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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캔 1만원'? 주세 개편 후폭풍...술 시장이 취했다
'8캔 1만원'? 주세 개편 후폭풍...술 시장이 취했다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06.20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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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종량세 전환 따라 주류업계 셈법 복잡...마트·편의점선 수입맥주 할인 경쟁
정부가 맥주에 대한 종량세 전환을 발표한 이후 대형마트, 편의점 등은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수입맥주 최저가 행사를 계속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맥주에 대한 종량세 전환을 발표한 이후 대형마트, 편의점 등은 다양한 방식으로 수입맥주 최저가 행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50년 이상 종가세를 유지했던 국내 주류에 대한 과세체제가 일부 바뀌면서 술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4일 기획재정부는 국산맥주와 수입맥주를 포함한 맥주와 막걸리 등 탁주에 대해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오는 9월 국회 입법절차를 거치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국내 주류 중 맥주 소비량은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국내 맥주시장은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지만 최근 수입맥주가 점유율을 20%대까지 끌어올렸다. 수입맥주의 이러한 약진은 대형마트·편의점 등의 수입맥주 ‘4캔 1만원’ 마케팅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자 기존 종가세는 수입맥주에 유리한 구조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수제맥주업체들 사이에서 나왔고 이는 이번 주세법 개정의 배경이 됐다.

종량세로 전환되면 맥주 1리터당 세부담은 용기에 따라 병 23원, 페트 39원 오르게 된다. 반면 캔의 경우 415원이 줄어든다. 생맥주의 경우 445원이 오르지만 2년간 20% 경감 혜택을 받는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용기가 병·페트·캔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결과적으로 맥주 제조업자의 세부담은 훨씬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시행 전부터 널뛰는 가격⋯마케팅 경쟁 심화

정부 발표 후 하이트진로는 지난 5일 증권시장에서 장중 한때 주가가 2만1650원까지 치솟아 52주 신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14일에도 2만2150원을 찍으며 연이어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겉으로 보기에 종량세 전환의 최대 수혜자는 하이트진로로 보인다. 롯데주류는 종량세 전환의 영향에 대해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국내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는 카스가 주력 브랜드이긴 하지만 30여 종의 수입 브랜드를 판매하는 만큼 다소 애매한 입장일 수 있겠다는 예상과 달리 종량세 전환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맥주 제조업체들이 신중 혹은 관망으로 맥주 출고가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반면 전문 유통업체들은 최저가 경쟁을 벌여 대조적인 분위기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선 수입맥주 최저가 마케팅에 올인하고 있다. 최근 롯데슈퍼는 일부 수입맥주를 ‘4캔 5000원’ ‘6캔 7500원’ 행사를 진행했다. 비록 재고 물량 소진을 위한 한시적 할인이라고는 하지만 최근 유통업계에서 불고 있는 ‘최저가 전략’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맥주 종량세 전환이라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수입 맥주 가격 내리기 경쟁이 더욱 심화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편의점 업계도 카드사 등과 제휴를 통해 ‘6캔 9900원’ ‘8캔 1만5000원’ 등 다양한 할인행사를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널뛰기하는 맥주 가격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종량세 시행 이후에도 다양한 가격대의 맥주를 만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조업자들은 세 부담이 줄어든다고 해서 출고가격을 바로 내릴 수도 없다. 대형마트·편의점 등에서는 마케팅 전략에 따라 소비자 판매 가격을 조정할 수 있고 유흥주점 등에서 구매하는 맥주 가격도 주류 도매상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가격 혼란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주류업계 “출고가격 인하? 무슨 소리"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체로 국내 맥주 제조사들은 “세 부담이 줄어든다고 해서 쉽게 출고가격을 내리거나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신제품 청정라거 ‘테라’를 출시하고 맥주업계 1위 탈환을 노리고 있는 하이트진로는 종량세 전환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평가됐던 수입맥주와 국산맥주 간 조세 형평성 문제가 바로잡힌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종량세 전환이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하기엔 시기적으로 이른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사인 오비맥주와 롯데주류가 맥주 가격을 인상했지만 하이트진로는 아직 가격을 올리지 않은 상태다. 출고가격에 대해 이 관계자는 “시행까지 아직 시간이 있고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요인들도 많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 발표가 있기 전부터 테라가 시장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 3분기에 하이트진로가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단기적으로는 경쟁업체의 가격 인상은 하이트진로의 점유율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은 영업이익 확대와 밀접하기 때문에 가격 인상은 버릴 수 없는 카드다. 종량세 전환에 따른 소비자들의 기대치도 있어 출고가 조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의 맥주 종량세 전환 방향에 따르면 맥주 제조업체들의 세부담은 약
정부의 맥주 종량세 전환 방침에 따르면 맥주 제조업체들의 세 부담은 약 353원 줄어든다.<기획재정부>

롯데주류는 하이트진로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에 비해 규모 면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또 롯데주류는 회사라기 보다는 롯데칠성음료의 주류사업 부문이라는 한계도 가지고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인사이트코리아>와 만나 “우리 주류사업이 최근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종량세 전환 정부 발표가 있었다”며 “종량세 전환이 출고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1분기 실적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52.9%나 개선됐다. 130억원 영업이익 적자에서 60억원 적자로 실적이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 적자 규모가 59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긍적적인 신호다.

롯데주류가 더 신경을 쓰는 부분은 맥주 종량세 전환 이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세제도 개편이다. 롯데주류는 탁주만 빼고 거의 모든 주종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탁주·맥주만 종량세로 전환되지만 향후 다른 주류들에 대한 세율도 바뀌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롯데주류는 현행 주세법상 주세 세율이 다른 주종들(증류식 소주·청주·과실주·위스키·와인·주정 등)을 모두 생산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비록 카스가 주력 브랜드이긴 하지만 30여 종이나 되는 수입 브랜드 맥주들을 판매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비맥주는 종량세 전환에 대해 의외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중소 수입맥주 업체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수입맥주는 나라별로 관세가 다르다”며 “종량세의 영향을 받더라도 가격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는 오비맥주가 자사 수입맥주 중 일부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 수입맥주 국내 생산은 종량세 체제에서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이기 때문에 검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종량세 전환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 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주류 과세 체계의 개편에 관한 공청회’에는 주류업계의 다양한 입장을 가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종량세 전환 방향을 연구한 한국조세제정연구원 관계자와 학계 관계자들은 “주세제도 개편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주류시장의 주종이 다양한 것처럼 각 관련 종사자들의 입장도 다르다. 정부가 전면적인 종량세 적용이 아닌 순차적 적용을 택한 것도 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지나친 마케팅 경쟁은 주류업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큰 혼란을 주기 때문에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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