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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썬’과 내부자들
‘장학썬’과 내부자들
  • 윤길주 발행인
  • 승인 2019.03.29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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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썬’이 장안의 유행어가 됐다. 장학썬은 장자연·김학의·버닝썬에서 한자씩 따 만든 조어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가 권력형 스캔들이 묻히지 못하게 하겠다는 생각에서 묶어 부르자고 제안했다.

우리 사회에는 권력이나 돈과 연관된 사건들이 많았지만 실체적 진실이 밝혀진 경우는 드물다. 특검을 해도 조무래기 몇 명 잡거나 흐지부지 되기 일쑤였다. 시간이 지나면 시민들의 관심도 떨어져 슬그머니 사라지고 만다. ‘장학썬’을 한 덩어리로 묶어놓으면 누군가 개별 사건을 덮으려 해도 연상 작용에 의해 계속 관심사로 남게 될 것이다. 발상이 기발하다.

‘장학썬 스캔들’은 공통점이 있다. 음험한 내부자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보통 센 내부자들이 아니다. 청와대·검찰·국세청 같은 권력기관부터 일선 경찰까지 한통속이 돼 ‘보호견’ 노릇을 한 내부자가 많다.

배우 장자연은 스스로 목숨을 던져 무엇을 말하려 했던 걸까. 애석하게도 그가 목숨과 바꾸려 했던 진실은 여전히 암흑 속에 있다. 유력 언론사 사주 일가가 연관됐다는 증언이 잇따랐으나 수사당국은 깡그리 무시했다. 언론은 침묵의 카르텔을 철저히 지켰다. 장자연의 동료배우 윤지오는 여러 차례 ‘그 놈’들을 증언했으나 허공에 맴돌 뿐이었다.

김학의 사건도 내부자들이 없었다면 어렵지 않게 진상을 파헤칠 수 있었다. 검찰은 육안으로도 혐의자를 알 수 있는 영상은 제쳐두고 흐릿한 것을 국과수에 보냈다. 경찰이 ‘김학의 동영상’의 시중 유통 사실을 민정라인에 보고했는데도 청와대는 묵살했다. 거꾸로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 간부들이 좌천되고, 영장은 번번이 검찰 단계에서 퇴짜를 맞았다. 내부자들의 입김이 없었다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내부자들은 자신들에까지 불똥이 튀는 게 두려워 그렇게 악착같이 경찰 조사를 훼방했던 것은 아닐까.

강남의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탈세·마약·폭력 사태는 한 마디로 무법천지다. 세무당국은 수백억원의 탈세를 눈감았다. 연예인 카톡에 등장하는 ‘경찰총장’은 한편의 코미디 같으면서도 저급한 유착의 증거를 보여준다. 연예인들은 직급도 모르는 고위급 경찰의 보호를 받았다. 이들에게 달라붙은 경찰은 낮에는 경찰청(서)에 출근하고 밤에는 내부자가 돼 돈·술·성 접대를 받았다. 이들 내부자들에게 법은 호가호위를 위한 방편이었고, 제 멋대로 잡아들이거나 봐주는 고무줄이었다.

장학썬과 내부자들의 결탁에 국민이 공분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권력형 비리의 실상을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검찰이 팔을 걷어붙였지만 국민은 미심쩍어하고 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수사 주체 중에 내부자가 있었고, 팔은 안으로 굽었던 데자뷰 때문이다.

정치권은 이해득실을 놓고 아웅다웅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김학의 사건 특검을 하려면 손혜원도 하자고 맞서고 있다. 전형적인 물 타기다.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것이다. 자당 대표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떳떳하다면 당당하게 시시비비를 가려달라고 요구하는 게 맞다.

언론도 검찰 수사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흥밋거리 ‘섹스 스캔들’ 정도로 여기고 말초적 기사나 쏟아낸다면 내부자들은 유유히 숨어버릴 것이다. 장학썬과 내부자들의 공모를 이번에는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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