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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대우조선 '수상한 빅딜’, 거세지는 밀실야합 논란
현대중공업·대우조선 '수상한 빅딜’, 거세지는 밀실야합 논란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02.1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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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경영진 배제한 채 협상...정몽준 아들 정기선 부사장 주도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은 정몽헌(오른쪽) 이사장이 그의 장남인 정기선 부사장에게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 아니냐는 지적인 나온다. 뉴시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은 정몽준(오른쪽) 아산재단 이사장이 장남인 정기선 부사장에게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1998년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한 이후 동종업계 간 최대 ‘빅딜’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월 31일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에 회사를 현물출자 하는 방식으로 인수합병을 결정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결정에 의구심을 재기하고 있다. 13조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된 끝에 2017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한 대우조선을 지금 시점에 매각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도 문제지만 구조조정·지역경제·일자리 등 많은 문제를 인수합병 주체들은 일언반구 없는 것도 납득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노동자운동연구소 한지원 연구원은 “산업은행은 지난 10년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우조선을 매각하려 했다. 한화그룹(2008년)·중동 국부펀드(2009년)·SK그룹(2015) 등과 매각 협상에 나섰지만, 그때마다 금융위기, 조선업 불황 등이 발목을 잡았다”며 “그런데 현대중공업은 2000년대 초중반 어마어마한 순이익을 낼 때도 대우조선 인수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조선업 불황에 4년간 다운사이징 구조조정을 진행했지만, 지난해에도 4736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설비가동률에서도 61% 대 91%로 대우에 밀리는 현대중공업이 지금에 와서 나선 게 의문이라는 얘기다. 이번 인수합병은 현대중공업의 경영권 승계 이슈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게 한지원 연구원의 해석이다.

또 다른 쪽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는 지분 31.6%를 보유한 현대중공업지주다. 지주회사의 지분 25.8%를 정 이사장이 보유하고 있고,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지분 5.10%를 갖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겠다는 명목으로 지주회사를 설립했다. 정 부사장은 지난해 3월 정 이사장에게 증여받은 3040억원과 현대로보틱스 지분을 담보로 빌린 500억원으로 지주회사 지분 5.1%를 확보했다. 이로써 경영권 승계작업은 정 이사장이 상속만 하면 사실상 마무리 된다.

문제는 1982년생(38세)인 정 부사장의 경영능력 입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합병을 정 부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인수합병이 성사될 경우 1998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기아차 합병을 발판삼아 독립에 성공했던 것처럼 정 부사장도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순조롭게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원은 이번 빅딜의 중심에 정몽구 회장의 인수합병 성공 스토리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 1월 31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에 대한 앙해각서를 현대중공업과 체결했다는 내용을 포함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지난 1월 31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에 대한 앙해각서를 현대중공업과 체결했다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현대·기아차 인수합병과 다른 점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그룹에서 분리독립을 선언한 것은 2000년 9월 1일이다. 1998년 당시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었던 기아자동차는 현대자동차로 넘어간 지 1년 10개월 만에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법정관리 당시 5조2000억원의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 2조2600억원의 순자산을 쌓았다. 인수 전 810%를 웃돌던 부채비율은 정부 가이드라인인 200% 이하 수준인 172%까지 낮췄다.

당시 재계에서는 현대차가 기아차 인수 직후 그룹 내 자동차 부문의 경영을 일원화하고 플랫폼 통합, 부품 공용화, 상품 개발 기간 단축 등 구조조정에 힘쓴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지원 연구원은 이에 더해 2000년대 초반은 자동차산업 호황기였기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다운사이징 보다는 사업확장에 초점을 맞춘 것도 주요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조선업은 회복세에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불황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두 회사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노동자 정리해고도 수반 될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지난 4년간 해고 노동자 수는 3만5000명에 이른다. 게다가 두 조선사는 상선건조, 해양플랜트, 특수선 등 사업 분야가 겹치기 때문에 경영 효율을 핑계로 해고, 임금삭감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할 것으로 현대·대우 두 노조는 보고 있다.

