것이라는 해석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선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자동차 관세 25%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거두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지적한다. 업계 대표 격으로 참석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에 대한 역할론도 나오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자동차 관세에 대한 대화는 나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여개 기업 총수들이 함께 모인 자리이고, 30여 분 남짓한 짧은 시간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관세는 국가 대 국가 문제로 기업이 관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자동차 관세에 대해 수행원들 간 대화도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권영수 LG 부회장 등과 만나 미국에 대한 투자를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투자를 해 주신 한국 기업인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한국 기업인들이 미국에 많은 투자를 했고 미국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고 치켜세웠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입산 차량 및 부품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제출했고 검토 결과를 발표하기로 예정된 지난 5월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한 결정을 180일 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역할에 큰 기대

현대·기아차는 국내 자동차 생산량 중 80%를 생산하고 있다. 그만큼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 비해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미국 진출 33년 만에 누적 판매량 2006만 대를 넘어섰다고 한다. 한국의 미국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약 81만대로, 136억 달러(15조7000억원)에 이르고 부품 수출도 51억 달러(5조9000억원)에 달한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관세 폭탄이 떨어지면 영업이익이 현대차 31.4%, 기아차는 37.6%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방한 중 가진 경제인 간담회는 아쉬움이 남는다. 관세 폭탄 면제에 대한 확실한 답변 없이 대미 투자라는 숙제만 안고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정 수석부회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월버 로스 상무부 장관 등 미 행정부와 의회 고위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돼 다른 대기업 총수들은 경제사절단으로 북한 방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역사적인 순간을 뒤로 한 채 정 수석부회장이 미국으로 향했던 것은 그만큼 관세 폭탄 문제가 절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관세 폭탄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미국이 한국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대미 투자 요청’으로 일각에서는 한국이 관세 부과 면제 대상 국가로 분류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1일 <인사이트코리아>와 통화에서 “그렇다고 위험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일본·EU·한국 등을 포함한 주요 자동차 수입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게 된다.

이 관계자는 “다른 국가들과 관계 등을 고려해 결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며 “협회 차원에서 대비를 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는 기업의 일이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청한 미국 투자의 경우도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투자 건이 없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주에 생산법인들 두고 있다. 지난해 5월 현대차는 앨바배마 공장에 42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지난 1월 2021년까지 미국에 31억 달러(3조60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좀 더’ 투자해달라는 요청이 부담스러울 수밖애 없다. 관세 폭탄 방어에 대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에 대한 기대 또한 가볍지 않다. 트럼프의 압박에 정 수석부회장이 향후 어떤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