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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공격적 결렬 전략에 김정은 뒤통수 맞다
트럼프 공격적 결렬 전략에 김정은 뒤통수 맞다
  • 박상기 전문위원 겸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 승인 2019.03.31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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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자신감 틈 타 반격 나선 미국의 복수전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틀째인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국제미디어센터 대형 모니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단독회담 영상이 중계되고 있다. 뉴시스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틀째인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국제미디어센터 대형 모니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단독회담 영상이 중계되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약세로 돌아섰다.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회담 성공을 예감한 하노이행 축제분위기로 들떴던 기차 여행은 참담한 패배로 끝나 평양으로 돌아가는 기차의 분위기는 씁쓸함을 넘어 살벌했을 것이다.

협상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 가운데 하나가 과신(Overconfidence)이다. 지나친 자신감은 대부분의 경우 화를 부른다. 자신감에 취해 상대의 치명적인 역공을 예상하지 못하고 방비를 허술하게 하다 일격을 맞게 되면 치명타를 입기 때문이다.

이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작년의 1차 싱가폴 회담에서 김정은의 ‘북핵 포기’를 공동 선언문에 넣을 것으로 자신했던 트럼프. 그러나 김정은은 ‘북핵 포기’ 선언내용을 거부했고, 결국 싱가폴 북미정상회담은 실패로 끝났다.

미국의 조야와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트럼프의 굴욕 외교를 성토했고, 결국 트럼프 탄핵정국을 조성하게 되었다. 트럼프의 섣부른 협상 타결에 대한 자신감이 부른 참사였다.

잠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미국은 절대 지고는 못 사는 나라라는 것이다. 자존심이 강해도 너무 강하다. 세계 최빈국이자 지구상 유일한 공산독재 국가인 북한의 김정은에게 당한 수모는 트럼프 뿐만 아니라 미국이란 나라에게 수치를 가져다 주었고, 결국 김정은에게 설욕을 하는 것이 다음 협상의 목표가 되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되게 만들어 버렸다.

즉, 싱가폴 회담에서 김정은이 비핵화 선언 약속을 져버려 미국 내에서 참담한 외교적 실패라는 정치적 부담과 탄핵정국이란 위기상황에 빠진 트럼프와 미국 정부로선, 미국 내 정치 위기상황 타개 및 북미회담의 협상력 제고를 위해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에게 확실한 보복을 하는 모습을 전세계에 생중계 하기로 일찌감치 작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설욕전, 즉, 2차 북미정상회담을 결렬시키는 전략을 거부하는 혹은 머뭇거리는 한 사람이 있었다. 누구였을까? 바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다. 아니 왜? 라고 묻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의 통상적인 혹은 표준 외교협상전략 프로세스는 트럼프의 비즈니스 협상 전략이나 프로세스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식’으로 회귀한 트럼프와 수뇌부

미국의 외교협상은 협상 사안의 주요성이나 상대국의 저항 그리고 달성해야 할 합의 조건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초기 협상 결렬을 포함한 강한 압박 기조의 유지를 통한 3~4차례 협상라운드가 일반적이다. 국가간 외교협상이란 살펴야 할 상황도 많고, 협의해야 할 이해 당사국들이 워낙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기 때문에 협상 초기에 깔끔하게 합의에 이르기 힘들다. 게다가 미국은 자국 이익 실현 욕구가 대단히 강한 협상 특성을 갖고 있어 어지간한 조건에는 합의하지 않은 성향이 있어 더 더욱 까다롭다.

그러나 부동산 개발 사업을 통해 협상을 배우고 다져온 트럼프는 다소 다른 협상 특성을 갖고 있다. 즉, 상대를 압박하기는 하지만 가급적 협상을 빨리 종결 지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협상을 빠르게 진행하고 조속히 합의에 이르는 것은 비단 트럼프 대통령만의 특성은 아니다. GE의 전 회장 잭 웰치도 엄청난 규모의 M&A 협상을 전광석화 같이 빨리 끝내는 신기에 가까운 협상력으로 유명했다. 비즈니스 협상에서는 시간이 돈이고, 협상을 지나치게 오래 끌면 비용과 리스크가 상승하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깔끔하게 끝내는 것이 미국 비즈니스 협상의 미덕이다.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싱가폴 회담의 상공을 원했고 자신했던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그토록 참담하게 당했으면서도 불구하고 하노이 회담에서도 김정은의 합의를 기대하고 협력적 혹은 타협적으로 나서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트럼프를 막은 것이 바로 폼페이오를 포함한 트럼프의 수뇌부였다. 그리고 이미 싱가폴 참사로 호된 정치적 위기와 수모를 겪은 트럼프는 더 이상 자신의 빠른 협상타결 선호 태도를 접고, 폼페이오와 볼턴 등 수뇌부의 강력한 제안을 받아들여 2차 하노이 협상은 애초부터 공격적 결렬전략 시행을 결정했다고 봐야 한다.

즉,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은 이제까지의 트럼프식 비즈니스 협상 스타일을 벗고, 결렬과 압박 그리고 회유를 믹스한 전통 4라운드 외교협상 프로세스가 시작되었음을 알려주는 신호탄이었던 것이다.

또한 초강경 보수의 간판인 볼턴의 입을 통해 결렬을 유도 및 성사시킴으로써 “Good Deal or No Deal(좋은 합의가 아니면 결렬)”이란 세계 최강국 미국 대통령다운 강력한 의지를 미국 국민들과 정치권에 피력할 수 있었으며 이는 곧바로 끓어 오르던 탄핵정국을 잠재우는 마법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

트럼프는 이제부터 북미협상에서 자신의 방식이 아닌 수뇌부의 대북 협상전략을 신뢰하고 지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음을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

하노이 북미회담의 결렬은 트럼프의 미국에겐 북미회담에서의 우위 확보란 성과를, 김정은의 북한에겐 역전하기 힘든 협상의 열세를 가져 왔으며, 향후 이어질 실무회담과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