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공짜폰 전쟁] 당신은 '빵집' 다녀왔나요, '호갱'인가요?
[5G 공짜폰 전쟁] 당신은 '빵집' 다녀왔나요, '호갱'인가요?
  • 이경원 기자
  • 승인 2019.05.1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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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KT·LG유플러스 가입자 유치 총력전...일부 유통점 불법보조금 기승

 

최근 LG전자 5G스마트폰 ‘V50씽큐’가 출시된 가운데 이통사의 공시지원금 상향 경쟁과 함께 불법보조금이 기승을 부리면서 '공짜폰' 대란이 일어났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경원 기자] ‘V50 ㅅㅋㄱㅂ 빵집 완료’ ‘V50 ㅋㅌㅂㅇ 빵집 졸업했다’.

지난 12일 휴대폰 구매 커뮤니티에는 위와 같은 제목의 게시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이 말을 해석하면, 전자는 LG ‘V50 씽큐’ 스마트폰을 SK텔레콤(ㅅㅋ)으로 기기변경(ㄱㅂ)해 ‘0’원(빵집)에 구매했다는 뜻이다. 후자는 LG ‘V50씽큐’ 스마트폰을 KT(ㅋㅌ)로 번호이동(ㅂㅇ)해 ‘0’원에 구매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둘다 최신 5G 스마트폰인 LG전자의 ‘V50씽큐’을 무료로 구매했다는 얘기다.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S10 5G’에 이어 LG전자 ‘V50씽큐’가 출격한 가운데 공시지원금 상향 경쟁과 함께 5G 단말기 판매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일부 유통점을 중심으로 5G 가입자 유치를 위한 불법보조금이 판을 치면서 ‘공짜폰’ ‘마이너스폰’ 등 출혈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10일 LG전자가 출시한 5G 스마트폰 ‘V50씽큐’의 출고가는 119만9000원이다. 국내 두 번째 5G 스마트폰이 출시되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5G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앞다퉈 공시지원금을 인상했다. 통신3사가 LG ‘V50씽큐’에 책정한 공시지원금은 33만원부터 최대 77만3000원까지로 역대 최대치다. 앞서 출시된 ‘갤럭시 S10 5G’의 최대 공시지원금이 54만60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0여 만원 많은 수준이다.

최고가 요금제로 LG ‘V50씽큐’를 구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SK텔레콤의 경우 가장 높은 공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SK텔테콤의 ‘5GX 플래티넘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77만3000원의 공시지원금을 지원한다. 공시지원금과 별도로 매장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추가지원금 15%를 추가로 할인 받으면 총 88만8900원을 할인 받는다. 결국 소비자는 ‘V50씽큐’를 출고가의 4분의 1 수준인 31만100원에 구입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LG유플러스 ‘5G 프리미엄 요금제’에 가입하면 57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제공, 매장 할인을 포함해 최대 65만5500원까지 할인 받아 54만35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KT는 ‘슈퍼플랜 프리미엄 요금제’를 통해 60만원의 공시지원금과 매장할인을 포함해 총 69만원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KT에서는 50만9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최신 출시 단말기에 이 정도 수준의 공시지원금을 지급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며,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이다.

문제는 공시지원금 할인을 통해 30만원~50만원을 주고 ‘V50씽큐’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있는 반면, 일부 휴대전화 집단상가와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법보조금이 기승을 부리면서 같은 제품을 '공짜'로 사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지난 주말 뽐뿌 등 휴대폰 구매 커뮤니티에는 ‘V50씽큐’를 저렴하게 샀다는 구매 후기들이 올라오면서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고가 요금제를 6개월간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0’원에 구매했다, 오히려 현금을 돌려받고 구매했다는 등의 글들이 게시됐다.

게시물 중에는 ‘ㅅㅋㄱㅂ 빵집에서 샀다(SKT 기기변경을 통해 단말을 무료로 샀다)’는 게시글들이 가장 많았다. 이외에도 ‘ㅅㅋㄱㅂ 성지(SKT 기기변경 싸게 파는 곳)가 있냐’ ‘좌표 좀 공유해달라’는 등의 문의 글을 비롯해 “남들 다 빵집으로 한 거 같은데 대란에 탑승하지 못했다”며 “프라임 89 6개월 유지로 ㅋㅌ에서 ㅅㅋ로 갈아탔는데(프라임요금제를 6개월 유지하는 조건으로 KT에서 SKT로 번호이동했는데) V50을 10만원 주고 산거면 망한거냐”고 하소연하는 후기도 있었다. 120만원에 달하는 제품을 공짜로 구매한 사람들이 많이 생기면서 10만원에 구매를 한 것이 되레 비싸게 주고 산 것처럼 돼 버린 셈이다. 

