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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뻥'이었나…경계하던 카드업계 “별거 아니군”
제로페이, '뻥'이었나…경계하던 카드업계 “별거 아니군”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9.02.11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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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택 늘렸지만 유인책으론 역부족...카카오페이·KT 참여로 반전 노려
서울시가 시범 운영 중인 제로페이를 놓고 간편결제 플랫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지난해 12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 제로페이. 서울시 60만 소상공인의 10%를 가맹점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당장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카드업계에서도 당분간 제로페이의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카카오페이, KT, 밴(VAN) 사업자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고 있어 향후 ‘간편결제’를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기존 제로페이보다 편의를 높인 새로운 제로페이를 이르면 오는 4월 공개할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24일 제로페이 국민운동본부 발족식에서 “소비자들이 제로페이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이라며 “올해만 지나면 국민이 제로페이 없이는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제로페이는 당초 문제로 거론됐던 결제 상 불편한 부분들이 보완될 예정이다. 적은 가맹점 부분은 밴 사업자들의 기존 가맹점 망을 활용해 채우고, 이용자 경험(UX)을 간소화해 사용 편의도 높이기로 했다. 이와 함께 향후 문화시설에 대한 할인·무료 혜택도 늘릴 방침이다.

이용자 유입의 핵심 관건인 결제 방식은 기존 MPM(Merchant presented mode)과 함께 CPM(Customer presented mode)을 병행하기로 했다. 소비자가 제시한 QR코드를 매장에서 스캔하는 CPM 방식은 기존에 매장에 비치된 QR코드를 소비자가 스캔했던 MPM보다 간편하다는 평가다.

MPM의 경우 소비자는 스마트폰에서 제로페이 연동 앱을 켜 매장에 QR코드를 스캔해야 한다. 반면 CPM의 경우 상품을 살 때 신용카드를 낸 것처럼 소비자가 스마트폰 속 QR코드를 꺼내기만 하면 된다.

서울시는 더불어 공무원 복지포인트 일부를 제로페이로 지급하는 방안과 함께 서울시립대 등록금, 시립병원 진료비, 공유자전거 이용료 결제를 제로페이로 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로페이 이용자들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당근책’이다.

제로페이 시스템.<서울시>

제로페이, 타 결제방식보다 편의성 떨어져

간편결제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이 같은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롭게 제시한 내용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할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CPM 방식을 도입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불편함이 크게 줄어들진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스마트폰을 단말기에 갖다 대면 결제가 되는 근거리무선통신(NFC)이나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에 비해 편의성에서 떨어지기 때문이다.

간편결제 업계 관계자는 “QR코드를 주된 결제 플랫폼으로 이용하기로 한 제로페이가 사용이 불편한 MPM 방식보다 CPM 방식을 도입한 것은 필연적”이라면서도 “스마트폰 기반의 NFC, MST는 물론 실물 신용카드보다 불편한 것은 매한가지”라고 덧붙였다.

QR방식을 고수하는 게 간편결제 시장의 기술 혁신을 저해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기준하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제로페이의 주요 내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간편결제 기술로 NFC, MST, QR코드 방식 등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고 있고,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주도하는 QR코드 기술을 중심으로 지원하게 돼 기술혁신과 경쟁을 오히려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득공제 혜택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나온다. 특히 서울시가 홍보물을 통해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제로페이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소득공제 40%를 제공하는데,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300만원이라는 한도가 걸려있다. 이는 신용카드(소득공제율 15%)와 체크카드·현금영수증(공제율 30%)과 동일하며, 제로페이를 쓴다고 해서 공제 한도인 300만원이 상향되는 건 아니다.

서울시는 최근 홍보물에서 연 5000만원 소득자가 2500만원을 소비할 경우 제로페이 사용 시 신용카드보다 47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더 볼 수 있다는 내용을 게재했다. 문제는 실제 47만원의 혜택을 보기 위해선 소득공제액 한도가 500만원으로 늘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실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제로페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야당이 이에 동조할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결제 수단을 선택하는 입장에서 소비자는 신용카드의 편익을 포기하기 어렵다. 신용카드 결제 시 무이자 할부와 할인, 포인트 제공, 후불 결제, 신용공여 등의 이점이 따르는데 단지 소득공제율 하나 때문에 이 모든 장점을 포기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로 소득공제 수준에서 차이를 보이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비교해봐도 그 효과는 극명하다. 소득공제 15% 수준인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30%인 체크카드의 4배에 달한다. 체크카드의 소득공제 혜택에 비해 신용카드를 이용함으로써 얻는 편익이 더 크다는 뜻이며, 기회비용 측면에서 제로페이가 꼭 합리적이라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밴 수수료·후불 결제 문제는?

<픽사베이>

카드업계에서는 제로페이를 경계하면서도 아직까지는 영향력이 미약하다고 보고 있다. 당장 가맹점도 크게 확보하지 못했거니와 제대로 된 실적도 발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서울시 제로페이 도입으로 카드업계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후불 기능이 도입되더라도 신용카드의 장점 때문에 위협적인 경쟁 상대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중기부가 밴 사업자들을 끌어들인 것에 대해서는 카드업계 뿐만 아니라 핀테크 업계에서도 반발하고 있다. 애초 ‘밴리스(Vanless)’를 통해 중간 사업자 수수료를 줄임으로써 비용을 낮추겠다는 취지를 스스로 저버렸다는 것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혁신적 기술을 통해 가맹점 수수료를 줄이려는 의도와 다르게 결국 국민 혈세가 투입될 뿐만 아니라 민간사업자들의 희생을 늘리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로페이가 현재 도입을 검토 중인 후불결제 기능은 연체 문제와도 직접적으로 결부돼있다는 게 카드업계 설명이다. 이 경우 연체에 따른 비용을 누가 낼 것인지에 대해 정부와 서울시, 사업자들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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