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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만든 암호화폐 ‘리브라’, 은행을 죽일까
페이스북이 만든 암호화폐 ‘리브라’, 은행을 죽일까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9.06.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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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 인프라 통해 23억명에 송금·결제 서비스...전통적 화폐 기능 대처
크립토마켓이 온통 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 출시 소식으로 들끓고 있다.<리브라>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크립토마켓이 온통 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 소식으로 들끓고 있다. 당초 페이스북(Facebook)이 암호화폐를 출시할 것이란 외신 보도들이 나왔는데, 지난 18일(현지시각) 백서(White Paper) 공개로 그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본인 페이스북에
암호화폐 리브라를 만들어 내년에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캡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 27개 단체와 함께 ‘리브라 협회’를 운영하고 새로운 암호화폐인 리브라를 만든다”고 밝혔다.

그는 “단순한 글로벌 금융 인프라를 만들어 전 세계 수십억 인구에 권한을 주는 게 리브라의 미션”이라며 자사 메신저 앱(페이스북 메신저, 왓츠앱)과 연동해 내년까지 실제 사용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전 세계에 수십억 유저를 확보 중인 페이스북의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리브라의 탄생은 암호화폐 시장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에도 엄청난 파괴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리브라는 무엇이고 왜 다른 암호화폐보다 큰 파급력을 지니게 되는 걸까?

리브라, 은행에 종말 고할까

기술적 우열과는 별개로 리브라는 블록체인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운영사인 페이스북의 인지도와 압도적 사용자 수 때문이다. 지난 5월 기준 매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왓츠앱·메신저에 로그인하는 사용자 수(DAU)는 15억6000만명으로, 이는 월간 전체 유저 수(24억명)의 66%에 달하는 숫자다.

국내 ICT기업의 최강자이자 웹상에서 송금업을 영위하는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 카카오와 비교하면 이 숫자는 더욱 두드러진다. 네이버의 경우 DAU가 3000만, 카카오톡 DAU가 4000만인데, 페이스북은 유저 수에서 압도적일 뿐만 아니라 서비스 국가도 월등히 많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리브라는 송금과 결제 서비스에 접목될 계획이다. 송금의 경우 모바일기기에서 페이스북이나 메신저, 왓츠앱 등 기존 앱을 통해 이뤄질 수 있지만, 페이스북은 이를 뛰어넘는 독립된 앱을 구축하고 있다. 페이스북 앱을 사용하지 않는 잠재 사용자를 모두 끌어안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송금을 주로 하는 전통적 은행업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에 돈을 맡기고 주고받는 일을 모두 페이스북 플랫폼에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존 핀테크 사업자들이 은행과 제휴했던 것과 별개로 리브라는 이들의 도움조차 필요 없게 된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페이스북, 은행의 종말을 고하는 첫발을 떼다’ 보고서에서 “페이스북은 금융회사로 영역 확대를 꾀할 것이다. 플랫폼의 시대에서 23억명의 유저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큰 힘”이라며 “핀테크가 아닌 테크핀의 시대다. 그리고 금융회사에게는 위기”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이 리브라 출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암호화폐 업계가 들끓고 있다.<페이스북>
리브라 연합에 참여한 회사는 총 27곳으로
페이스북은 연내 100곳까지 회원사를 늘릴
계획이다.<리브라 홈페이지>

현재까지 ‘리브라연합’에 속한 회사는 비자와 마스터카드, 페이팔, 우버, 리프트, 이베이 등 27곳이다. 숫자만 봤을 땐 그다지 많지 않지만 각각의 플랫폼 사업자는 억 단위에 달해 사용처가 넓어진다. 페이스북은 내년 정식 출시 전까지 협회 안에 100여 곳의 회원사를 확보할 계획이다.

리브라 연합정책 책임자 단테 디스파르테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이 프로젝트에 내포된 의미는 비자나 마스터카드 로고가 붙어있는 곳이라면 리브라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제 서비스 차원에서 무궁무진한 사용처를 확보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리브라가 법정화폐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이란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쉽게 말해 토큰 한 개의 가치를 1달러와 고정하는 것으로, 시세 변동을 최소화해 전통적 화폐의 기능을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관점에서 리브라의 보편화를 꿈꾸는 페이스북이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한 것은 불필요한 시세 변동을 줄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송금과 결제 서비스에 적용될 리브라에 필수적 요건이기도 하다.

기술·규제 난관 극복은 과제

리브라의 성장 가능성과는 별개로 몇 가지 난관도 존재한다. 첫째는 기술적 문제로, 현재 리브라의 초당 트랜잭션(거래량)은 1000건에 불과하다. 이는 비자카드의 트랜젝션 속도인 2만4000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 낮은 수준이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도 초당 트랜젝션은 1500건으로 리브라보다 높다.

둘째는 규제 문제다. 현재 미국과 유럽의 규제 당국은 모두 리브라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이 백서를 내놓은뒤 얼마 되지 않아 미국 의회는 리브라에 속속 우려를 표했다. 이는 상하원 모두 같은 입장으로,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인 맥신 워터스 민주당 위원은 청문회 전까지 리브라 네트워크 개발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유럽연합 주요 국가인 프랑스와 영국도 정부 차원에서 리브라의 시장 안정성 저해 문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기술적 문제든 규제 문제든, 페이스북으로선 모두 풀어야 할 숙제임에 틀림없다. 이 두 가지 문제 중 어느 하나라도 해소되지 않는다면 17억명에 달하는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이 이루어지긴 쉽지않아 보인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