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8-25 15:03 (일)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의 역사 속 영광 되찾기 프로젝트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의 역사 속 영광 되찾기 프로젝트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07.01 14: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대 걸친 철강의 자부심 용광로서 꽃으로 피어나다
오는 7일 창립 65주년을 맞는 동국제강의 장세욱 부회장은 특유의 '위기의 리더십''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침체에 빠졌던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동국제강
오는 7일 창립 65주년을 맞는 동국제강의 장세욱 부회장은 특유의 '위기 리더십' '소통 리더십'을 발휘하며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동국제강>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동국제강은 오는 7일 창립 65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50주년을 맞은 업계 1위 포스코보다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1929년 부산에서 대궁양행을 설립해 운영하던 창업자 장경호 회장은 1954년 서울 당산동에서 철강업체 동국제강을 출범했다.

1960~1970년대는 3남인 장상태 회장이 아버지와 함께 동국제강을 이끌었다. 장상태 선대회장은 박태준 포스코 전 회장과도 인연이 깊었다. 두 사람은 함께 한국철강업계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항제철 설립 당시 장 회장은 박 회장에게 많은 조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준 회장은 장상태 회장이 2000년 4월 4일 타계한 후 “송원(장상태 회장의 호) 형과 나는 동갑이고 동향이고 더구나 철강업에 인생을 바치는 등 공통인수가 많았다. 1968년 4월 내가 포스코를 맡아 영일만 모래벌판에서 포항제철소를 건설하고 경영하는 고난의 길을 헤쳐 나가고 있을 때 형은 나에게 든든한 철강의 동지였으며 허물 없는 친구였다”는 글을 남긴 것은 유명한 일화다.

동국제강은 장상태 회장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1971년 국내 최초로 후판을 생산했으며 1974년 당시 매출 기준으로 재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1985년 회장에 취임한 이후 장상태 회장은 연합철강·국제통운·국제종합기계 등을 인수하며 그룹의 덩치를 키웠다. 1990년대 인천에서 ‘직류전기로 공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고 1조원을 투입해 현재 동국제강의 주력생산기지인 포항제강소 후판 공장을 건립했다. 1991년 1공장 건립 이후 1997년 후판 2공장을 가동시켰고, 1999년에는 포항 봉형강 공장과 부산 신평공장을 연이어 건립했다.

2000년 장상태 회장 타계 후 장남인 장세주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이후 동국제강은 외환위기, 세계 경제 불황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아버지 세대의 영광을 이어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깊은 역사만큼 영광의 순간도 많았고 좌절의 순간도 있었다. 한때 재계 순위 3위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순위가 계속 밀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 자산총액 순위에서 5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3계단 내려앉았다. 하지만 동국제강은 올해를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는 해로 자리매김하고자 분투하고 있다. 향후가 더 기대되는 이유는 장세주 회장이 최근 5년 동안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사이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이 ‘위기관리 리더십’을 발휘하며 회사를 잘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관리’ 리더십으로 16분기 연속 흑자

장세욱 부회장은 동국제강 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입사해 미국 지사 및 포항제강소 등 현장을 두루 거치며 실무 경험을 쌓은 후 그룹 경영전략 실장을 맡아 핵심 사업을 이끌었다. 2010년 유니온스틸 사장 승진 후 2015년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이 합병하면서 동국제강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동국제강은 열연·냉연 제품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한편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불황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브라질 CSP 제철소는 동국제강(30%)이 브라질 광산회사 발레(50%), 포스코(20%)와 합작으로 설립한 법인으로 2012년 착공에 들어가 2016년 고로 화입 후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동국제강
브라질 CSP 제철소는 동국제강(30%)이 브라질 광산회사 발레(50%), 포스코(20%)와 합작으로 설립한 법인으로 2012년 착공에 들어가 2016년 고로 화입 후 상업생산에 돌입했다.<동국제강>

