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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인쇄된 신문이 통째로 계란판 만드는 공장으로...
갓 인쇄된 신문이 통째로 계란판 만드는 공장으로...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19.07.0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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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대접 받는’ 신문 구독률의 허와 실
최근 종합일간신문 보급소에서 포장도 뜯지 않은 신문더미를 곧바로 계란판 만드는 공장으로 보낸다고 한다. 케티이미지뱅크
최근 종합일간신문 보급소에서 포장도 뜯지 않은 신문더미를 곧바로 계란판 만드는 공장으로 보낸다고 한다. <케티이미지뱅크>

필자는 서울 강북 쪽으로 출근할 때 광역 버스를 이용하곤 한다. 그런데 이 버스에는 승객들에게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가 한 가지 있다. 수년 전부터 시행해 왔으니 꽤 오래된 일이다. 다름 아닌 아침신문 제공이다.

버스를 타고 내리는 출입문 한 쪽에 모 종합일간신문이 10여 부 꽂혀 있다. 시행 초기에는 필자를 포함해 꺼내가는 승객들이 꽤 있었으나 요즘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부족한 아침 잠을 보충하는 승객들 말고 깨어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승객들의 무료신문에 대한 관심도와 이용률에 상관없이 버스 회사는 여전히 그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다.

모 대기업 홍보임원으로 있는 후배의 얘기다. 회사 건물 내에 제법 규모가 큰 기자실이 있는데 그곳에 매일 아침, 기자들 용으로 신문이 배달된다고 한다. 한 묶음으로 끈에 묶여서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퇴근할 때 들러 보니까 그 묶음이 풀리지 않은 채 그대로인 것을 보았다고 한다. 기자들이 자신들의 노트북 컴퓨터로 시시각각 뉴스를 확인하고 검색하면서도 정작 종이신문은 아무도 보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본인 소속 신문조차 말이다.

대세 흐름에 역행하는 매체

얼마 전 주말 저녁에 모 지상파 TV 방송을 본 적이있다. 저널리즘 관련 토크 프로그램으로 직업관계상 평소 필자도 즐겨 보고 있다. 그날의 주제는 국내 신문들이 주장하는 구독률의 허와 실,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그런데 화면에 공개된 모 종이신문의 배달 과정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른 새벽, 인쇄소에서 나와 신문사 지국으로 배달된 신문들이 분리되어 가정이나 직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비닐 포장을 뜯지도 않은 채 모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가. 바로 종이 계란판을 만드는 공장으로 말이다. 그 공장 직원들은 모두가 대단한 신문 애독자인가 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표지 이미지. 뉴시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표지 이미지. <뉴시스>

 

30년이 넘는 홍보 경력자인 필자는 신문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베테랑 기자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는 기사들의 종합체인 신문이 어느새 사회에서 이렇게 대접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종이신문 정기 구독률이 2009년에는 29%였는데 2017년에는 9.9%로 급격히 감소했다고 한다. 그만큼 갈수록 신문, 잡지 등 종이 뉴스 매체는 줄어들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전 세계 언론 환경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대세의 흐름에 역행하는 매체가 하나 있다.

며칠 전에 반가운 지인과 오랜 만에 점심을 같이 했다. 해외 매체의 광고 대행업을 40여 년 동안 해온 분이다. 필자가 대우그룹 해외광고 담당자 시절이던 1987년에 처음 만났으니 올해로 알고 지낸 지 30년이 넘었다. 70세를 넘어서도 현역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 비결을 알려 달라고 했다. 다름 아닌 맡고 있는 해외매체가 지난 수십 년 동안 계속 성장해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매체는 영국의 대표적인 경제주간지인 <The Economist>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본 이 잡지의 소개는 다음과 같다. “1843년 영국 런던에서 창간된 경제 주간지다. 경제문제와 경제와 관련된 정치문제 평론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오랜 전통과 권위를 가지며, 약간 보수적이지만 중후한 논조와 격조 높은 문장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 주장과 견해는 영국 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제국의 식자층에 대해서도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외부의 압력을 배제하기 위해 주식의 양도에는 저명한 일류 인사로 이루어진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제도를 택하고 있으며, 발행부수는 약 130만 부이고, 그 절반 정도는 해외 구독자가 구매한다.”

30년 전 필자가 대우그룹의 해외광고를 집행하던 시절에 발행부수가 약 60만 부라고 기억하는데 30년이 지난 지금 2배가 넘는 성장을 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왜냐하면 요즘은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신문과 잡지들, 소위 종이 매체들이 추풍낙엽처럼 추락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다니. 그것도 176년의 역사를 지닌 매체가 말이다. 그 비결을 물어보았다.

대답은 간단했다. 언론의 근본을 지켜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항상 정확하고 균형감각을 잃지 않으며 분야별 최고의 전문인력들이 모여 작성하고 있는 기사 한 줄 한 줄이 독자들의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받아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130만 부의 발행부수 모두가 전세계 독자들로부터 매주 구독료를 꼬박꼬박 받고 있는 유료 구독부수이기 때문에 전혀 광고주나 협찬자의 요청이나 압력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편집국과 광고국이 철저히 분리되어 있으며, 잡지사 고위층은 물론, 정부권력층으로부터의 기사에 대한 간섭을 절대 허용치않는다고 한다. 날이 갈수록 유료 구독부수 감소에 걱정이 많은 우리 언론사들이 한번 쯤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대목이 아닌가 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