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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시대]'화려한 싱글' 꿈꾸지만 돈은 없고 외롭다
[1인가구 시대]'화려한 싱글' 꿈꾸지만 돈은 없고 외롭다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9.06.24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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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경영연구소 ‘2019 1인가구 보고서’ 발표...편의점·배달 산업 이끌어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 서울시 가산동 소재 IT회사에 다니는 30세 김 아무개 씨는 취직 후 집 근처 오피스텔을 얻었다. 부모님이 사는 경기도 안산에 얹혀살며 출퇴근할 수도 있었지만, 간섭 없이 여유로운 삶을 바랐던 그는 70만원의 월세를 내고 독립하는 쪽을 택했다. ‘9 TO 6’족인 그는 아침은 주로 굶고 점심은 회사 동료들과 사 먹는다. 저녁은 편의점 음식을 먹거나 친구와 외식을 하니,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일은 거의 없다. “바쁘게 지내며 주로 밖에서 끼니를 때우다 보니 건강 문제가 걸린다”는 게 김씨의 최근 걱정이다.

#. “조금 외롭긴 하지만 누가 간섭하지 않아서 괜찮아요.” 서울 용산에서 살며 호텔업에 종사하는 35세 이 아무개 씨는 전형적인 ‘화려한 싱글’이다. 대학 졸업 후 취업과 함께 독립한 그는 8년째 혼자 살며 여유로운 삶을 즐기고 있다. 집은 퇴근 후 잠만 자는 ‘베드 하우스’이고, 쉬는 날에는 주로 요가를 하고 학원, 극장에 가거나 친구를 만난다. 독학으로 익힌 일본어로 호텔 일을 시작했는데, 월급의 상당 액수는 분기마다 한 번씩 가는 일본 여행에 쓴다. 이씨는 “저축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결혼 생각이 없다 보니 노후 걱정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2020년 한국의 1인가구는 600만 호(30.1%)를 넘긴 뒤 2045년까지 전체 가구 가운데 36.3%로 늘어날 전망이다.<픽사베이>

우리나라 사람 100명 중 11명은 1인가구다. 호(戶) 수로만 따지면 2017년 현재 562만 호로, 2010년 414만 호던 1인가구는 매년 3.5%씩 성장해 2020년 600만 호를 가뿐히 넘길 전망이다. 가구원 수별 분포 가운데 2010년 들어 독보적 1위다. 한국의 가구 형태는 불과 40~50년 전 대가구 위주에서 3~4인의 핵가구화를 거쳐 이제는 1인가구 중심으로 완벽히 탈바꿈했다.

1인가구 규모 및 성장 전망.<자료=KB금융경영연구소>

한동안 1인가구 증가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23일 1인가구의 일상과 금융생활을 분석한 ‘2019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인가구는 30.1%를 넘긴 뒤 2030년 33.3%, 2040년 35.7%, 2045년 36.3%까지 늘어난다. 국내 인구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2030년 뒤에도 1인가구는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가구의 성별은 연령에 따라 갈리는데 남성은 저연령층, 여성은 고연령층이 주를 이룬다. 남성의 경우 만혼·독신 경향의 증가와 직장 및 자녀교육 문제 등으로 경제활동기 동안 1인가구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여성은 이혼의 증가와 70대 이후 사별 및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수하는 경향이 반영됐다는 게 KB금융경영연구소의 해석이다.

해마다 달라지는 1인가구 ‘풍속도’

1인가구가 급증하면서 경제적 관점에서 이들을 부르는 명칭도 새로 생겼다. ‘이코노미’의 앞글자에 숫자 ‘1’을 넣은 ‘1코노미(또는 ’일코노미‘)’가 바로 그것이다. 혼자 소비생활을 즐기는 인구가 많아지다 보니 편의점, 음식점, 영화관, 카페, 청소, 취미활동, 금융 등 소비·서비스 시장이 다방면으로 성장하고 있다. 과거 여러 이유로 홀로 살던 노인의 이미지와는 정반대 모습이다.