지난 12일 휴대폰 구매 커뮤니티에 올라온 LG 'V50씽큐'를 공짜에 구매했다는 게시글.<휴대폰 구매 커뮤니티 캡처>

스마트폰 구매시 선택약정과 공시지원금 할인 중에서 공시지원금을 선택할 경우, 통신사에서 정한 이통사별 공시지원금과 더불어 유통망 할인 명목으로 공시지원금의 15%에 해당하는 추가지원금이 지원된다. 두 가지 할인 외에 추가로 지급되는 것은 단통법상 불법보조금에 해당된다.

공짜폰, 어떻게 가능했나

업계에 따르면 이통사는 유통점에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지원한다. 판매장려금에는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할인해주는 추가보조금 할인비용과 인건비, 매장청소 등의 관리비가 포함된다. 유통점은 이통사에서 매일 제공하는 판매장려금 정책에 맞춰 소비자에게 단말기를 얼만큼 싸게 제공할지 수익을 따져 시세를 정한다.

그런데 일부 유통점의 경우 더 많은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관리비 등에 써야할 판매장려금을 동원해 단말기를 싼 값에 파는 편법을 쓰는 것이다. 단말기 판매 시 고가요금제나 부가서비스 이용 등의 조건이 포함될 경우 이통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판매장려금액이 높아지기 때문에 단말기를 싸게 주면서 고가요금제를 일정기간 유지한다는 조건을 붙이기도 한다.

이런 유통구조를 알고 있는 일부 소비자들은 휴대폰 구매 정보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시세표를 참고해 ‘성지(휴대폰을 싸게 파는 곳)’로 불리는 신도림·부천 등의 집단상가에 직접 찾아가 가격을 비교하면서 구매를 한다. 가령 판매자가 공짜로 단말기를 제공한다고 했을 때, 일반 대리점에서 구매하는 것과 동일하게 서류 작성이 이뤄지지만 보통 단말기 할부원금은 ‘0’, 완납된 것으로 표시된다. 불법보조금이 지원 되더라도 서류상에는 완납처리가 된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공짜 여부는 확인이 어렵다. 일반 대리점에서 제값을 주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호갱'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번 '공짜폰 대란'은 이통사들의 리베이트 경쟁이 심화되면서 확산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통사가 더 많은 5G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성지라 불리는 일부 집단상가나 온라인 등지에 파격적인 리베이트를 지급했다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따르면 제품당 정부가 이통사에 권장하는 판매장려금은 관리비 포함, 평균 30만원 수준이다. 이통사에서 유통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이 얼만지는 영업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이통사의 ‘V50씽큐’ 공시보조금 할인에 따르면 119만9000원의 ‘V50씽큐’를 공짜로 구매하기 위해서는 유통점에서 구매자에게 30만원~50만원을 빼줬다는 계산이 나온다. 판매자가 자신의 수익을 고려해 할인을 해줬다고 가정하면 제품당 최소 50만원 이상의 리베이트가 지급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통사 관계자는 “역대급 공시지원금을 내놓았더니 경쟁사가 번호이동시 제공하는 리베이트를 더 높이 끌어올렸다”며 “이런 식으로 더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사 간 리베이트 경쟁이 붙어 공짜폰이나 마이너스폰이 가능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차별적 지원금 지급에 경고

LG 'V50씽큐'와 듀얼스크린.<LG전자>

방통위는 지난 13일 이통3사 임원들을 소집했다. 

이통3사 임원들은 지난 주말 사이 집단상가, 온라인 등 일부 유통점에 과도한 차별적 장려금이 지급됨으로써 불·편법 지원금이 지급된 것을 인정했다.

방통위는 차별적 지원금 지급 등 불법을 동원하면서까지 5G 서비스를 판매할 경우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5G 서비스 단말기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확대해 5G 서비스 활성화를 이끈 것은 단말기유통법 취지와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이통사에 불법적 지원금의 원인이 되는 단말기 판매장려금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 줄 것과 관할 유통점의 불법적 지원금 지급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통사가 공시지원금을 확대한 것은 소비자 부담을 덜어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판매장려금을 확대할 경우 소비자 간 편차가 커질 우려가 있다”며 “일부 유통점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짜폰 대란에 힘입어 LG전자의 첫 5G 스마트폰 ‘V50씽큐’의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출시된 ‘V50씽큐’는 지난 주말 약 5만 대의 판매기록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의 전성기였던 2014년 LG G3의 판매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