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허가반대→허가, 식약처에선 70일 사이 무슨 일 벌어졌나
인보사 허가반대→허가, 식약처에선 70일 사이 무슨 일 벌어졌나
  • 강민경 기자
  • 승인 2019.05.1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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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반대 이후 전문위원 5명 바뀐 뒤 결과 뒤집혀..."짜고 치는 고스톱" 의혹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017년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케이주(인보사)’의 허가 심의과정에서 2달 만에 결과를 번복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그래픽=이민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017년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케이주’ 허가 심의과정에서 2달 만에 결과를 번복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그래픽=이민자>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코오롱생명과학의 세계 최초 유전자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케이주(인보사)’에 대해 품목허가를 내준 허가를 과정에 의혹이 커지고 있다.

과거 식약처의 허술한 허가 기준과 더불어 최근 인보사의 성분 변경‧조작 파문이 불거진 이후에도 식약처 처리 방식이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부처인 식약처가 안일하고 허술한 대응방식을 보인 것이 인보사 사태를 야기한 배경이라는 비판이다.

2년 전 식약처의 인보사 허가 과정에서부터 의혹이 일고 있다. 2017년 4월 4일 1차 회의에서 7명의 전문위원 중 6명이 허가 반대의견을 냈는데, 2달여 만인 그해 6월 14일 2차 회의를 앞두고 위원 7명 중 3명이 빠지고 5명이 새로 들어가는 등 명단 교체가 있었고 그 뒤 ‘허가승인’으로 결과가 뒤집혔기 때문이다. 이후 인보사는 식약처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2달 만에 열린 2차 회의, 위원들은 바뀌고 보완된 자료는 없었다”

회의록에 따르면, 1차 회의에서 대부분 위원들이 허가 반대의견을 냈던 이유는 인보사의 기능‧성능면에서 당장 시판될 만큼 효능 인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 치료제보다 인보사의 효과가 좋다는 것을 입증하는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 인보사와 같은 유전자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결국 인보사는 품목허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2달 후인 2차 회의에서는 위원 구성에 변화가 생겼고, ‘허가승인’으로 반대 결과가 나왔다. 인보사 치료 효과에 대한 입증 자료는 보완되지 않은 채 허가 기준이 달라졌다.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위원들은 “연골이 재생되는 구조 개선이 없어도 허가한 사례가 있다” “(관절 통증의 감소 등) 증상 개선을 간접적으로라도 증명하면 인정할 수 있다” “MRI 구조개선은 기대할 수 없고 통증과 기능개선을 보고 MRI상 더 나빠지지 않으면 인정해주어야 하는데, 그 결과가 제시되었으므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위원들이 바뀌면서 허가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는 위원 교체 이유에 대해 “1차 회의에 참석한 3명이 일정상 못 온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업계 내부에서는 이러한 해명이 석연찮다는 분위기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1차에 들어온 3명 대신 2차 회의에 5명이 새로 들어왔는데 이들은 바이오산업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위원들”이라며 “이 5명 중 3명은 바이오기업의 사장(대표)이었던 사람으로 모 대학 교수, 모 병원 교수이면서 바이오 스타트업 기업 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또 다른 1명은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주도했던 나이 드신 국가기관 연구원, 나머지 1명은 제약 산업 발전을 위해 조건부 허가를 찬성하는 전 약사회장이었다”고 말했다.

정 사무처장은 “5명의 위원을 이러한 사람들로 채웠다는 것은 결국 인보사를 허가하겠다는 식약처의 의도가 작용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인보사 허가 2차 회의에서 약품 효능에 대한 추가 입증 자료가 제출되지도 않았는데 서류 검토만으로 허가 여부 결과가 뒤집혔다는 것에 대한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정형준 사무처장은 “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평가위원회 전문위원을 6년째 하고 있는데, 급여평가위원회에서는 급여와 비급여 평가 시 의견이 첨예하게 갈릴 때 추가보완자료를 다시 요청해서 이를 바탕으로 재논의를 한다. 대부분 그럴 때의 소요 기간은 1년 정도”라며 “그런데 세계 최초 골관절염세포치료제를 허가하는 과정에서는 1차 회의와 2차 회의 간 2개월이라는 시간밖에 없었다. 결국 인보사 허가 2차 회의 사이에 코오롱 측이 제출한 새로운 연구결과는 아무것도 없었고, 새롭게 밝혀진 논문도 없었다. 짜고치는 고스톱인 셈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논란이 되는 인보사 관련 회의는 식약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위)에서 개최하는 회의다. ‘약심위’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따지는 기구이며 의약품 사용에 있어 국민의 안전을 판단하는 사실상 최종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단체, 손문기 전 식약처장 고발..."현재 식약처도 문제"

당시 손문기 식약처장의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식약처 수장으로서 인보사 사태의 책임이 크다는 이유에서다.손 전 처장은 지난 14일 시민단체로부터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당했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손 전 처장이 식약처장 재직 당시 인보사의 신약 허가를 내주면서 주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293유래세포)라는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직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보사는 손 전 처장의 퇴임일인 2017년 7월 12일 신약 허가를 받았다.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3000명 이상이 인보사 투약을 했고 이제야 약품의 성분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았다. 또 바뀐 약의 성분이 종양을 유발한다고 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상황”이라며 “언제든 내가, 내 가족이, 내 친구가 이 환자들과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고발을 했다”고 말했다.

서민민생대책위는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와 노문종 코오롱티슈진 대표도 인보사 개발 과정에서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알면서도 의약품을 환자들에게 판매해 부당한 이득을 얻었다며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과거 식약처의 허술한 판단에 이어 현재 식약처의 대응 방식도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말 인보사 사태가 불거진 이후 2달여 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과거도 과거지만 더 큰 문제는 현 식약처다. 문제가 드러났는데도 두 달간 아무런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 코오롱 쪽에선 ‘변경허가’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얘기를 하는데 식약처도 지금 거기에 발 맞추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제조사인 코오롱생명과학, 허가해준 식약처 모두 인보사의 주요 성분이 바뀌었음을 확인한 상황에서도 허가를 취소하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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