동국제강은 장세욱 부회장의 결단력 있는 리더십 아래 비핵심자산 매각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 매각과 포항 후판 2공장 구조조정, 계열사 매각 및 지분 유동화 등을 통해 조직을 축소하고 수익성 위주의 사업 재편을 하며 눈에 띄는 실적 개선 효과를 봤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동국제강은 2016년 6월 2년 만에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조기 졸업했으며 올해 1분기까지 16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세욱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첫해인 2014년 동국제강의 매출액은 6조685억원에 203억원의 적자를 냈다. 대표이사를 맡아 본격적인 경영에 나선 2015년 매출액은 5조2663억원으로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694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6년에도 매출은 5조65원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565억으로 전년 보다 약 800억원 늘었다. 2017년에는 매출을 다시 6조원 대로 끌어 올렸고 영업이익도 전년과 큰 차이가 없는 2413억원을기록했다.

동국제강 3대 걸친 ‘고로의 꿈’ 이뤄

다만 지난해에는 성장세가 약간 꺾였다. 매출액은 5조9649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하락하고 영업이익도 1449억으로 전년 대비 100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영업이익 감소 원인에 대해 동국제강은 글로벌 원부재료 가격이 5~17% 상승한 데다 전방산업 부진에 따른 판매량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장세욱 부회장은 올해 목표를 수익성 확대로 잡았다. 이를 위해 원부자재 원가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적극 반영하고 다양한 수요처를 발굴하고 있다. 브라질 CSP 제철소의 운영과 영업이 안정되면서 CSP 제철소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봉형강 제품의 판매단가를 올리고 후판·내연강판 등 판재류 제품의 수요처를 늘린 결과,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4.5% 증가한 48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조23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적자가 지속됐으나 지난해 4분기, CSP 제철소의 투자지분 평가 가치가 좋아지면서 손실을 털어내 적자폭이 대폭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는 장세욱 부회장에게 특별한 한해였다. CSP 제철소가 가동 2년 만에 흑자를 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총 142만 톤의 슬래브를 생산해 전년 동기 대비 9.2%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 1분기에도 73만 톤의 슬래브를 생산해 전년 동기 대비 6% 증산했으며 230억원 상당의 영업 수익이 개선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동국제강은 향후 3년간 총 1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장 부회장이 이렇듯 CSP에 힘을 쏟는 이유는 CSP 제철소가 선대회장인 아버지 장상태 회장의 오랜 염원이기 때문이다. 장 부회장은 2005년부터 장세주 회장이 추진해오던 것을 이어받아 2016년 3대째 이어진 오랜 염원이 이뤄지는 순간을 맛봤다. 동국제강은 후판 제조공정상 상공정에 속하는 고로 건설을 오랜 기간 목표로 삼아왔다. 장상태 선대회장은 1960년대 말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일관제철소(제선·제강·압연세 공정을 모두 갖춘 제철소) 건립을 제의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심 끝에 장 회장은 박 대통령에게 국책 사업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했고 결국 포항제철은 박태준 포스코 회장에게 돌아갔다. 장 회장의 이런 판단은 사심을 버린 명예로운 선택으로 평가 받았지만 동국제강으로선 아쉬운 순간이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2016년 브라질 쎄아라(Ceara)주 뻬셍(Pecem) 산업단지에 완공된 CSP 제철소 화입식에서 용광로에 포스코와 발레 대표자들을 뒤고 하고 직접 첫 불씨를 당겼다. 뉴시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2016년 브라질 쎄아라(Ceara)주 뻬셍(Pecem) 산업단지에 완공된 CSP 제철소 화입식에서 용광로에 포스코와 발레 대표자들을 뒤고 하고 직접 첫 불씨를 당겼다. <뉴시스>

