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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습관병’ 끊어내자
‘추경 습관병’ 끊어내자
  •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
  • 승인 2019.03.31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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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추가경정예산(추경) 타령이다. 올해 본예산 집행을 시작한 지 석 달도 안 됐는데 벌써 추경 편성이 검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 대책용 추경 편성을 지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미세먼지뿐 아니라 경제 전반을 살펴 검토 중”이라고 응답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추경 10조원이면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추경이 아무 때나 꺼내 쓰는 쌈짓돈인가. 올해 예산 470조원은 전년대비 증가율이 9.5%인 슈퍼 예산이다. 막대한 본예산이 아직 본격 집행되지도 않았는데, 습관적으로 추경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정부 스스로 본예산 편성이 잘못됐음을 시인하는 격이다.

추경은 이미 연례화 됐다. 국가재정법은 대규모 재해 등 예상하지 못한 비상시에만 추경을 편성하도록 규정했지만, 보수정부나 진보정부나 이를 무력화시켰다. 이번에 또 추경을 편성하면 2015년부터 5년 연속,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 연속이다. 이쯤 되면 ‘재정 중독’, 원칙적으로 없어야 할 추경을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드니 ‘추경 중독’ 소리를 들어도 싸다.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으로 각급 학교에 대용량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저소득층에 마스크를 지원하는 것을 추경 명분으로 내세운다. 미세먼지가 재난 수준이긴 해도 돌발 상황은 아니다. 이미 올해 본예산에 2조원 정도가 관련 비용으로 잡혀 있다.

투자·생산·고용 등 핵심지표가 부진하고 수출이 넉 달째 감소하는 등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올 들어 경제가 여러 측면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여 다행스럽다”고 했다. 우리 경제를 낙관적으로 진단하면서 추경 편성을 기정사실화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한 해의 4분의 1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추경 카드를 들이민 것은 경제정책의 실효성과 신뢰도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본예산이든, 추경이든 재원은 결국 국민 세금이다. 더구나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세수 불황’이 예고된 터다. 추경을 편성하려면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섣부른 추경보다 지난 2년의 추경 효과부터 반추하라. 현 정부 들어 2017년 11조원, 지난해 4조원 등 총 15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을 했는데도 사정이 나아지기는커녕 악화됐다.

잇따른 추경에도 고용참사는 여전하고 경제 활성화에 실패한 이유가 정책에 있지 않은지 돌아볼 때다. 과속 최저임금 인상 등 현실을 도외시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고수하면서 추경으로 돈을 뿌린다고 경제가 회생할까. 단순 실업대책으로 노인 공공알바를 늘리고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하며 토건사업을 벌이는 것이 적절한 씀씀이인가.

우리나라 재정에 여력이 있다지만,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소진될 수 있는 불안한 구조다. 총선거가 잡혀 있는 내년 본예산 규모는 5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2011년 300조원을 돌파한 예산이 2017년 400조원으로 올라서는데 6년 걸렸다. 그런데 불과 3년 만에 500조원을 넘길 판이다. 역대급 예산 증가율이다.

국민 세금 쓰는 걸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한다. 예산은 꼭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새로운 정책과 사업을 벌일 때 재원확보 방안을 함께 강구하는 페이고(Pay-Go)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툭하면 추경 카드를 꺼내드는 습관병도 제발 끊어내자.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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