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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주류회사 하이트진로, 95년 역사 좌절과 성공 스토리
'토종' 주류회사 하이트진로, 95년 역사 좌절과 성공 스토리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03.31 16: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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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도 맥주도 다시 새로운 신화를 써야 할 때다
하이트진로의 시초는 1933년 설립된 '조선맥주주식회사'로 5년 후 100년 기업을 바라보고 있다.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의 시초는 1933년 설립된 '조선맥주주식회사'로 5년 후 100년 기업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은 1962년 생산된 크라운맥주(왼쪽)와 당시 크라운맥주 직매장. <하이트진로>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95년 전통의 국내 최대 종합주류기업 하이트진로가 국내 맥주시장 왕좌 재탈환에 나섰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3월 21일 호주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의 맥아 100%, 리얼탄산 100%, 그린 패키지 등 차별화된 맥주 신제품 ‘청정라거-테라(TERRA)’를 시장에 내놓았다. 2017년 4월 국내 최초 신개념 발포주 ‘필라이트’를 출시해 1년 10개월 만에 5억 캔 판매를 달성한 뒤 내놓은 야심작이다.

조선맥주·크라운맥주를 아시나요?

국내 맥주 1위 기업이지만 외국 자본으로 운영되는 오비맥주와 달리 하이트진로는 95년 역사의 토종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맥주와 달리 소주시장은 ‘참이슬’ 브랜드로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지난해 소주 수출액은 5384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3년 5804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세계 주류시장 침체 등으로 2년 연속 하락해 2015년 4082만 달러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2016년 ‘소주의 세계화’를 선포한 이후 2년 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100년 기업’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3월 13일 테라 출시 행사에서 김인규 대표는 “대한민국 대표 주류기업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100년 기업’을 만들기 위해 필사즉생의 각오로 끊임없이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이트진로의 시초는 1933년 설립된 조선맥주주식회사다. 당시 경기도 시흥군 영등포읍에 준공된 조선맥주 공장은 자본금 600만원에 공장 규모는 10여만 평이나 됐다. 미쓰코시 백화점보다 높은 5, 6층 높이의 건물이 장안의 화제였다고 전해진다.

1945년 해방 후 맥주공장들도 미군정 관리에 들어갔다. 6·25 전쟁을 거치며 1952년 피난지 부산에서 민간에 인도되고 상호는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상표는 크라운맥주로 바뀌었다. 이후 여러 과정을 거쳐 1967년 고(故) 박경복 회장이 경영권을 인수했다. 박경복 회장은 1971년 영등포공장의 시설을 2배로 늘리고 1973년 8월에는 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시켰다. 1978년에는 도산한 한독맥주(이젠백맥주)의 마산공장을 인수, 연간 생산능력을 34만㎘로 늘렸다. 1989년 전주공장, 1997년 강원공장을 건립해 현재 연간 총 123만㎘(연간 1억2300만 상자)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지난 13일 열린 '청정라거-테라' 출시 행사에서 “대한민국 대표 주류기업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100년 기업’을 만들기 위해 필사즉생의 각오로 끊임없이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이트진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지난 13일 열린 '청정라거-테라' 출시 행사에서 “대한민국 대표 주류기업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100년 기업’을 만들기 위해 필사즉생의 각오로 끊임없이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이트진로>

조선맥주는 1991년 3월 박경복 회장의 둘째 아들인 박문덕 사장이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2세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1998년 사명을 하이트맥주주식회사로 변경하고 2000년에 박문덕 회장이 취임했다.

2005년 하이트맥주는 진로를 합병해 명실상부한국내 최대 종합 주류기업으로 재탄생했다. 하이트맥주의 성공신화는 브랜드 성공사례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이트맥주는 당시 경쟁사에 무려 40년 동안 열세에 있었다. 시장 점유율은 3대 7의 절대 열세였다. 하이트의 성공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당시 박문덕 사장이다. 그가 영업담당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취임한 1991년 3월 1일, 취임과 때맞춰 드라이 공법의 ‘마일드’를 선보였다. 그로부터 17일 후에 경쟁사가 코너에 몰리게 된 페놀 사건이 터졌다. 덕분에 마일드는 힘을 들이지 않고 반사이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경쟁사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그해 하반기에 들어서자 경쟁사는 원상을 회복하기 시작했고 마일드는 다시 내리막길로 돌아섰다. 하이트맥주로서는 천재일우의 반격 기회가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그 무렵, 당시 진로그룹이 맥주 시장에 뛰어든다는 소문이 돌았다. 방관하고 있다가는 고래싸움에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사내에 돌기 시작했다.