현재 우리나라에 고로는 포스코 9기, 현대제철 3기로 총 12기가 운영 중이다. 동국제강은 그동안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방식의 전기 고로 운영을 통해 봉형강 제품을 생산해왔다. 후판의 경우는 중간재인 슬래브를 포스코나 일본업체에서 구입해 재가공하는 방식으로 판매해 왔다. 따라서 고로를 가진 회사와 안 가진 회사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브라질 CSP는 동국제강이 브라질 광산회사 발레, 포스코와 합작으로 설립한 법인으로 2012년 착공에 들어가 2016년 고로 화입 후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투자 비율은 발레 50%, 동국제강 30%, 포스코 20%다. 발레는 철광석 공급, 포스코는 기술적 자문 역할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고로를 운영해 제품을 생산하는 일은 동국제강이 맡았다.

2016년 CSP 고로 화입식 당시 장세욱 부회장이 직접 고로에 불을 당겼다. 감격적인 일은 또 있었다. 당시 브라질 지우마 대통령은 2대에 걸친 동국제강 임직원들의 열정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장상태 선대회장의 이름이 적힌 명판을 수여한 것. 화입식 현장에서 장세욱 부회장은 “CSP는 고로 제철소를 만들겠다는 3대에 걸친 꿈의 실현이며 2005년 브라질 쎄아라에 제철소를 짓겠다는 약속을 지켜낸 것”이라며 “CSP를 세계 최고의 제철소로 만들고 지역사회와 더불어 성장하는 정신을 브라질에서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소통 리더십’으로 경영 시너지

CSP 제철소에서 생산한 슬래브가 2017년 3월 동국제강 당진공장에 처음으로 입고되며 CSP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가동 2년 6개월만인 2018년 슬래브 생산 293만 톤, 1억6400만 달러 영업이익을 내며 제철소 가동과 영업이 초기에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브라질 CSP 제철소 프로젝트의 성공은 창업주인 고(故) 장경호 회장, 고 장상태 회장, 장세주 회장-장세욱 부회장 형제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이루어낸 뜻깊은 결실로 평가받는다.

CSP 프로젝트 성공 과정에서 장세욱 부회장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는 후문이다. 장세주 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CSP 프로젝트가 위기에 몰렸을 때 장 부회장은 임직원들을 현지에 파견해 밤낮없이 현지 관계자들을 찾아가 회사 사정과 사업의 시급함을 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쩔 수 없다던 브라질 관계자들도 동국제강 임직원들의 끈질긴 노력에 끝내 마음을 열고 사업을 재개했고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여러 성과는 장 부회장 특유의 ‘소통 리더십’에서 나온다는 분석이 많다. 그는 2016년부터 4년째 주주총회 의장으로서 주주들에게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회사의 경영실적을 직접 발표했다. 딱딱하고 형식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는 주주총회를 주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장 부회장은 직원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남다르다. 바로 ‘스킨십 경영’이다. 지난 1월 2일 시무식 행사를 다른 기업들에선 볼 수 없는 스탠딩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했다. 임직원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한 장 부회장의 배려다. 점심·저녁 번개로 사원·대리 등을 포함한 일반 직원들과 식사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다른 기업들에서 찾을 수 없는 풍경이다.

임직원 이름 모두 기억하기, 사무실로 자주 내려와 직원들과 대화하고 필요한 물건이 있는 직원들을 눈여겨 봐뒀다가 직접 선물하기 등도 장 부회장이 즐겨 하는 소통 방식이다. 장 부회장은 동국제강의 오랜 전통인 평화적 노사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동국제강 노사는 1994년 국내 산업계 최초로 항구적 무파업 선언을 한 바 있다. 장 부회장은 2016년 노조와 임금피크제 합의를 이끌어냈으며, 부회장 취임 이후 노조와 매년 평화적으로 임금협상을 타결하며 올해 항구적 무파업선언 25주년을 맞이했다.

세계적 경제 불황으로 경영 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동국제강이 나름 순항하고 있는 것은 장세욱 부회장의 경영과 소통능력이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