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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빅1' 조선사의 운명...순항할까, 암초 걸려 넘어질까
세계 '빅1' 조선사의 운명...순항할까, 암초 걸려 넘어질까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03.11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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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대우조선 합병 곳곳 난관⋯노조 반발, 경쟁국 견제 뚫어야 할 과제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은 지난 8일 대우조선해양 입수합병 본계약을 체결하고 이르면 이번주 안에 기업실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은 지난 8일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본계약을 체결하고 이르면 이번주 안에 기업실사에 돌입할 예정이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조선업계 사상 최대 인수합병 계약이 체결되면서 이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매머드급 세계 최대 조선사가 향후 순풍을 탈지, 거센 격랑을 만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수합병 주체들은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지만 좀 더 꼼꼼히 살펴보고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8일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인수합병 본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은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 해 중간지주사 격인 한국조선해양(가칭)을 설립하고, 산업은행은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출자한 뒤 한국조선해양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절차가 모두 완료되면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게 된다. 한국조선해양은 상장하고 나머지 계열사는 비상장 될 전망이다.

규모의 경제 위험성 ‘독과점’

이번 인수합병이 완료되면 세계 1위 매머드급 조선사가 탄생하게 된다. 조선해운 관련 전문 조사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2018년 말 수주 잔고 기준 세계 1위는 현대중공업이다. 대우조선해양, 이마바리(Imabari SB; 일본), 핀칸티에리(Fincantieri; 이탈리아), 삼성중공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점유율로 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13.9%, 7.3%로 세계 시장의 21.2%를 차지하고 있다. 3위인 이마바리는 6.6%, 5위인 삼성중공업은 5.9%다. 1, 2위의 수주잔고량을 합치면 1698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3위와 524만3000CGT의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더욱이 한국 기업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선을 기준으로 본다면 점유율은 50%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이 완료되면 독보적인 세계 1위 메머드급 조선사가 탄생하게 된다. KB증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이 완료되면 독보적인 세계 1위 메머드급 조선사가 탄생하게 된다.<삼성증권>

이에 따라 일본, 중국 등 경쟁국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전에도 한국 조선업의 압도적인 지위 때문에 경쟁국들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바람에 여러 분쟁이 발생한 바 있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독과점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쟁국들의 견제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독과점과 견제가 결국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주장하는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없게 만들 것이라는 게 비관론자들의 주장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공정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심사도 받아야 하는 난관도 있다. 조선업은 해외 기업과 거래하기 때문이다. 독과점 색채가 짙어지면 WTO의 규정에 따라 질서가 유지되는 세계 조선업계에서 자칫 한국 조선업의 위상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위험 노출액 4조 규모⋯노조·국회서 극렬 반대 예상

인수합병에 따른 현대중공업이 떠안아야 할 리스크도 적지 않다. 11일 KB증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56%를 현물출자 하는 대가로 중간지주회사의 보통주 610만주와 전환상환우선주(RCPS) 1조2500억원을 받게 된다. RCPS는 5년짜리로 매년 1%의 우선주배당을 실시하며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 모두 조건에 따른 전환청구권을 갖는다.  또 중간지주회사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1조2500억원) 등을 활용해 총 1조5000억원을 대우조선해양에 지원한다. 유상증자 금액은 주주와 일반공모를 통해 8500억원을 조달하고 4000억원은 정몽준(25.6%)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기선(5.1%) 현대중공업 부사장 부자의 지분에서 충당하게 된다. ‘헐값매각’ ‘재벌 밀어주기’ 등 비판이 쏟아지는 원인이 된 지점이 바로 여기다.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최종 완료되면 현대중공업이 부담하게 될 잠재 위험은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우조선은 산업은행뿐만 아니라 수출입은행에 만기 30년 2조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떠안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은 이례적으로 기업 실사 이전에 본계약부터 체결하는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실사 과정에서 추가 부실이 나올경우 인수 계약 취소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노조와 정의당의 반발도 거세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기업실사 팀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혀 격렬한 충돌이 예상된다. 이번 인수합병을 ‘밀실협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 정무위 차원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성우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노조의 상경 집회와 부분파업이 이어지고 향후 전면파업 가능성이 있고 이해관계국들의 기업결합 심사도 넘어야 할 산”이라며 “이번 계약은 국내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등 거래 종결을 위해 필요한 정부 인허가를 모두 취득하는 것을 주요 선행조건으로 한다. 유럽연합(EU)은 2000년대 초 우리나라 정부가 조선사들에게 불법 지원을 했다며 WTO에 제소한 바 있고 독일과 프랑스는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조선소와 STX프랑스 간 합병과 관련해 독과점 조사 탄원서를 낸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인수합병 주체들의 밀실야합이라는 비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우려들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인수합병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 여러 난관이 예상되는 가운데 메머드급 한국 조선소의 향배가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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