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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인싸·갑분싸·띵작…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핵인싸·갑분싸·띵작…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 이원섭 IMS Korea 대표 컨설턴트
  • 승인 2019.02.28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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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에겐 ‘넘사벽’이자 ‘개꿀잼’ 신조어 
혼영: 혼자서 영화 보는 것. <Ⓒgettyimagesbank>

요즘 아이들한테 ‘당근’이 영어로 뭐냐고 물으면 반사적으로 ‘sure’라고 한단다. 당근이 영어로는 ‘carrot’이지만 신조어 ‘당연하지’의 줄임말인 ‘당근’이 더 익숙해 이렇게 대답한다는 것이다. 핵인싸, 갑분싸, 띵작, 혼바비언, 혼영···. 이 글을 읽는 사람들 가운데 이런 말 뜻을 정확히 이해하는 분은 얼마나 될까.
 
#. 핵인싸 : 크다는 뜻의 ‘핵’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의미하는 ‘인사이더’(insider)의 합성어. 트렌드에 강하고 무리 속에서 아주 잘 지내는 사람.
#. 갑분싸 : ‘갑자기 분위기 싸해진다’의 줄임말. 대화 중 누군가 분위기에 맞지 않는 뜬금없는 말을 했을 때 흔히 사용된다. 
#. 띵작 :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명작을 지칭할 때 쓰는 말.  
#. 혼바비언 : ‘혼자 밥 먹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혼밥 문화’(혼자 밥 먹는 문화)에서 파생됨. 
#. 혼영 : 혼자서 영화 보는 것.  

정말 기상천외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로는 창의성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함을 느끼는 것은 젊은이가 아닌 글쓴이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다음과 같은 영어식 신조어도 있다. 

#. TMI(Too Much Information) : 너무 과한 정보. 상대방이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정보까지 알려줄 때 쓴다.  
#. JMT : 존맛탱 알파벳 초성만. 너무 맛있다는 의미로 쓰임.  
#. JJT : 존잼탱. 너무 재밌다는 의미로 쓰임. 
 
그리고 연배가 있는 사람들도 사용하고 있는 ‘ㅋㅋㅋ’와 같은 종류인 ‘ㅇㅋ’나 ‘ㅇㅈ’(인정), ‘ㅂㅂ’(바이바이), ‘ㅇㄱㄹㅇ’(이거레알) 등도 있다.

창의성 독특한 문화의 일부

왜 이렇게 사용하고 또 광범위하게 통용이 되는 걸까? ‘말’의 사전적 의미는 명사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데 쓰는 음성 기호, 곧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입으로 소통하는 수단이다.

‘글’은  생각이나 일 따위의 내용을 글자로 나타낸 기록을 말하며 ‘언어’는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 또는 그 음성이나 문자 따위의 사회 관습적인 체계이다.

그러니까 앞의 나열한 것들은 ‘글’로서의 의미를 가질 뿐 ‘말’이나 ‘언어’로서의 기능은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즉 글자나 기록의 수단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글쓴이의 생각이다. 

최근 영화 ‘말모이’에서 주시경 선생 등이 우리말의 이런 왜곡현상을 보았다면 뭐라고 했을까? 1910년 무렵에 조선 광문회가 심혈을 기울여 하던, 돈도 안 되는 말들을 하나하나 모아 우리말 사전을 만들던 정성을 생각하면 쓴웃음이 난다. 

‘갑분싸’와 같은 행태의 글들은 단어가 줄어든 형태의 ‘준말’이다.(줄임말이 아니라 준말이 표준말이다) 그리고 ‘ㅋㅋㅋ’는 단어를 줄인 ‘약어’로 표현한 것들이다. ‘핵인싸’와 같은 행태는 신조어 줄임말이라고 흔히 쓴다. 이런 형태의 신조어들은 주로 젊은층에서 많이 통용되고 있는데 최근 인터넷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더욱 확대되었고 그 수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신조어는 글쓴이와 같은 구세대들에게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다. 하지만 줄임말 신조어가 싫든 좋든 어느새 우리 글 사용 문화의 한 부분으로 깊숙이 들어왔고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알아야 하는 상식이 되고 있다. 특히 우리 아이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라면 더욱 그렇다. ㅠㅠㅠ. 이 시대의 창의적이고 독특한 문화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줄임말 신조어가 유행되는 걸까? 그 이유는 급속한 환경변화에 있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대부분 카톡(카카오톡)이나 밴드 등 스마트폰으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일대일 대화뿐만 아니라 단톡(단체 대화)까지도 스마트폰으로 하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의 신속성과 편리성을 위해 이런 줄임말의 비중이 점점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줄임말 신조어는 긴 문구를 짧게 말함으로써 시간이 절약되고 글자 입력시간의 지루함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신조어 유머감각으로 친근하고 재미있어 ‘개꿀잼’이다. 개(most) 꿀(good) 잼(재미있다, fun). 

