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1-22 07:23 (금)
‘홍보 달인’만 있으면 게임 끝?
‘홍보 달인’만 있으면 게임 끝?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19.05.02 1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득력’ 갖춘 홍보 메시지 없다면 빈 껍데기
지난 4월 17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 올해 막바지 벚꽃 물결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뉴시스
지난 4월 17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 올해 막바지 벚꽃 물결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뉴시스>

얼마 전의 일이다. 늘 그렇듯이 그 날도 아침 일찍 기상했다. 그리고 새벽 공기를 흠뻑 마시기 위해 창문을 활짝 열었다. 모처럼 스마트폰에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둘 다 좋다고 예고된 덕분이다. 언제부터인가 마시는 공기조차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과학과 산업의 발전이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닌 듯싶다.

아파트 9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세상이 온통 백색이다. 마치 밤새 함박눈이 내린 것 같다. 4월 중순에 말이다. 십 수년 된 벚나무의 꽃들이 일제히 만개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요즘은 굳이 힘들게 벚꽃 축제에 까지 가서 인파에 치여가며 꽃 구경을 할 필요가 없다. 규모는 작지만 도심 아파트 단지들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벚꽃 하면 생각나는 지방 도시가 있다. 인구가 5만이 조금 넘는 곳이다. 지방자치단체 중에 산과 강 그리고 바다가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라고 들었다. 십 수년 전 그 지역 벚꽃 축제에 가 본적이 있다. 신세 좋게 꽃 구경 간 것이 아니라 4월 어느 날 업무차 들렀는데 그만 불가피하게 당일치기 일정이 1박 2일로 조정된 까닭이다.

오후에 일을 마치고 공항에 가야 되는데 전국에서 꽃 구경하러 몰려든 차량과 인파로 도로가 막혀 예약된 비행기행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난생 처음 산과 강을 따라 십리길 구비구비 펼쳐진 벚꽃의 바다를 항해해 본 경험을 갖게 되었다. 이후 그곳과 인연이 있었는지 몇 년간 지자체의 홍보자문 업무를 하게 되었다. 다음은 십 수년 전 지방 작은 도시에서 홍보의 달인을 만나게 된 에피소드이다.

벚꽃과 홍보의 달인, 홍보거리

주말을 이용해 우리나라 남단에 위치한 어느 군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모처럼 시간을 낸 친한 언론인 몇 명과 동행을 하게 되었다.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버스터미널에서 반갑게 우리 일행을 맞이한 이는 기업으로 치면 홍보팀장급의 공무원이었다. 필자 보다 몇 년 연배가 위인 그는 그 곳에서 태어나 자랐고 30여년을 공무원 생활을 한 토박이라고 했다.

같은 홍보맨이라 동료 의식을 갖고 슬쩍 물어 보았더니, 이전에 홍보 관련 교육을 특별히 받은 적은 없다고 한다. 일반 공무원들이 그렇듯이 순환 보직 근무를 하다가 2년 전부터 생소한 홍보 업무를 맡게 되었다고 한다. 지역 언론사나 중앙 언론의 지방 주재 기자들을 상대로 군의 홍보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 주된 일이라고 했다.

그의 하루 일과를 물어 보았다. 아침 5시 반에 기상해 운동 및 식사 등 출근 준비를 마친 후 7시에 군청 사무실에 도착한다. 배달되어 있는 수 십여 종류의 신문을 꼼꼼히 훑어 보고 군과 관련된 기사들을 일일이 오려두고 다시 보고용으로 편집한다. 9시가 되면 전날 미리 준비한 보도자료 4~5건을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로 일제히 발송한다. 이어 10시에는 이미 보낸 보도자료와 관련 있는 사진자료를 발송한다.

그리고 일과 시간 중 수시로 전화 취재 문의를 해오는 기자들을 상대하거나 혹은 직접 군청을 방문하는 기자들의 취재를 지원하기도 한다. 저녁 시간은 또 어떠한가. 도청 소재지가 있는 지역에서 취재를 오는 기자들이나, 멀리 서울에서 찾아온 중앙 언론 기자들 뒷바라지에 거의 매일 늦은 밤 귀가한다고 한다.

이번 방문에서 우리 일행에게 보여 준 그의 행동은 당시 언론 홍보 업무를 20여년 이상 수행하고 있는 필자의 눈에도 기대 이상이었다. 회의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자리에서, 혹은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중에, 혹은 군의 주요 시설물을 견학하고 있는 도중에, 그리고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온갖 열의와 정성을 다해 군의 다양한 자랑거리, 즉 홍보꺼리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것이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홍보에 대한 열정과 자세로만 보면 ‘홍보의 달인’이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여기에서 질문 하나. 과연 기업이든 지자체든 어느 조직이나 내부에 ‘홍보의 달인’만 있으면 홍보 업무가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는 가능하다고 본다. 단, 여기에는 한 가지 필요 조건이 있다. 홍보의 대상, 혹은 홍보꺼리가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즉, 조직에서 언론 매체를 통해 고객(소비자, 국민 등)에게 전달하려는 홍보 메시지가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그리고 대대적으로 언론 매체를 통해 홍보했다 하더라도, 메시지를 받는 수용자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왜곡되게 받아들인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론 홍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달하고자 하는 홍보 메시지의 원천적 근거인 팩트(Fact) 자체가 정확성, 투명성, 합리성, 보편 타당성 등 소위 ‘설득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설득력’ 없는 홍보 메시지는 아무리 자주, 크게 외쳐도 메아리 없는 외침처럼 공허할 뿐이기 때문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