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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음료, 조계종 ‘감로수’ 의혹 스캔들에 휘말린 사연
하이트진로음료, 조계종 ‘감로수’ 의혹 스캔들에 휘말린 사연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05.1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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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 지인 회사에 불법 로열티 지급 청탁 의혹 불거져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15일 경기 용인에 위치한 하이트진로음료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전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에 대한 배임 혐의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15일 경기 용인에 위치한 하이트진로음료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전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에 대한 배임 혐의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하이트진로음료의 경기 용인 본사가 지난 15일 서울 서초경찰서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또 하나의 재계 비리가 터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자아내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하이트진로가 100% 소유한 먹는 샘물 제조 및 판매회사다.

지난달 4일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대한불교조계종 지부(이하 노조)는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중앙지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서초경찰서가 사건 접수 한 달 보름여만에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이다.

조계종은 2010년 자승 총무원장 재직 당시 승려복지를 위한 수익사업으로 하이트진로음료와 계약을 맺고 ‘감로수’라는 생수 상표를 제공하는 대가로 10여년 동안 로열티를 받아 왔다. 조계종은 현재까지 약 11억5000만원의 로열티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에 따르면 종단 내 사찰들은 생수의 각 품목별 공급가가 일반 생수에 비해 다소 높음에도 불구하고 종단 목적사업에 동참한다는 자부심으로 생수를 매입해 왔다. 그러나 노조는 최근에 2018년 5월경 하이트진로음료가 작성한 ‘조계종단 감로수 공급 보고’ 문건을 입수하고 그동안 종단과 관계없는 ‘정주식회사’라는 곳에도 하이트진로음료가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단일 계약에 두 곳에 로열티가 지급된 것이다.

노조는 “조계종과 하이트진로음료가 체결한 계약서에는 종단로열티 이외에 또 다른 로열티 지급에 대한 계약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종단과는 무관한 제3자에게 로열티를 지급한 것은 명백한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수익사업은 하이트진로음료가 감로수를 생산하고 조계종 사찰이 이를 매입해 판매하는 구조다.

노조가 자승 스님을 피의자로 고발한 것은 계약체결 당시 총무원장이었던 자승 스님의 요구로 정주식회사에 로열티를 지급하게 된 것이라는 녹취록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자승 스님이 총무원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종단사업을 통해 얻은 이익을 사적으로 편취한 것으로 종단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이다. 정주식회사에 지급된 로열티는 2011년부터 2018년 말까지 총 5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노조는 이 금액은 그대로 종단에 들어와야 했다고 주장한다.

17일 심원섭 노조 지부장은 <인사이트코리아>와 통화에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승려복지를 위해 쓰여야 할 돈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갔으니 당연히 이를 바로잡는 것”이라며 “하이트진로음료-조계종단-자승 스님간 유착 관계가 경찰에서 명백히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조계종과 체결한 '감로수' 상표 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종단에 지급해왔으나 이와는 별도로 종단과 전혀 상관없는 회사에 별도의 로열티를 지급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조계종과 체결한 '감로수' 상표 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종단에 지급해왔으나 이와는 별도로 종단과 전혀 상관없는 회사에 별도의 로열티를 지급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대한불교조계종 지부>

 

정주식회사 정체·윗선 놓고 진실공방⋯검·경 철저히 밝혀야

그러나 하이트진로음료·조계종단 등은 “정주식회사에 대한 로열티 지급은 종단 계약과는 별도로 ‘마케팅 및 홍보수수료’ 계약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는 <인사이트코리아>와 통화에서 공개된 ‘조계종단 감로수 공급 보고’ 문건에 별도 계약에 따른 로열티가 동시에 표시된 이유에 대해 “해당 문건은 회사 내부에서 작성된 것으로 업무 참고용인 것을 안다”고 해명했다. 이어 “녹취록에 등장하는 하이트진로음료 직원은 계약 당시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지난 2월 19일 하이트진로음료 직원과 종단 내 수익사업을 진행하는 법인의 직원이 나눈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음료 직원은 “그거(정주식회사 로열티 지급) 이제 잘못 말씀드리면 안 되는데 최초 계약할 때 자승 총무원장 스님이 어느 누군가 특정한 분을 지정하면서 자기랑 관련된 사람이니 지급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대로라면 하이트진로음료는 비밀리에 정주식회사에 로열티를 지급한 게 된다.

또 녹취록에는 “자승 총무원장이 바뀌면서 그래서 그걸(정로열티) 없애자”고 하이트진로음료 직원이 말한 부분도 나온다. 이어 “그랬더니 우리 또 회장하고도 연관이 돼 있는...”이라고 말했다. 회사 최상부와 관련이 돼 있다는 것이다.

심원섭 지부장은 “정주식회사는 자승 스님의 동생이 2012년부터 3년 동안 사내이사로 재직했고 현재는 주소지에 왠 병원이 있는 페이퍼컴퍼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는 “계약 당시 정주식회사가 마케팅 및 홍보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했으므로 비록 실제로 마케팅이나 홍보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로열티 지급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 지금까지 로열티가 지급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녹취록에 '회장님' 언급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서초경찰서는 하이트진로음료 본사 압수수색에 이어 녹취록에 등장하는 하이트진로음료 직원, 조계종 관계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미심쩍은 일련의 의혹들이 말끔히 해소될는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