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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폐허로 변한 경리단길, 사람도 가게도 없다
[르포]폐허로 변한 경리단길, 사람도 가게도 없다
  • 도다솔 기자
  • 승인 2019.02.11 11: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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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다 썰렁한 빈 점포만...임대료 내려도 상인들 탈출 러시
7일 오후 방문한 경리단길. 사람이 없어 한가한 모습이다.도다솔
7일 오후 방문한 경리단길. 사람이 없어 한가한 모습이다.<도다솔>

[인사이트코리아=도다솔 기자] 요즘 사람들이 모이는 ‘핫플레이스’를 가르켜 이태원의 경리단길을 본따 ‘○리단길’이라고 부르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예컨대 서울 망원동 망리단길, 연남동의 연리단길을 비롯해 경주의 황리단길, 전주의 객리단길, 부산의 해리단길 등이 경리단길 이름을  따라 붙였다.

그런데 ○리단길의 원조, 핫플레이스의 대명사격인 경리단길이 최근 들어 '핫'함과 멀어지고 있다. 다양한 볼거리와 젊은 감각으로 사람들을 모았던 경리단길에서 최근 높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위)경리단길 초입의 빈 점포들. (아래)경리단길 초입의 메인상가 1층의 점포가 줄지어 비어있다.도다솔
경리단길 초입의 빈 점포들이 비어 있다.<도다솔>

지난 7일 오후 무렵 방문한 경리단길은 배달 오토바이만 왔다갔다할 정도로 한산했다. 썰렁한 거리엔 전처럼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았다. 연휴가 끝난 다음날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과거 평일 낮부터 붐비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경리단길 초입부터 메인상가 1층의 빈 점포들이 보이기 시작해, 몇 걸음 걸을 때 마다 임대 놓은 점포들이 줄을 이었다. 공실 상태가 오래돼 보이는 가게들도 더러 있었다.

경리단길 초입의 메인상가 1층의 빈 점포. 공실 상태가 오래된 듯 하다.도다솔
경리단길 초입 메인상가 1층의 빈 점포. 공실 상태가 오래된 듯 하다.<도다솔>

경리단길에서 30년 넘게 부동산을 운영해온 중개업자 이(64) 아무개씨는 “돈 없는 젊은 사람들이 임대료 싼 맛에 창업 내던 곳인데 요 몇 년 사이 임대료가 엄청 올랐다”고 말했다. “이제 경리단길에서 권리금 없는 곳이 태반이야. 그런데도 보러오는 사람이 없어. 옛날같이 바글바글하려면 임대료가 확 내려가야지 임대료는 높은데 권리금만 없다 그러면 누가 들어오겠느냐.”

경리단길 부동산 곳곳에서 무권리금 상가 임대를 많이 볼 수 있다.도다솔
경리단길 곳곳에서 권리금 없는 상가 임대를 볼 수 있다.<도다솔>

 군데군데 숨어있는 예쁜 가게를 찾는 재미가 있던 경리단길은 이제 폐허처럼 빈 점포만 가득했다. 오후 늦게 문을 여는 펍을 제외하고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저 가게가 열려있는 가게인지, 빈 점포인지 헷갈릴 정도로 경리단길의 분위기는 썰렁했다.

경리단길에서 소규모 카페를 7년 째 운영 중인 김(40) 아무개 사장은 “과거에 비해 확실히 손님이 줄어든 것을 체감한다”며 “평일에도 지방에서 올라온 관광객이 많았고 오픈 시간인 오전을 제외하곤 점심 무렵부터는 꾸준히 손님이 많았는데, 지금은 2~3시간씩 텅 비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5월 계약이 만료되면 나갈 생각이다. 여태까지도 꾸역꾸역 버틴 거다. 임대료를 내려준다고는 하는데 고향에 내려가서 재오픈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경리단길 곳곳의 빈 점포에 임대문의 알림이 붙어있다.도다솔
경리단길 곳곳의 빈 점포에 임대문의 알림이 붙어있다.<도다솔>

국내 주요 상권에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은 경리단길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압구정 로데오거리, 가로수길, 경리단길, 최근엔 명동과 을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리단길의 터줏대감이었던 유명 방송인 홍석천의 가게도 얼마 전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폐업 이유에 대해 "임대료 문제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사람이 모이는 거리를 만들면서 상생의 모델을 만들 때 풀릴 수 있다"며 "경리단길은 원주민들이 떠나 거리의 특색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임차인이 떠난 빈점포에 주인이 남긴 인사 현수막이 남아있다.도다솔
임차인이 떠난 빈점포에 인사 현수막이 남아있다.<도다솔>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이태원 일대를 찾는 유동인구는 1년 새 12%나 줄어들었다. 반면, 이태원역 주변의 임대료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10.2%나 올랐다. 이는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서울시 평균(1.8%)보다 6배 높은 수준이다.

경리단길 부동산 중개업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메인 거리 1층 상가 임대료는 전용면적 3.3㎡당 보증금 3000~4000만원에 월세 250~300만원 수준이었으나 최근엔 200만원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건물주들이 뒤늦게 임대료를 내렸으나 임차인들의 탈출 행렬은 멈추지 않고 있다. 경리단길 상권 임차인들은 최근 유동인구에 비해 임대료가 여전히 높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봄까지 경리단길에서 9년간 운영해오던 카페를 정리한 송(37) 아무개씨는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경기도 안양시로 가게를 이전했다며 “임대료가 다시 이전 수준으로 내려간다고 해도 경리단길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한번 불 꺼진 상권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임대를 내놓은 모습. 도다솔
임대를 내놓은 점포.<도다솔>

한때 강남의 가로수길, 강북의 경리단길로 서울의 대표 핫플레이스로 유명세를 떨치던 경리단길도 결국 임대료 앞에 무너지고 있다. 당분간은 경리단길의 영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경리단길 점포에서 상인들의 한숨소리만 새어나오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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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형 2019-02-12 14:22:10
이틀전 일요일에 갔던 ‥경리단길

폭격맞은 폐허 인듯 ‥
서둘러 빠져나왔 ‥

그곳은 곧 범죄소굴 될듯
빨리 탈출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