박 사장은 총체적 난국를 타개하기 위해 신상품 개발 특명을 내렸다. 이에 따라 1992년 5월 마케팅부를 신설, 신제품 개발을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당시 경쟁사 제품과 모든 면에서 차별화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신제품에 대한 지배적인 견해였다. 하이트맥주는 하이트를 론칭한 3개월 이후 초기 구매 실상을 파악하고 중간 수정 전략 수립에 필요한 기초 자료 수집을 위해 소비자 구매실태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재구매 및 재음용률이 90% 이상으로 하이트의 시장진입은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이트맥주는 조사 결과대로 기록적인 매출신장을 기록하며 정상궤도에 올랐다. 하이트맥주는 하이트의 지속적인 판매호조에 힘입어 1993년 출시 당시 30% 선에 그쳤던 시장점유율이 1994년 35%, 1996년 43%로 업계 1위에 올라섰다. 이후 2000년 53%, 2009년 59%를 돌파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첩보영화 방불케 했던 ‘진로’ 인수전

하이트맥주가 진로 인수 작업에 착수한 것은 진로의 법정관리 개시 직후인 지난 2003년 10월이다. 회사의 사활을 걸고 진로를 반드시 인수하라는 박문덕 회장의 특명이 있고부터다. 그 후 1년 6개월 동안 하이트맥주는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며 치밀하게 인수 작업을 진행했다. 2004년 1월 재무·회계·자금 조달 컨설팅을 위해 UBS증권 및 산업은행을 파트너로 삼고, 6월엔 법무법인 지평을 자문 로펌사로 지정하는 등 인수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하이트맥주가 일찌감치 진로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절박감 때문이었다. 진로를 다른 회사에 뺏길 경우 하이트의 맥주 사업이 존망의 기로에 설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

진로 인수를 위해 롯데·CJ는 각각 아사히, 기린맥주 등 일본 맥주사와 컨소시엄을 이루고 있었다. 박 회장이 ‘사활을 건다’는 표현을 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하이트맥주 마케팅 상무는 “경쟁사인 오비맥주의 최대 주주 인베브는 세계적으로 200개 맥주 브랜드를 가진 세계 최대의 맥주 생산업체”라며 “당시 잠도 안 왔다”고 회상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1일 '테라'를 공식 출시하고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는 지난 21일 '테라'를 공식 출시하고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하이트진로>

진로 입찰에 참가한 10개 기업 중 외형이 가장 작은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가져가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기에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는 국내 주류업계에서 일대 사건으로 꼽힌다.

하이트맥주는 진로 인수전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주요인으로 보안유지와 정보전에서의 우위를 들고 있다. 인수전 전개 과정에서 대부분의 언론은 롯데·CJ·두산의 삼파전을 예상했고, 하이트맥주를 주목한 곳은 없었다. 군인공제회·교원공제회·산업은행·새마을금고 등 토종 자본으로 컨소시엄 멤버를 구성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하이트맥주 측이 이를 공개하기 전까지 멤버가 노출되지 않았다. 하이트맥주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언론 보도에서 우리가 배제되고 있는 상황을 속으로는 즐기고 있었다”고 말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하이트맥주가 보안유지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이 회사 직원들의 각별한 신뢰에서 찾고 있다. 40년간 2등의 설움을 딛고 하이트 신화를 이끌어 낸 박문덕 회장과 회사에 대한 신뢰가 깊었다는 평가다.

참이슬, 세계가 마신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전 세계 80여 개국에 소주를 수출 중이며 지난해 소주 수출 5384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2.5% 성장한 수치로 주류시장이 감소세에 있는 일본(-2.9%)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역별 수출실적은 소주 한류가 불고 있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이 26.9% 성장한 1420만 달러, 미주지역이 10.5% 성장한 1082만 달러를 기록했다. 사드(THAAD) 갈등으로 2017년 급락했던 중국을 포함한 중화권 지역은 반등에 성공, 전년 대비 36% 성장한 786만 달러를 수출했다.

