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3-21 23:01 (목)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원칙주의 '초심' 흐려졌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원칙주의 '초심' 흐려졌나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03.12 1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 합병 밀실야합 논란...한국GM 사태 언제든 폭발 가능성
이동걸 회장이 지난 1월 31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절차를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이동걸 회장이 지난 1월 31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절차를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국책은행 KDB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을 주도하면서 ‘밀실야합’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GM 연구·개발 분리 법인 문제를 둘러싼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면서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에게 비판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산업은행이 경영이 어려운 기업을 살려내는 구원투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은행에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보호 방안에 대한 자료를 받았는지 문의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중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와 관련된 사항은 없다”는 짧은 답변을 받았다.

윤 의원 측은 이를 두고 “구체적인 협력업체 보호 방안도 없이 공동발표문을 내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그 외 추가적인 설명이나 계획·해명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단 두 줄의 답변만 받은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윤 의원의 지적에 대해 “산업은행이 모든 것을 준비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그렇다면 대우조선은 영원히 산업은행이 떠안고 가야 한다는 말밖에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공동발표문에서 밝힌 것처럼 향후 대우해양조선 노동자, 협력업체 보호 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절차적 투명성 결여가 키운 불신

지난 8일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은 공동발표문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부품업체의 기존 거래선 유지를 보장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지역 협력업체·부품업체 상생을 위한 상시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중공업은 기업결합심사 이후 최선을 다해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과 협력·부품업체들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지만 그 이전까지는 대우조선해양과 관련된 논의는 산업은행 몫이라는 얘기다.

지난 2월 12일 오전 현대중공업 노조가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에 대한 입장과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지난 2월 12일 오전 현대중공업 노조가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 인수 추진에 대한 입장과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에 제출할 자료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결합심사 이전까지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과 문제를 논의하거나 자료를 제출받는 일은 진행할 수 없다는 게 절차상 관례라는 것이다. 결국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과 논의를 추진하는 주체라는 얘기다. 

대우조선 인수합병을 둘러싼 문제의 핵심은 일자리에 있다. 대우조선 노조가 현대중공업으로의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사업은 천연액화가스(LNG)선박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으로 겹치기 때문에 합병이 이뤄지면 어떤 방식으로든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문제는 대우조선은 협력·부품업체들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지만 현대중공업은 직접 공급하는 구조라서 협력·부품업체들도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산업은행은 인수합병 결정 단계부터 밀실야합 논란을 일으켰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이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우조선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을 빼고 속전속결로 인수합병을 결정한 것은 정 사장이 개입하면 안되는 피치못할 사정이 있기 때문이란 게 대우조선 노조의 시각이다. 노조는 산업은행이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일가에게 대우조선을 넘기기 위한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국GM ‘신차’ 약속은 뻥이었다?

최근 한국GM 문제로 산업은행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한국GM 연구·개발 분리 법인 신설을 주도했을 때 한국GM과 함께 노조에 약속했던 신형 SUV·CUV 한국 생산 계획을 산업은행이 사실상 파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7일 전주명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연구개발 신설 법인) 부사장은 노조에 ‘콤팩트(신차)’는 중국이 만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한국GM 노조는 한국에서 생산할 신차 소식을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신차가 4년 전에 계약했던 트랙스 후속 모델인 ‘9BUX’라는 것이다.

한국GM의 대주주인 글로벌 GM과 산업은행 등 관계자들이 주총을 갖고 연구개발 법인 분할 안건을 가결시킨 2018년 10월 19일 오후 인천시 부평 한국GM 공장 본관 입구에서 노조원들이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한국GM 대주주인 글로벌 GM과 산업은행 등 관계자들이 주총을 열어 연구개발 법인 분할 안건을 가결시킨 2018년 10월 19일 인천시 부평 한국GM 공장에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 확인 결과 한국GM은 "전 부사장이 말한 콤팩트는 협상 시 약속한 신형 SUV·CUV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그 콤팩트가 실제로 중국에서 생산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이 아니다”며 “분명한 것은 신형 SUV·CUV 생산은 한국에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문은 남아 있다. 지난해 7월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분리 법인 신설 얘기를 꺼내면서 “한국의 엔지니어들은 GM의 차세대 ‘콤팩트 SUV’ 제품들을 개발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동차의 복잡한 용어 때문에 생긴 혼란이었다 치더라도 콤팩트가 9BUX 인지, 신형 SUV·CUV는 무엇인지, 계획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한국GM과 협상 전면에 나섰던 산업은행은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GM에 끌려다니며 허둥대다가 신차 생산조차 못하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대우조선 인수합병 밀실야합 의혹과 함께 한국GM까지 논란이 일자 산업은행의 위기관리 능력이나 협상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원칙주의자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임기의 절반을 돈 지금 그의 원칙주의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17년 9월 11일 이동걸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국가 경제와 대상기업에게 최선이 되는 판단 기준과 엄정한 원칙 아래 투명한 절차에 따라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신성장 분야의 육성, 창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산업구조 재편을 통한 전통산업의 경쟁력 강화 등 정부의 국정과제가 속도감 있게 이행될 수 있도록 국가대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걸 회장은 취임사에서 밝혔던 것을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 되돌아볼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