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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현대중공업 노사 폭력사태, 누가 먼저 때렸나
[팩트체크]현대중공업 노사 폭력사태, 누가 먼저 때렸나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06.2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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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대화 원하지만 불법 인정 못해”⋯노조 “정부가 대안 마련하라”
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 물적분할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회사는 노조가 행한 불법파업, 폭력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노사 간 갈들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노조
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 물적분할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회사는 노조의 불법파업, 폭력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현대중공업 노조>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지난 5월 31일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을 결정하는 임시주주총회에서 노조와 회사가 물리적 충돌을 일으킨 후 노사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최근의 논란은 사태의 본질보다는 ‘폭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감정적 대치가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4일 회사는 주총 반대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300여명에 대해 인사위원회를 열고 있다고 밝혔다.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파업은 노조의 파업 대상이 아니며 중앙노동위원회 절차도 거치지 않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노조는 “불법징계를 규탄한다”며 오는 26일까지 3~4시간 부분파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또 주주총회장이었던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불법 점거, 변경된 주총장인 울산대 체육관 등에서 폭력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된 조합원들에 대해서도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에서 노조를 폭력집단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방송된 KBS 시사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 J’는 사측이 제공한 사진과 정보를 검증 절차 없이 한쪽 편에서만 기사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울산대 주총장 폭력사태를 직접 목격했다는 인터넷 매체 기자는 인터뷰에서 “소화기를 분사한 것은 사측에서 고용한 용역들이었다”고 전했다. 폭력의 주체가 조합원이라는 일부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일종의 프레임을 씌워서 노조의 폭력성을 부각시킨 것 이라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언론 보도에 회사도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5일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인사이트코리아>와 만나 “노조가 폭력을 일으킨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조합원들이 폭력을 행사했다는 여러 증거 사진·영상 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회사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어차피 함께 가야 할 동료인데 ‘누가 먼저 때렸나’라는 식의 소모적인 논쟁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며 “진실은 법원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울산대 주총장 사진들과 영상을 보면 폭력사태는 분명히 있었다. 회사측에서 고용한 경호업체 직원들이 조합원들의 주총장 진입을 막는 과정에서 폭력이 있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폭력사태에 대해 일부 언론이 노조의 폭력성만을 부각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실제로 벌어진 폭력의 현장 사진이나 영상 등을 보면 누구나 폭력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나”라며 “회사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노동자 생존권 달린 문제라 조합원들 더욱 격앙”

현대중공업 노사갈등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는 조합원들에 대해 인사조처, 고소·고발 등으로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강력 대응이 오히려 노조를 설득하는데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회사는 노조에 끊임없이 대화를 요청하고 있지만 모두 거부된 상황이다. 대화와 타협을 위한 노력을 계속 하겠지만 불법과 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사는 원만한 해결을 바라지만 노조에 대한 대응을 전혀 안 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언론에서 ‘폭력’만 부각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 조합원들이 왜 폭력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조 집행부 관계자는 <인사이트코리아>와 통화에서 “조합원들이 너무 격앙된 상황”이라며 “집행부에서는 계속 비폭력을 당부하고 있지만, 현장 상황이 뜻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상황의 본질은 폭력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며 “그렇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더욱 화가 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집행부는 계속 비폭력을 조합원들에 주장할 것이지만 회사나 정부가 합리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 한 폭력사태가 계속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제안하는 합병 후 조치들은 법인분할 승인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한다”며 “때문에 회사에서 제안한 대화 자리에도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한데 그것을 산업은행이나 정부가 해줘야 한다. 중재를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어느 쪽에서도 응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는 데서 시작됐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은 기존 현대중공업지주를 물적분할 해 신설법인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하고 그 아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두는 계획에 합의했다. 문제는 기존 현대중공업이 한국조선해양 계열사로 편입되면 연구개발 부서 등 기업 핵심은 한국조선해양으로 이동하고 제조 관련 부서만 남는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노조는 현재 현대중공업이 가지고 있는 부채를 법인분할 이후 현대중공업에 모두 떠넘겨서 기업 운영의 부실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