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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 정책의 역설]'10년 공공임대주택’은 부자들만 입주한다?
[무주택 정책의 역설]'10년 공공임대주택’은 부자들만 입주한다?
  • 도다솔 기자
  • 승인 2019.05.22 18:54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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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돼도 분양가 높아 서민은 내집 마련 어려워..."LH의 돈벌이 수단 전락" 비판도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연합회 회원들이 22일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연합회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연합회 회원들이 22일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연합회>

 [인사이트코리아=도다솔 기자]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 아무개(남·30대) 씨는 10년 후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 받을 수 있다는 10년 공공임대주택 정보를 듣고 내 집 마련 꿈에 부풀었다. 공공임대주택 분양 정보를 믿고 2017년 경기도 지역의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특별공급 청약을 신청해 운 좋게 당첨됐다. 그러나 당첨돼보니 10년 후 시세분양이라는 소식과 함께 오는 10월 입주를 앞두고 보증금 전환요율까지 변경돼 입주도 하기 전에 임대료가 올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의 경우처럼 10년 후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 받을 수 있다고 믿었던 10년 공공임대주택 임차인들이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 산정기준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무주택 서민들을 대상으로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이 시세 감정이냐,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냐를 두고 공공임대주택 임차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10년 공공임대 제도는 공공택지 내 조성된 공공주택을 임차인에게 분양전환을 통해 내집 마련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분양전환을 할 때 주변시세 90~95%를 적용한 감정평가금액으로 분양가를 산정하고 있어 대다수가 무주택·저소득층인 임차인들이 실제 분양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연합회는 국토부와 LH의 시세 감정가가 아닌 조성원가와 감정평가액 평균으로 분양 전환 가격을 정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7월 판교신도시를 시작으로 10년 공공임대 분양 전환이 줄줄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10년간 내 집이라고 여겼던 집을 높은 시세 분양가로 인해 잃을 처지에 놓였다고 호소하고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최근 동일한 공공택지에 조성되는 위례포자이의 경우 민간 건설사가 제공하는 중대형 일반분양 아파트인데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데 무주택자 등 서민에게 공급하는 LH의 중소형 분양전환 아파트는 시세 감정가를 적용한다”며 “위례포자이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800만원 선인데 반해 곧 분양 전환을 앞둔 판교 공공임대주택은 현재 24평 기준 평당 2500~3000만원으로 시세 감정가를 적용하면 분양가격이 너무 높아 무주택 서민들은 꼼짝없이 쫓겨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간건설사와 인천지방공사 등의 10년 공공임대주택은 이미 2만여 가구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확정분양가격으로 분양했는데 유독 LH만 시세 감정가액을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3년 10년 공공임대 정책을 시행하며 내세웠던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분양가 산정 방식을 시세 감정가를 기준으로 해선 안 된다”며 “사회적 약자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을 LH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게 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10년 공공임대, 무조건 내 집 되는 것 아니다?

반면 LH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이 10년 후 무조건 내 집이 된다는 개념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시세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분양전환을 시행한다는 것은 이미 당시 계약서에 명시돼있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은 10년간 임대했다고 해서 주택 소유권이 임차인에게 귀속되는 개념이 아니다”며 “2012년에 판교신도시 10년 공공임대주택 입주민들이 분양전환 조항 일부 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불공정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대법원 판결까지 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반기 분양 전환을 앞두고 입주민들이 분양 자금 마련이 어려울 수 있는 점은 공감하지만 전국 10년 장기임대주택 중 판교 입주자에게만 특별 혜택을 줄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계약상에도 분양가를 감정가로 하기로 한 것으로 명시돼 있고, 대법원까지 이어진 판결에서 불공정 약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게 LH의 입장이다.

다만 서민을 위한 주거안정을 위해 마련된 공공임대주택이 반대로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는 상황에서 국토부나 LH가 속 시원한 대안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임차인들이 분양 받기에는 집값 상승으로 분양전환가가 턱없이 비싸고, LH가 감정가 보다 싸게 분양하면 배임에 해당할 수 있는 까닭에 대책 마련이 쉽지는 않다.

광교 지역에 위치한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외벽에 걸린 현수막.<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연합회>

분양전환을 앞둔 공공임대주택의 한 장애인 입주민은 “국가유공자로 단 한 번의 청약 기회를 사용해 이곳에 왔는데 돈이 없어 쫓겨나게 됐다”며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하소연 했다.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연합회 관계자는 ”10년 후 입주민에게 귀속될 주택이 아니라면 왜 10년 공공임대에 당첨되는 즉시 청약통장이 소멸하게 제도를 만들었는지 의문”이라며 ”청약통장을 소멸 시켰다는 것은 10년 후 실제 분양받을 거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고, 분양권이 실효성 있게 행사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에는 분양가의 기준인 ‘감정가’를 바꾸기 위한 법률이 제출돼 있다. 오는 7월부터 분양전환을 앞둔 판교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공공임대주택이 분양전환되는 사례가 밀려 있다는 점에서 분양가격 책정에 대한 신속한 대책이 요구된다.

한편 연합회는 오는 2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2차 집회에 나설 예정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