1인가구의 왕성한 소비력은 각종 연구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1인가구의 문화소비지출행태 분석’ 보고서는 전체 가구 가운데 1인가구의 소비지출 비중이 2010년 8.7%(36조원)에서 2020년 15.9%(120조원)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30년에는 이 숫자가 194조원으로 비중이 20%까지 늘어나는데, 이 시기 4인가구의 예상 소비지출액인 178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게 될 전망이다.

월 소비액수와 품목을 보면 이들의 소비 성향을 조금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통계청의 2018년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의 월 소비지출액은 123만원이다. 이를 4인으로 환산하면 492만원으로, 실제 4인가구 소비지출 규모(345만원)보다 42.6% 많다. 4인 가구의 경우 가구가 합쳐져 있고 전세나 자가 거주율 비중이 높은 반면, 1인가구는 자가 거주율이 낮아 임대료에 많은 돈을 쓰기 때문으로 보인다.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편의점 도시락 등 간편식품
수요 증가로 편의점 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뉴시스>

그 외 지출을 보면 1인가구는 음식(16.6%)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요리해 먹기보다는 외식이나 포장 배달 등을 많이 하는 이들의 성향이 잘 드러나는 데이터다. 실제 ‘1코노미’의 수혜를 본 대표적 산업이 바로 편의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편의점 산업 성장을 이끈 편의점 도시락 시장 규모는 2013년 800억원에서 2018년 3500억원으로 6년간 4.5배나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편의점 산업은 특히 2014년~2016년까지 3년간 성장세가 눈에 띄는데 이 기간 주식시장에서 BGF리테일과 GS리테일 등 주요 편의점 종목 주가가 2배 넘게 뛰기도 했다. 도시락 외에도 해외 주류와 삼각김밥, 과자, 디저트, 간편식품 등의 매출이 최근 몇 년 새 빠르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GS25의 경우 ‘2+1’ ‘1+1’처럼 덤으로 주는 상품을 모바일 앱에 보관하는 ‘나만의 냉장고’ 서비스를 출시해 1인가구의 호응을 얻고 있다.

명절 준비도 1인가구 맞춤형으로 출시되고 있다. 지난 설에는 3만~5만원 가격대의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었는데 십만원에 달하는 고가 선물세트에 부담을 느끼던 젊은층이 주 구매층이었다. 고향으로 내려가지 않는 1~2인 가구를 겨냥한 가정간편식(HMR)도 이 기간 매출이 비약적으로 뛰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같은 배달 앱 플랫폼 시장의 빠른 성장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국내 배달앱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 거래액은 2015년 1조2000억원에서 2016년 1조9000억원, 2017년 3조원, 2018년 5조2000억원으로 4년 새 네 배나 늘었다. 이 기간 매출액도 500억원에서 2700억원으로 5배 넘게 몸집이 커졌고, 최근에는 ‘1인분 주문’ 서비스도 출시해 많은 양과 높은 가격에 부담을 느끼던 1인가구를 공략하고 있다.

주택시장에서도 1인가구를 겨냥한 소형화 변화가 감지된다. 이미 5~10평의 소형 주택이 대세가 된 지 오래로, 전체 아파트 입주 물량의 90%가 넘는 세대가 85㎡(25평) 이하 중소형이다. 이는 열심히 저축해 큰 집을 장만해야 한다는 과거 시대 사고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실제 KB금융경영연구소가 설문 대상 20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인가구 상당수는 혼자 사는 만큼 큰 면적의 집에서 살기보단 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 같은 작은 집에서 사는 걸 택했다. 이 같은 경향은 경제력이 다소 부족한 20대~30대는 물론 40대까지도 나타났는데, 이는 생활비에서 주거 비용이 비교적 많은 만큼 이를 최소화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1인가구, 남자는 외롭고 여자는 배고프다