뜻밖의 빅딜 추진, 도대체 왜?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은 현대중공업이 조선합작법인을 신설하고 이 법인에 산업은행이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은 현대중공업이 조선합작법인을 신설하고 이 법인에 산업은행이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대우조선해양 노조>

산은과 현대중공업은 지금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적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산은 입장에선 그동안 골칫거리였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을 법 하다. 산은은 이번 빅딜을 대우조선이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정상화 기반이 마련된데 따른 조선산업 재편으로 이른바 ‘민간 주인찾기’라고 주장한다.

국내 조선산업은 업체 간 출혈경쟁, 중복투자 등 비효율 제거를 위해 현행 빅3(현대·대우·삼성중공업) 체제에서 빅2 체제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고 민영화를 통해 공기업 관리체계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책임·효율 경영을 확보해 대우조선의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얘기다. 이는 2017년 3월에 있었던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이라는 게 산은의 설명이다. 현물출자 및 유상증자 방식을 택한 이유는 현금 매각거래 방식은 매수자 자금부담 과다, 인수합병 절차 장기화, 대주주 변경 가능성 등 대우조선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은 산은의 대우조선 지분과 지주회사 유상증자를 통해 조선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 신설 법인은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중공업(사업), 현대미포조선 그리고 대우를 거느리게 된다. 합작법인은 지주회사가 물적분할로 1조2500억원을 지원하고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1조2500억원(대우조선 차입급 상환에 투입)을 추가할 예정이다. 산은은 합작법인 상장 시 지분 7%와 우선주 1조2500억원을 받아 2대 주주가 된다.

이러한 계약 내용 발표 후 현대중공업은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구조의 거래로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이미 세계 수준에 있는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며 추진 배경을 밝혔다. 또 “주요 경쟁국들의 조선업 구조조정이 마무리 수순에 있는 지금 더 이상 우리 조선산업의 체질 개선이 늦춰지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밀실야합’은 정권 바뀌면 반드시 역풍 맞게 돼 있어”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해양 지회는 지난 12일부터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해양 지회는 지난 12일부터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인사이트코리아>

산은·현대중공업의 이 같은 발표 이후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인수 추진 발표 전까지 모든 논의는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과 현대중공업 내부에서도 회의 관계자 이외는 아무도 논의 내용을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대우 경영진조차도 배제된 채 논의가 진행된 것은 뭔가 숨기고 싶은 게 있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한다. ‘정몽준 일가 배불리기’ ‘정부의 재벌 밀어주기’ 등 여러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가 대우조선 인수자로 최종 결정된 지 이틀 만인 지난 15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정황상 사장으로서 논의 과정에서 자신이 배제당한 데 따른 불만 표출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가 산업은행 본점 앞을 찾았을 때 천막농성 중인 신상기 대우조선노조 지회장은 정성립 사장과 면담을 하고 돌아오는 중이었다. 그는 “정 사장님도 산은이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만 전해줘 논의된 내용도 알 수 없고 더구나 비밀유지 당부까지 받아서 저에게 해줄 얘기가 없다고 말해 대화하러 갔다가 금방 돌아왔다”고 전했다.

또 신 지회장은 “회사와 노동자들이 피땀흘려 이뤄놓은 성과를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자기들끼리만 논의를 끝내고 깜짝 발표했다는 것이 이번 사태에서 가장 잘못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인수합병을 추진한다면 마땅히 회사뿐만 아니라 노동자들과도 대화하고 전문가 공개 토론회, 국민 의견 수렴 등 사회적 논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우 노조에 따르면 오는 3월 8일 산은과 현대는 정식 계약을 체결한다. 이에 따라 두 회사 노조는 공동으로 구체적인 반대 투쟁 계획을 밝혔다. 신 지회장은 “이번 인수합병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정면으로 어긋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노동자 대책이나 구체적인 인수합병 절차 등에 대해 어떤 언급도 않고 있다.

신 지회장은 “정몽준 이사장이나 이동걸 산은 회장 그리고 정부 등이 어떤 밀실야합을 했는지 파악할 수는 없다”며 “과정의 투명성이 보장돼야 하고 투명성이 없는 절차를 통한 사업은 반드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곳에서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산업·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인사이트코리아>와 통화에서 “사실이 아니다”며 “입장문을 통해 밝힌 것 이외에 할 말이 없다”고 원론적인 얘기만 내놨다. 대우 관계자도 ‘억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없는 상황”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