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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 '을의 눈물', 재벌가맹점에 꼬리 내리다
카드사들 '을의 눈물', 재벌가맹점에 꼬리 내리다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9.03.13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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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와 협상서 완패...유통·통신·항공 등 대형가맹점에도 끌려다닐 듯
현대·기아자동차와 카드사의 카드결제 수수료 갈등이 일단락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현대·기아자동차와 카드사의 카드결제 수수료 갈등으로 카드사와 대형가맹점의 ‘갑을 관계’가 다시금 확인됐다. 향후 이동통신사·대형마트·항공사와의 수수료율 협상에서도 이 같은 갈등이 되풀이될 경우 소비자도 일정 부분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현대·하나·NH농협카드가 1.89% 안팎으로 현대차와 수수료 협상을 마무리했고, 지난 11일 BC카드도 현대차의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현대차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신한·삼성·롯데카드와도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수료율 갈등은 지난 1월 말 시작됐다. 8개 카드사들이 현대차에 결제 수수료율을 기존 1.80%보다 0.1%포인트 이상 높은 1.9% 중반대로 올리겠다고 통보했고 이에 현대차가 반발한 것이다.

두 달여 간 이어진 카드업계와 현대차 간 협상은 지난 11일 가맹계약 해지를 넘기면서까지 이어졌다. 결국 당초 업계 예상대로 현대차 측의 제안(1.89% 수준)을 카드사들이 수용하는 쪽으로 협상이 매듭되고 있다. 이는 연매출 500억원 초과 대형가맹점 평균 수수료율(1.94%)보다 낮은 수준이다.

대형가맹점 수수료 문제, 소비자 피해 이어질 수도

당초 양측 간 수수료 갈등에서 현대차가 우위를 점할 거라는 건 예견된 것이었다. 현대차는 복수의 카드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반면 카드사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결과도 현대차의 요율 제시안을 카드사들이 받아들이는 식으로 일단락되고 있다.

현대차와 가맹점 간 수수료는 공개된 바가 없다. 하지만 주어진 자료를 갖고 역산하면 대략 얼마인지 추정할 수 있다. 우선,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산 자동차 신품 구매 시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지난해 19조원이었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자동차 내수 시장 점유율은 76.4%였다.

전체 결제금액에서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을 곱하면 약 14조5000원이 나오며, 이 만큼이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판매 시 신용카드 결제로 이뤄진 매출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여기에 기존 수수료율 1.8%를 곱하면 약 2610억원, 새로운 수수료율 1.89%를 곱하면 2740억원이 나온다.

이 같은 수수료 증가분은 절대값으로는 적지 않지만 카드사들로선 아쉬울 법하다. 금융당국 방침에 따라 소상공인 수수료를 낮추면서 발생할 5000억원 대 매출 감소를 메우기엔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또 신차 구입 시 발생하는 캐피탈사의 대출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가령 롯데카드나 신한카드의 경우 현대차와의 가맹계약이 끊어질 경우 계열사인 롯데캐피탈이나 신한캐피탈의 대출이 줄어들 수 있다. 이럴 경우 가맹계약을 이어가는 현대카드의 계열회사인 현대캐피탈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수수료 협상 결과가 다른 대형가맹점과의 협상에도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점이다. 카드업계는 지난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해 새로 산출된 적격비용(원가)을 바탕으로 유통·통신·항공 쪽 대형가맹점과 수수료 협상을 해야 하는데, 향후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코스트코 같이 특정 업계 ‘지배적 사업자’를 중심으로 요율 협상에서 밀릴 수 있다.

13일 전국사무금융노조는 금융위원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당국의 중재 역할을 촉구했다.<뉴시스>

카드업계 수익성 감소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카드사 노조도 행동에 나섰다. 전국사무금융노조는 13일 금융위원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 갑질을 규탄하고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정책적 대안으로 카드수수료 하한선 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특히 향후 대형가맹점과의 협상 과정에서 현대차와 같은 양상이 벌어질 수 있는 점을 우려했다.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많은 대형가맹점과 협상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제부터라도 금융당국이 역할을 제대로 해주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카드업계 수익성이 낮아질 경우 소비자들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형가맹점을 이용하는 카드고객에 대한 할부와 포인트 혜택 등이 조정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소비자 피해로 직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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