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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의 배신?...‘13월의 보너스' 빼앗아 가나
신용카드의 배신?...‘13월의 보너스' 빼앗아 가나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9.03.08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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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소득공제 폐지·축소 카드 만지작...납세자단체 중심으로 반발 커
1999년 도입된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사실상 축소 또는 폐지될 전망이다.<픽사베이>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1999년 도입된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사실상 축소 또는 폐지될 전망이다. 정부는 8번의 일몰기한 연장을 통해 도입 목적을 달성했다고 이유를 밝혔으나 당장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세금을 더 내라는 거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도 총선을 1년여 앞둔 정부로선 조세저항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8일 현재 한국납세자연맹이 진행 중인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반대 서명운동’에 총 6200여명이 참여했다. 서명을 자체 홈페이지에서만 받고 있고, 시작한 지 사흘 밖에 안 된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연봉 5000만원 전후의 근로자들이 적게는 16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 정도 증세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조세 확충을 이유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줄이면 소비가 줄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축소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감면제도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적극 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는 1999년 처음 도입됐다. 과세표준을 양성화해 자영업자와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을 줄여준다는 게 목적이었다. 당초 3년 후 일몰(시한 만료) 예정이었지만 8차례나 연장돼 현재까지 계속 시행 중이다.

이번 신용카드 공제는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 지난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듬해인 올해 소득공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일몰기한도 당초 2~3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의 이번 발언도 지난해 당정의 결정과 맥을 같이한다.

직장인들 ‘13월의 보너스’ 줄어들까 촉각

<그래픽=이일호>

정부가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정부 당국자들의 셈법은 복잡하기만 하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목적이 달성된 상황에서 축소 명분은 확실하지만, 현실화 할 경우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근로소득공제에 따른 지출 가운데 신용카드 비중이 가장 크다는 점에서 당장 납세자단체 중심으로 반발이 일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국세통계연보 등에 따르면, 신용카드와 체크·직불카드 등 소득공제로 혜택을 보는 인구는 910만명, 인당 평균 경감세액은 24만5000원에 달한다. 매년 연말정산 시즌마다 직장인들이 ‘13월의 보너스’를 타간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국민이 혜택을 본 만큼 정부는 그간 적잖은 비용을 지불했다.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로 인한 정부의 조세지출액은 2017년 기준 1조8537억원에 이른다. 이 규모는 전체 조세지출 가운데 5위를 차지한다. 부족한 세수 확보를 위해 더는 일몰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자료=조세재정연구원>

조세재정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신용카드 및 현금영수증 확대 정책으로 인한 비용이 효익을 초과하기 때문에 해당 정책은 효율성이 낮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제도의 축소 또는 폐지 방향으로 출구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신용카드 공제 축소가 직장인들에게 ‘줬다 뺏는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1인당 25만원 상당의 소득세 감면이 상당수 직장인은 ‘13월의 보너스’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25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초과 세수로 ‘세금 먹는 정부’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상황이라 신용카드 공제 축소에 대한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3월의 보너스 영구화’ 법안(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이 개정안은 별다른 빛을 보지 못했다. 지하경제 양성화와 신용카드 소비 유도라는 본래 법률안 취지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의료비나 자녀소득공제는 공제를 줄이더라도 해당 복지를 늘리는 식으로 저항을 줄일 수 있지만, 신용카드 공제는 그냥 줬던 것이라 반대급부를 내밀기 어렵다”며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기존 목표를 달성한 만큼 정부의 세수 목표 달성 차원에서 정부가 공론화를 통해 제대로 된 로드맵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세재정연구원 또한 “제도 축소 또는 폐지 추진 시 가처분소득 감소 및 소비 감소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경제 여건에 대한 종합적 고려도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실패한 제로페이 살리려는 불순한 의도”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현실화할 경우 당장 폐지보다는 단계적 축소가 유력하다. 홍남기 부총리 또한 관련 내용을 거론하면서 ‘폐지’가 아닌 ‘축소’라는 용어를 썼고, 실제로 일시에 폐지할 경우 저항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도의 역진성으로 인해 고소득층이 유리한 만큼, 과세 형평성 개선을 위해서라도 고소득자 공제한도를 먼저 축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예를 들어 현재 7000~1억2000만원 이하는 공제한도가 250만원, 1억2000만원 초과는 200만원을 적용하는데 이 비중을 낮추거나 공제율을 조정하는 식이다. 상위 소득자에 대한 소득공제 축소라서 반발을 줄일 수 있고 역진성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행 15%인 신용카드 공제율 자체를 줄이는 방식도 있다. 이 경우 직불·체크카드 및 현금영수증(30%)과의 공제율 격차가 커져 신용카드 사용 비중이 줄어든다는 게 조세재정연구원 측 분석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역진성 해소를 위해선 고소득자 공제한도 축소와 병행할 필요성이 있다.

신용카드업계의 반발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소득공제 축소로 신용카드 사용이 감소할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카드사들은 정치권과 접촉해 일몰 연장 필요성을 설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전문가들도 입장이 갈리고 있다. 찬성하는 측은 기존의 법 개정 목표를 달성한 만큼 세원 확보를 위해서 조항을 일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소득공제를 축소할 경우 그 자체로 증세로 받아들여져 저항이 생길 수 있으며, 나아가 신용카드 사용 자체를 줄여 세원 투명성을 낮출 수 있다고 반박한다.

특히 정부가 ‘제로페이’ 확대를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제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6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는 내년 줄어드는 세수 감소분을 메우고 제로페이 확대를 위한 것”이라며 “국회 상임위에서 철저히 따짐은 물론 즉각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또한 “신용카드 세액공제 축소는 정부가 인위적 세제 제도로서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고 실패한 정책을 커버하기 위한 나쁜 의도가 깔려있다”며 “증세 목적도 있는 상황에서 ‘현금없는 사회’로 가는 결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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