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정부가 운정신도시 사망선고, 3기 신도시 즉각 철회해야"
[르포] "정부가 운정신도시 사망선고, 3기 신도시 즉각 철회해야"
  • 도다솔 기자
  • 승인 2019.06.05 17:1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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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운정 주민들 3기 신도시 지정 거센 반발..."공권력 횡포로 주민들 사지 몰아"

[인사이트코리아=도다솔 기자] 경기도 파주시 운정신도시 주민들의 3기 신도시 정책에 대한 반발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달 7일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운정신도시 주민들은 5월 12일과 18일, 25일, 이달 1일까지 총 4회에 걸쳐 일산동구청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운정신도시 주민들은 2기 신도시가 아직 생활 인프라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3기 신도시를 발표하는 것은 사망선고나 다름없다며 정부의 3기 신도시 지정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반대 여론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서울 3호선 파주 운정 연장사업 조기 추진 ▲2023년 말까지 GTX-A노선 개통 ▲인천2호선 일산 연결 ▲대곡~소사 전동열차의 일산-파주 연장 운행 ▲고양선 신설 등 대책 마련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으나 운정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운정신도시 곳곳에는 3호선 연장을 촉구하는 크고 작은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도다솔
운정신도시 곳곳에는 3호선 연장을 촉구하는 크고 작은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도다솔>

지난 4일 오후 파주 운정신도시를 찾았다. 서울 여의도에서 직통버스를 타고 1시간여 만에 도착했다. 정오 무렵 도착한 동네는 매우 한적했다. 더운 날씨 탓인지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중심상가 지역으로 보이는 구역에는 은행 몇 개와 프랜차이즈 음식점, 드럭스토어, 대형마트 브랜드의 슈퍼마켓이 눈에 띄었다. 상권을 조금 벗어나니 아파트 단지만 끝없이 이어질 뿐 편의점 하나 찾기 어려웠다. 거리를 걷는 내내 아파트 단지마다 3호선 연장을 촉구하는 현수막들이 눈에 띄었다.

해당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한두 달 사이 동네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며 “여기(운정신도시) 아파트 분양도 한창 남았는데 답이 안보인다”며 혀를 찼다.

인근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3기 신도시 지정으로 미칠 후폭풍에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도다솔
인근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3기 신도시 지정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했다.<도다솔>

한 중개업자는 “5월 초에 3기 신도시 발표가 난 뒤로 문의 전화가 뚝 끊겼다”며 한숨을 쉬었다. “발표 전 매입하겠다며 찾아왔던 손님들도 발표 후 죄다 계약 않겠다고 하더라. 현재 운정신도시 1·2지구만 해도 인구가 20만명이고 3지구 공급이 끝나면 35만명 정도인데, 이 인구를 감당할 교통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애초 운정신도시는 3호선 연장 계획에 포함된 곳이기 때문에 이것을 믿고 이주한 주민들이 많다. 하지만 3호선 추진도 지지부진이고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교통망을 확대하겠다고 하니 운정 주민들은 허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그는 “앞으로 운정신도시 파크 푸르지오와 운정 중훙 S-클래스,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운정 1차 대방노블랜드 등 분양이 줄줄이 예정돼 있는데 처음 계획된 분양가보다 1000~2000만원은 내려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운정신도시 아이파크가 한창 공사중이다.도다솔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공사 현장.<도다솔>

같은 자리에 있던 한 중개업자는 “가격이 대폭 떨어졌다, 급매물이 많아졌다는 등 얘기는 많지만 아직까지는 소문처럼 큰 폭의 가격 하락이나 급매는 없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입지조건 상 서울과 더 가까운 고양 창릉지구 쪽으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도 인근 주민으로서 할 말이 아주 많다. 신도시랍시고 아파트만 잔뜩 지어놓고 교통도, 생활편의시설도 전혀 없는데 정부는 사람만 모아두면 저절로 신도시가 뚝딱 되는 줄 알고 있다”며 “운정신도시도 검단신도시도 아직 제대로 뿌리도 못 내린 상태에서 3기 신도시를 짓는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뙤약볕 아래 운정신도시 내 아파트 분양 홍보를 하던 한 홍보직원은 “예전에는 분양 목적은 아니더라도 주민들이 관심을 보였는데 지금은 워낙 3기 신도시 때문에 분위기가 안 좋아 분양 홍보하기가 조금 민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승철 운정신도시연합회장은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고양 창릉지구는 지난해 도면 유출된 원흥지구 부지 중 3분의 2가량이 일치하기 때문에 투기세력이 있을 수 있어 전수조사를 통해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며 “경기남부 신도시들과 상대적인 차별과 박탈감을 넘어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말살하려는 정책으로 3기 신도시 지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운정신도시연합회 관계자는 “운정신도시 주민들은 정부의 도시계획만 믿고 운정을 선택했는데 정부에 기만당한 꼴”이라며 “정부는 3기 신도시 지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운정신도시는 아직 생활기반시설이 부족해 제대로 된 용무를 보려면 일산신도시까지 가야하는 실정”이라며 “그나마 있는 신도시도 제대로 활용 못 하는 정부 때문에 왜 애꿎은 운정 주민들이 사망선고를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이대로 침묵하고 참을 수는 없다”며 “정부의 공권력 횡포로 우리 주민들을 사지로 몰고 가는 잘못된 정책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3기 신도시 철회를 요구하는 일산·운정·검단지역 주민 집회는 오는 9일 오후 5시부터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에 위치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