1인가구의 생활 만족도는 어떨까. KB금융경영연구소가 설문 대상에게 ‘1인 생활 지속 의향’을 물은 결과 과반인 52.7%가 이 생활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향이 없다고 밝힌 인구는 11.6%에 불과했다. 특히 ‘향후 10년 이상 혼자 살겠다’는 비중은 지난해 34.5%에서 올해 38.0%로 유의미한 상승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경제적 결핍이다. 이 조사에서 ‘1인 생활 분야별 만족도’를 파악한 결과 공간적 측면(74.0%)이나 여가생활 측면(63.6%)의 만족도는 대체로 높은 반면 경제적 측면(39.8%)은 낮게 나타났다. 경제적 만족도가 가장 높은 그룹은 남성 40대이며, 여성 20대는 1인 생활 전반에 대한 만족도가 70%를 초과함에도 경제적인 만족도는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1인가구 가운데 비자발적 인구가 적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사에서 전체 1인가구 가운데 비자발적으로 현 가구 형태를 택한 비중은 60.9%에 달한다. 이 비중은 특히 20대(73.8%)와 50대(71.5%)에서 높았고 학교나 직장 문제, 비자발적 미혼, 배우자와의 이별·사별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반면 30대와 40대의 자발적 1인가구 생활 비중은 각각 27.1%와 30.2%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과거 ‘비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은 줄어들고 있다(결혼·재혼 의향 ‘없음’ 비중 2018년 19.0%→2019년 17.7%). 하지만 언젠가는 결혼하겠다는 비중은 같은 기간 35.5%에서 42.5%로 늘었는데, 이는 경제적 문제 등으로 당장은 안정된 가정을 가질 수 없다는 심리적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혼 의향 가구 중 경제적 부담으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비중이 19.4%에 달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1인 생활의 걱정거리.<자료=KB금융경영연구소>

‘현재의 걱정’ 질문에도 남녀 간 차이를 보였는데,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나은 축에 속하는 남성의 경우 20대(2위, 1위는 ‘경제’)를 제외한 나머지 30~50대에서 ‘외로움’이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여성의 경우 20대에서 50대까지 전부 ‘경제’를 1위로 꼽았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고임금 직종에서 남성의 근속연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추세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추세는 설문 중 ‘1인 생활의 걱정거리’에서도 잘 나타난다. 설문 대상 가운데 40.4%가 현재 ‘외로움 등 심리적 안정’이 걱정이라 토로했고, 미래의 우려에 대해선 ‘경제활동 지속력’을 택한 비중이 58.8%에 달했다. 특히 이들 설문대상자 가운데 상당수는 주택 자금 마련 외에는 경제적 준비도 부족하고 주변 도움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나타났다.

투자·저축 부족한 1인가구, 노후 생존권 걱정

1인가구의 노후 준비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KB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의 은퇴 대비 필요 투자·저축 금액은 월 123만원이지만 실제 투자·저축 금액은 평균 70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 연 소득이 적은 사람의 경우 노후 준비가 더 부실했다. 소득 1200~2400만원 구간의 경우 필요 저축액 대비 실제 저축액 비율은 29%에 불과했고, 이 비율은 소득이 늘어날수록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KB연구소는 “은퇴 후 대비를 위해 필요한 저축액은 최소 월 100만원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저소득 구간의 실제 투자·저축액은 이에 훨씬 못미쳐 생계를 위한 기본적인 소비 충당 후 여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며 “1인가구는 은퇴 후 가족의 경제적 도움을 받기 어렵다고 생각하며, 자산 증식을 위해 소비를 줄여 생활하고 있다고 응답한 경우가 많았다. 이와 함께 은퇴 후 공적연금 수급 및 직업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큰 상태”라고 설명했다.

빈곤 노인들이 무료급식소에 모여 식사하고 있다.<뉴시스>

이는 장기적으로 생존 문제와도 직결된다. 이여봉 강남대학교 교수는 리포트 ‘1인 가구의 현황과 정책과제’에서 “한국의 경우 배우자가 없는 사람의 사망률이 유배우자에 비해 2.7~4.6배 높다”며 “이러한 사망률 차이는 다인 가구와 1인 가구 간 사회경제적 수준의 차이가 반영된 것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 혼자 사는 경우 가족 내의 정서적 지원을 구하기 힘들고 갑작스러운 질병 등 자신이 해결하기 힘든 위기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지원체계가 가족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공통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문제는 전 연령층의 1인 가구가 공통적으로 사회경제적인 면에서, 정서적·육체적 건강 면에서 다인 가구에 비해 현저히 취약하다는 데 있다”며 “1인 가구와 관련된 정책은 각 연령대 및 성별 1인 가구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지원책과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가족 관련 정책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