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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보수적 문화 깨는 정의선의 '청바지 혁명'
현대차의 보수적 문화 깨는 정의선의 '청바지 혁명'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02.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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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3월부터 완전 자율복 근무제 시행...비즈니스에서도 어떤 파격 선보일지 주목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017년 6월 코나 출시 행사에서 티셔츠, 청바지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차를 소개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017년 6월 코나 출시 행사에서 티셔츠, 청바지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차를 소개하고 있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현대가(家)의 전통처럼 여겨지는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대에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월 2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승진 후 처음 맞는 시무식을 주재했다. 그런데 뭔가 다른 풍경이 연출돼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임원급 인사들은 단상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었는데 이번에는 정 수석부회장부터 단상 아래 임직원들이 모여 앉은 곳 맨 앞에 자리를 잡았던 것.

정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사업 경쟁력 강화 ▲미래 대응력 강화 ▲경영·조직 시스템 혁신 등을 강조했다. 특히 경영·조직 시스템 혁신에 대해 그는 “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경영 시스템과 유연한 기업 문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비효율적인 업무는 과감하게 제거하고 더 가치 있는 업무에 임직원의 시간과 역량을 집중하는 스마트한 업무 방식을 일상화하고 리더들이 솔선수범해 변화와 혁신의 의지를 실행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가 강조한 업무 방식에 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오는 3월부터 완전 자율복 근무제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기업문화가 여전히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현대자동차에서 자율복 근무는 그야말로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매주 금요일만 자유스런 옷을 입고 출근할 수 있었지만 전면적으로 다른 요일에도 자유롭게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은 보수적 문화가 강한 현대차그룹에선 그야말로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시무식 때와 달리 2019년 시무식을 주재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단상 위에 올라가 앉지 않고 단상 아래 임직원들과 함께 앉아 시무식을 기켜봤다. 유튜브 영상 캡처, 현대자동차
2018년 시무식(위) 때와 달리 2019년 시무식을 주재한 정의선 부회장은 단상 아래 임직원들과 함께 앉아 시무식을 지켜봤다. <유튜브 영상 캡처/현대자동차>

현대차 자율복 근무제는 청바지와 운동화를 허용하는 복장 완전 자율화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아직끼지는 각 지역과 본부에 따라 제한적으로 자율복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차츰 계열사들도 완전 저율복 근무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그룹에서 분리 독립해 나온 것은 2000년 9월 1일이다. 아버지 정주영 명예회장 때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보수적인 색채는 20년 가까이 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과거 현대차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기업문화에는 행동 유형에 따라 ▲상사 지시에 복종 ▲상사는 부하를 가족처럼 감싸줘야 함 ▲회사는 제2의 가정 ▲동료의 공통적인 의견에 따름 ▲음식점서 메뉴 통일 등과 같은 것이 있다. 사원들은 이런 문화에 대부분 동의하거나 실천했다. 학계에서도 이들의 문화에 관심을 가졌는데 이들은 대략 ‘집합주의’ ‘관계 중시’ ‘남성적’ 등의 단어들로 대변할 수 있다.

종합해 보면 사원들은 듬직한 가장 스타일이어야 하고 회사 일에 빠지거나 상사에게 말대꾸하면 안 되며 사람·관계 등을 중시해야 한다. 당시 현대자동차 신입사원은 “다른 회사에서도 후배를 부를 때 ‘야, 인마’라고 부르는 줄 알았다”면서도 “실수했을 땐 큰 소리로 깨지지만 대신 나중에 따로 불러 위로해줄 때는 인간미를 느낀다”고 말한 일화가 전해진다. 간단하게 말하면 공식적인 규정과 절차에 얽매이기보다는 상황과 관계를 중시하는 조직 문화다. 하지만 임직원들은 이런 문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무리없이 회사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맨 오른쪽)이 2013년 11월 23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와 현대하이스코 당진 제2냉연공장 등을 방문해 초고장력 강판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품질을 점검했다. 뉴시스
정몽구(맨 오른쪽) 현대차그룹 회장이 2013년 11월 23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와 현대하이스코 당진 제2냉연공장을 방문해 초고장력 강판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현대자동차의 기업문화는 창업주인 정주영 명예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많이 반영돼 있다. 정 명예회장이 즐겨 쓰는 말은 “이봐. 해보기나 했어?”였다고 한다. 정 명예회장 밑에서 일을 배웠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별명이 ‘불도저’였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몽구 회장도 아버지의 경영철학을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스스로 끊임없이 현장을 챙기고 채근하는 ‘현장 경영’을 실천했다. 오죽하면 정 회장의 좌우명이 선친의 청운동 자택에 걸려있던 글귀인 ‘一勤天下無難事(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울 것이 없다)'였다고 한다. 정몽구 회장은 1998년 기아차 인수 당시 한 달에 한 번꼴로 화성·소하리·광주 공장을 찾아가 구석구석을 점검했다.

현대家 3대 장손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혁신’ 꽃 피우나

현대차그룹에서 변화의 시계는 그리 빨리 돌아가지 않았다. 2016년 삼성전자가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인사제도로 부장·과장·대리 등 연공서열 기반의 기존 직급을 폐지하고 업무 능력 중심의 ‘경력개발 단계’ 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호칭도 ‘님’ ‘프로’ 등 수평적인 호칭을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심지어 여름철에는 반바지도 입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재계 1위 삼성의 이러한 행보에 재계 2위 현대자동차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때까지도 현대차그룹은 보수적인 조직문화가 지배했다. 복장도 일부 ‘노타이 노재킷’을 시행하는 곳이 있지만 다른 기업들에 비해 보수적인 옷 입기로 유명하다. 전문가들은 현대차 기업문화가 쉽게 변하지 않는 이유로 ‘자동차 산업은 전통적인 제조업’이란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2016년 4월 취업포털 사람인은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높은 임금과 고용안정성 덕분이라는 평가였다. 흥미로운 점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출된 현대차 주요 키워드는 ‘복지’ ‘연봉’ ‘최고’ 등 비교적 긍정적인 단어들과 함께 ‘군대문화’ ‘업무’ 등 부정적인 단어들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현대가의 3대 장손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 자리에 오른 지 불과 6개월여 만에 근무복 자율화를 선언함으로써 20여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던 보수적 문화를 혁명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가 비즈니스에서도 어떤 혁신을 내놓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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