신조어 줄임말을 사용하는 이유를 정리해 보면 대강 이렇다.
1) 대화자 상호간의 친밀감과 결속력을 가져 온다.
2) 의사전달의 신속성과 편리성. 
3) 대화의 재미를 유발한다.
4) 언어의 창의성.(신조어 개발)

나름 사용의 긍정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부정적인 견해도 많다.  

‘줄임말 대소동’

첫째로는 세대 간 커뮤니케이션이다. 줄임말 신조어들은 일종의 시대적 유행어다. 유행어를 모른다고 해서 잘못되는 건 없지만 시대에 뒤처지고 모르면 명확하고 간결하게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화의 단절성이 유발될 수 있다. 줄임말과 신조어 사용의 이점은 상호가 그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따라서 소통이 어려워지고 갈등까지 일으킬 수도 있다.  

둘째로는 한글 훼손문제다. 줄임말이나 신조어는 언어의 축약이나 합성, 한글 맞춤법 무시 등으로 우리나라의 고유의 글을 파괴하게 된다. 말이나 글은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나 사회 관습적인 체계를 담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일시에 무너뜨리고 정체성까지도 파괴하게 된다. 한마디로 오염된 한글의 무분별한 사용을 유발하게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언어의 비하와 부정성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부정적인 언어를 즐기고 인격을 비하하는 말을 희화화하는 현상을 쉽게 받아들 수 있게 된다. 사람을 벌레로 표현하는 ‘○○충’이나 아무 거리낌없이 즐기고 상대를 비난하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듣는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 ‘할빠’, ‘할마’ 등의 말이 그 예로 맞벌이 가정 증가로 조부모가 육아를 맡은 황혼 육아 현상을 비하하는 말이다. 티슈처럼 사용되고 버려진다는 ‘티슈인턴’도 부정적 사회현상을 반영한 말이다. 

줄임말 신조어는 비단 인터넷 발달로 생긴 현상만은 아니다.

줄임말 신조어는 비단 인터넷 발달로 생긴 현상만은 아니다. 어느 시대에나 있던 현상이었다. 글쓴이가 청소년이던 시절에도 ‘은어’라고 해서 어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같은 또래만의 언어가 있었다. 그 은어를 쓰면 일종의 비밀스런 동질감이나 쾌감을 느끼곤 했다.(은어 : 어떤 계층이나 부류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자기네 구성원들끼리만 빈번하게 사용하는 말. 상인·학생·군인·노름꾼·부랑배 따위의 각종 집단에 따라 다른데 의태어·의성어·전도어·생략어·수식어 따위로 그 발생을 나눌 수 있다(출처=표준국어대사전).

더 오랜 기록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신조어는 1920년대에도 있었다고 한다. 국립한글박물관에 전시된 사전에 따르면 ‘모보’와 ‘모걸’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 말은 각각 ‘모던 보이’(Modern boy·현대 남성)와 ‘모던 걸’(Modern girl·현대 여성)의 준말이었다고 한다.(전 한글학회장 권재일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교수 인용) 당시에도 줄임말 신조어를 사용했던 것이다. 예상컨대 만들어진 이유와 사용이유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시대를 불문하고 변화와 새로움을 추구하는 ‘신세대’들은 늘 신조어 사용을 즐겼나보다. 새로운 어휘와 풍부한 표현이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긍정적으로 진일보 시킨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나침을 우려하는 현상도 있다. 초등학생을 위한 동화 ‘줄임말 대소동’이 그것이다. 

줄임말로 인해 반에서 친구들에게 우쭐했던 주인공 나대기가 순식간에 외계인으로 놀림 받게 된다는 내용으로 줄임말을 사용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가정 안에서의 문제들과 실제 교실 안에서 친구들과 벌어지는 문제들을 사건으로 구성해 들려주는 동화다.

대기가 친구들보다 줄임말을 더 잘 알고 싶고, 더 많이 쓰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데 ‘줄임말 대소동’이란 제목답게 줄임말 사용의 문제를 깨닫게 하고 바르고 고운 말을 써야 하는 교훈을 준다. 

이처럼 줄임말 신조어 사용은 무엇보다 어린 학생들의 국적불명 용어 사용 남발로 인해 자칫 우리말 사용에 정체성 확립에 악영향을 끼칠까 걱정하는 어른들이 많다. 그리고 청소년의 줄임말 신조어 사용으로 인해 자칫 세대간 갈등을 유발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의견도 다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통신 언어’라고 불리는 줄임말 신조어는 인터넷이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사용이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언론 등에서도 잇따라 줄임말 신조어 퀴즈를 내며 모르면 시대에 뒤처지는 취급을 한다. 이 참에 우리 아이들과의 소통과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줄임말 신조어를 공부해 볼까?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