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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테라+참이슬) vs 카스처럼(카스+처음처럼) '소맥 전쟁'
테슬라(테라+참이슬) vs 카스처럼(카스+처음처럼) '소맥 전쟁'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05.16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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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테라' 판매 파죽지세⋯맥주시장 판도 바꿀지 주목
하이트진로 맥주 신제품 '테라'가 출시 50일만에 130만 상자 팔렸다. 지난 3월 13일 테라 출시행사에서 김인규 대표이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인사이트코리아>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하이트진로의 맥주 ‘테라’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3월 21일 출시 이후 40여일 만에 100만 상자를 돌파하더니 지난 14일에는 130만 상자(약 3900만 병, 330ml 기준)가 판매되며 파죽지세로 시장을 점령해 나가고 있다. 오는 6월 생맥주 출시를 앞두고 있어 판매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하이트·맥스·드라이피니시d 등의 첫 달 판매량이 20만~30만 상자 수준임을 감안하면 기존 맥주의 3~4배에 이르는 폭발적인 초기 반응”이라고 말했다. 경쟁사 제품인 카스 출시 때보다 더 빠른 수치라고 이 관계자는 귀띔했다. 2011년 하이트진로가 오비맥주에 빼앗겼던 국내 맥주시장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는 새로운 '무기'가 탄생했다는 게 하이트진로 측 설명이다.

그러나 아직 판단을 내리기에는 이르다는 견해도 있다. 1993년 당시 하이트 맥주가 나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하이트진로가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기까지 3년이 걸렸다. 다시 오비맥주가 카스를 들고 나와 하이트진로를 역전하는 데 걸린 시간도 꽤 길다. 한국기업평가·한국주류협회·오비맥주 등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오비맥주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아이스라이트·레드·레몬·라이트 등 카스 중심으로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2년 후 하이트진로의 맥주시장 점유율을 넘어섰다. 가장 최근 파악된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24%, 52%로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이트진로 1위 탈환’ 선봉에 설 '테슬라'

테라 출시행사에서 김인규 대표는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년 안에 두 자릿수 시장점유율을 확보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오성택 마케팅실 상무는 “출시 전 2200여명의 소비자 테스트를 거친 결과 역대 맥주 신제품 중 가장 많은 참여자가 구매의향을 나타냈다”며 자신감 내비치기도 했다.

테라는 100% 청정맥아와 리얼탄산, 녹색병 패키지 품질·디자인·콘셉트 등 모든 면에서 새롭게 태어난 브랜드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성공신화를 썼던 하이트도 비슷한 탄생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하이트진로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테라는 출시 50일 만에 130만 상자가 판매돼 생산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출시 효과, 컨벤션 효과 등과 같은 일시적 현상일 수 있지만 하이트진로는 '반짝 거품'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테슬라(테라+참이슬)'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면 큰 일기를 끌고 있다.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테슬라(테라+참이슬)'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 직원들은 매주 목요일 팀별로 배정된 서울 각 지역으로 나가 시음 행사 등 거리 홍보 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퇴근 후 개인적인 모임 자리에서도 다른 손님들이 테라를 얼마나 주문하는지 특별히 신경을 쓴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반응을 직접 살핀 결과 현재 판매 호조가 거품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는 얘기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시장 반응이 있다. 테라 출시 이후 술자리에서 ‘테슬라’라는 신조어가 유행한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테라와 참이슬의 합성어로 소맥을 지칭하는 말이다. 예컨대 유흥주점에서 소맥을 주문할 때 “테라 한 병, 참이슬 한 병 주세요”라고 하지 않고 “테슬라 주세요”라고 말한다는 것.

주류업계에선 소비자들의 술 마시는 습관을 바꾸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이자 도전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소맥을 즐겨 마시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맥주와 소주를 선호하느냐가 왕좌의 주인을 결정하는 것이다. 카스가 왕좌를 차지할 당시 ‘카스처럼’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이는 카스와 소주 처음처럼의 합성어다. 본격적으로 '테슬라'와 '카스처럼'의 진검 승부가 예고되고 있는 셈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테슬라라는 말이 유행한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음주 습관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가장 어려운 숙제를 풀었으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은 술자리에 친구나 지인들에게 테슬라를 주문하는 사람을 봤다는 문자를 받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테라’ 3분기까지 시장 안착 여부가 관건

증권가에선 국내 맥주시장 판도는 테라가 올해 3분기까지 얼마나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시장에 안착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증권 조상훈 애널리스트는 “테라는 기존 맥주와 맛, 디자인 등 차별화된 포인트를 앞세워 초기 반응이 양호한 편”이라며 “테라가 필라이트의 성공 스토리를 재현한다면 37%까지 떨어진 공장 가동률을 최대 55%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장 가동률은 주류업체의 실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 매출 실적 분기별 추이 및 2019년 분기별 추정치.<자료=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 심은주 연구원은 “테라는 월 30억원~40억원 정도 매출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3·4분기 맥주 매출 성장률은 각각 1.7%, 6.9%, 5.9%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017년 출시한 발포주 필라이트가 지난 2월 누적판매량 5억 캔을 돌파하며 여전히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경쟁사인 오비맥주가 가격을 5.3% 올린 것이 하이트진로의 시장지배력 개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경쟁사의 가격 인상은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가격 경쟁력 뿐만 아니라 향후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올리면 영업이익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부정적인 요소도 존재한다. 이미 장기화 국면에 들어선 경기불황은 말할 것도 없고 시장점유율이 20% 가까이 치솟은 수입맥주의 위협도 무시할 수 없다. 기대를 모았던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주세법 개정이 무기한 연기돼 수입맥주의 기세를 꺾을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오비맥주는 신제품 출시 보다는 가격인상·수입맥주 확대 전략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종금증권 김정욱 애널리스트는 “테라의 초기 성과는 6~7월까지의 판매 집계를 통해 확인 가능할 것”이라며 “출시 첫해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점유율은 전국 기준 5%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로선 부정적 요인보다는 긍정적 요인이 많다”며 “테라를 포함한 맥주 점유율 목표를 5~7% 상향해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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