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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윤종득ᆢ마음의 오묘 찰나의 긴장감
화가 윤종득ᆢ마음의 오묘 찰나의 긴장감
  • 권동철 전문위원
  • 승인 2019.03.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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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生竹葉圖, 60×40㎝, 2018
野生竹葉圖, 60×40㎝, 2018

 

“저 텅 빈 것(空虛)을 잘 보라.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방에 눈부신 햇빛이 비쳐 환희 밝지 않느냐. 행복도 이 호젓하고 텅 빈 곳(마음)에 머무는 것이다. 瞻彼闋者(첨피결자), 虛室生白(허실생백), 吉祥止止(길상지지)”<莊子(장자), 안동림 역주, 현암사刊>

 

물과 물이 서로를 호응하며 큰 물살을 이루는 충격의 쓰나미처럼, 땅을 둘둘 말아서 밀려드는 아아 권토중래(捲土重來)라 했던가. 폭풍처럼 밀려오는 바람, 죽풍이 흔드는 저 동시성. 물과 댓잎과 광원 저편 웅대한 리듬을 타고 실낱같이 흘러가며 가슴 후벼 파는 애잔한 선율의 멜로디가 시작도 끝도 없는 저 회기(回期)안에 존재하누나.

애처로이 유유히 흐르는 운율의 형상이 태극(太極)의 카오스, 시공 속에 꿈결같이 만휘군상을 품고 돌고 도네. 힘이 하나도 없는 무심필의 장봉(藏鋒) 그 가늘고 긴 붓의 운필이 칼로 바위를 긁듯 잎을 그려내도다. 오랜 세월의 단련, 골격 마디마디 깊숙이 곰삭아 세상 밖으로 나온 혼(魂)의 흘림인가. 마침내 댓잎의 선들이 살아나는 그것이 한국성의 기운생동이다.

“마음 속 어떤 형상을 그림으로 표출할 때 그것을 붓으로 그린다기보다 생각의 마음을 일순간해내는 것이다. 댐이 폭발해 쏟아지는 물 폭탄처럼, 일사천리를 순간에 삼켜버리는 듯한….”

 

73×135㎝
73×135㎝

 

다시, 뱀독수리가 원시림 인근 창공을 비행한 후 언덕 위 숲에 앉아 저 아래 바다를 응시한다. 바다뱀이 숨을 쉬려 수면위로 올라오려는, 미묘한 움직임의 감지. 목표물을 향해 내려오는 무진장 속도감과 낚아채 다시 역으로 올라가는 힘의 형상화인가, 뿌리의 밑도 끝도 없는 시작이런가.

아주 원초적인 씨앗이 발아가 되어 큰 꽃이 되고 열매를 맺듯 어떤 묘연한 우주공간에서부터 이 땅에 무엇이 착륙하는 듯 허공에서 내려오는 죽엽의 밸런스. 부분과 전체의 프랙털, 음양 그 쌍보(雙補)의 조화를 아우르는 야성(野性)의 화폭이다. 그러한 축(軸)의 중심이 그대의 마음이라면 진정 섣불리 흔들릴 것이냐!

 

野生竹葉圖, 90×48㎝
野生竹葉圖, 90×48㎝

 

◇공간의 유지 통찰의 미학

한지 여러 장을 합쳐 두들겨 매끄럽게 하는 이른바 도침(搗砧) 위 아교포수를 하고 그 위에 호분을 칠해 그린다. 짚을 빻아서 만든 삼베의 느낌을 풀어 낸 두 겹 종이 위, 아교포수가 된 비단에도 한다. 색깔의 농담(濃淡)이 아니라 깊은 물에서 나오는 현색(玄色) 위 먹 작업인 것이다.

하여 윤종득 작가(ARTIST YOON JONG DEUK,산하 윤종득,山下 尹鍾得,YOON JONG DEUK)의 화면은 활을 구부려 시위를 당기고 있는 상태의 팽팽한 탄력, 아직 화살이 떠나지 않은 긴박한 찰나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무수한 새떼들이 자유롭게 자기영역 싸움을 하듯, 서로의 공간을 두고 대립된 듯하다. 움직임 속 미묘히 흐르는 적요(寂寥) 그 공기의 흐름 속에 포착되는 기운….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한 세상, 분노 속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서로의 공간을 유지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담론을 시사하고 있다할 것이다. 그것이 산하 윤종득의 야죽도(野生圖)가 품은 통찰의 미학이다.

 

 

권동철 전문위원, 미술칼럼니스트, 데일리한국 미술전문기자
권동철 전문위원, 미술칼럼니스트, 데일리한국 미술전문기자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