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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가 청와대 눈치를 보면 되나
‘통계’가 청와대 눈치를 보면 되나
  •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
  • 승인 2019.07.01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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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 상태가 좋았다 나빴다 하듯 나라 경제도 호경기와 불경기가 반복된다. 경기는 저점을 지나 회복기·호황기를 거쳐 정점에 이르고, 다시 후퇴기·불황기를 거쳐 저점에 이르는 순환을 반복한다. 우리나라는 1970년 이후 10번의 경기 저점과 정점을 오갔다. 현재는 2013년 3월 저점에서 시작된 제11순환기에 속해 있다. 그간의 순환주기는 평균 49개월(확장기 31개월, 수축기 18개월). 이로 미뤄보나 체감으로도 이번 경기순환의 정점은 이미 지났고 불황이 심각함을 경제주체들은 다 안다. 그러나 통계청은 6월 17일 경기 정점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현재 경제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17년 3~5월(101.0)과 2017년 9월(101.0)에 가장 높았다. 2017년 9월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을 타며 올해 4월 98.5까지 하락했다. 숫자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호황, 아래는 불황으로 판단한다. 학계는 경기 정점을 2017년 2분기나 3분기로 본다. 강신욱 통계청장도 여러 차례 ‘2017년 2~3분기 언저리’라고 언급했다.

경기 정점을 판단해 공식 선언하기 위해 모인 국가통계위원회 경제분과위원회 위원 9명 중 3명도 ‘2017년 9월 정점’ 의견을 냈다. 그런데 다수인 6명이 유보하자고 해 9월에 재논의하기로 했다. 정부가 경기 정점을 정하자며 국가통계위원회에 안건을 올린 뒤 결정을 유보한 첫 사례다. 정치적 부담 때문에 결정을 미룬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야당들이 비판 성명을 냈다. 통계청은 왜 결정을 유보했을까. 2017년 5월 또는 9월을 정점으로 선언하면 그 직후부터 경기가 내림세로 돌아섰음이다. 이는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소득주도성장을 본격 추진한 시기다.

정부가 실물경기 흐름을 잘못 읽고 경기가 꺾이는 시점에 부담을 주는 정책-최저임금 인상, 법인세·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등-을 펴 경제를 더 망가뜨렸다는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이에 통계청이 청와대 눈치를 보며 정점 판단을 미뤘다는 시나리오다. 국가통계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전임 황수경 통계청장이 돌연 경질됐다. 그는 이임식에서 눈물을 보였다.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음을 강조하면서.

한 달 뒤 통계청은 가계동향 조사방법을 옛날 방식으로 되돌렸다. 저소득층 소득이 감소해

양극화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 황수경 청장 경질 사유로 지목됐던 바로 그 통계다. 올 4월에는 소득불평등은 과거 정부에서 악화됐고, 2017년에는 소득분배가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온 ‘팔마비율’ 등 4개 소득분배지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국민경제가 안정적 성장을 지속하려면 경기 움직임을 보다 빠르고 정확히 예측해 적절한 경기대응정책을 적기에 시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통계청과 한국은행 등 정부기관들이 여러 경제지표를 조사해 공표하고, 경기 정점 등에 대한 판단도 내린다. 정부가 경기 정점에 대한 판단은 미루면서 추가경정예산과 내년도 확장 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국가통계와 통계청 고유 업무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수록 국가통계에 대한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통계는 있는 그대로 발표하고, 그에 맞는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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