새로운 시장으로 성장세에 있는 유럽과 아프리카지역에도 172만 달러를 수출해 37% 성장했다. 하이트진로는 소주의 세계화를 위해 지역별로 다른 공략 방법을 썼다. 동남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경제성장, 인구, 주류 소비 성향 등을 고려해 베트남·필리핀·태국·캄보디아를 전략 국가로 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주변 국가로 현지화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16년 3월, 기업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베트남 하노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동남아시아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영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구 약 9700만 명의 베트남은 최근 빠른 경제성장으로 세계 기업들이 진출 중이며, 동남아시아에서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시장이기도 하다.

하이트진로는 법인과 지사를 통해 한류 드라마 협찬, 한국형 프랜차이즈로 유통망을 확대하는 등 현지인 대상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2017년 ‘진로포차’를 오픈해 현지인 대상 홍보 활동을 진행했으며, 올해 1월에는 베트남 하노이에 한국형 프랜차이즈 ‘진로바비큐(Jinro BBQ)’ 1호점을 오픈했다. 진로바비큐는 하이트진로 베트남이 팝업스토어와 진로포차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인이 선호하는 업태와 메뉴 등을 고려해 만든 한국 식당이다. 베트남에서의 공격적인 영업을 위해 영업 인력을 대폭 확대하고, 현지인들에게 친근한 이미지 전달을 위해 장학사업, 환아 지원사업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적극 펼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16년부터 '소주의 세계화'를 선포하고 동남아지역 뿐만 아니라 미주지역까지 진출해 차별화된 전략으로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자료=하이트진로, 그래픽=이민자
하이트진로는 2016년부터 '소주의 세계화'를 선포하고 동남아지역 뿐만 아니라 미주지역까지 진출해 차별화된 전략으로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자료=하이트진로, 그래픽=이민자>

캄보디아에서의 소주 판매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연평균 109% 이상 늘어나는 등 높은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교민 위주 시장에서 현지인 위주 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교민 판매 대비 현지인 판매가 4배에 이르는 등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필리핀은 증류주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한류에 대한 관심도 높아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하이트진로는 2012년부터 현지 편의점 본사와 계약을 통해 200여 개 점포에 참이슬을 입점시켜 현지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으며 진로24, 참이슬, 자몽에이슬 등 다양한 브랜드로 현지인 마케팅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테라’ 세 번째 신화 프로젝트

하이트진로는 미국, 중국 등 기존 수출국가의 현지화 전략 그리고 아프리카, 유럽 등 신규 시장 개척으로 수출지역 다변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소주 수출실적 성장세는 2016년 8%, 2017년 8.5%에 이어 지난해에는 12.5%를 기록했다. 2018년 두 자릿수 성장에는 수출지역 다변화와 함께 수출품목 확대와 현지화 프로모션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총괄상무는 “세계 각 지역 현지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주의 세계화 전략이 아시아 지역부터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더욱 많은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 소주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매번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95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하이트맥주 성공, 진로 인수 등은 하이트진로 역사의 전환점이었다. 이 회사는 테라 출시를 계기로 국내 맥주시장 왕좌 탈환을 선포했다. 하이트진로의 국내 맥주 시장점유율은 25.3%(2017년 말 기준)로 55.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비맥주보다 크게 뒤져 있다. 게다가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테라 출시는 하이트맥주 때와 상황이 닮아있다. 당시 경쟁사와 모든 면에서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 테라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번에는 시대의 변화에 맞게 자연주의 콘셉트를 도입해 ‘청정라거’를 탄생시켰다. 세계 청정지역으로 잘 알려진 호주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의 맥아를 100% 원료로 사용하고 일반적인 탄산 재료가 아닌 발효공정에서 나오는 리얼탄산 100%를 사용했다. 패키지도 국내 맥주에서 도입하지 않았던 녹색 병을 사용했다.

오성택 마케팅실 상무는 “하이트맥주가 그랬던 것처럼 목표에 도달하기까지는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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