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 블랙리스트'...현대그린푸드·대림산업 ‘사정권’
국민연금 '주주권 블랙리스트'...현대그린푸드·대림산업 ‘사정권’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9.02.0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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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저배당 기업들 긴장...대한항공도 조만간 타깃 전망
국민연금공단이 남양유업에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천명한 가운데 추후 현대그린푸드와 대림산업 등 기업들이 다음 타깃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에 나서면서 800여 곳에 달하는 국민연금 투자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이어 남양유업도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증권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방침에 따라 국민연금이 다른 상장사도 적극적으로 경영권 개입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 7일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기관인 수탁자책임위원회는 주주권행사 분과위원회를 열고 오는 3월 열릴 남양유업 주주총회에서 기업의 배당 방침과 공시를 심의·자문하는 ‘주주권익위원회(가칭)’를 설치하도록 정관을 바꿀 것을 제안하기로 했다.

남양유업의 경우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지분 51.68% 소유)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53.85%으로 과반인 반면 국민연금은 5.7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관을 바꾸려면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가 찬성해야만 한다.

때문에 이번 주주권 행사는 실효성을 떠나 배당에 소홀한 기업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로 읽히고 있다. 영미권 국가 상장사의 배당성향이 40~50%에 달하는 반면 국내 상장사들은 10~20%에 그치는 현 상황을 큰 틀에서 바꿔보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했다는 분석이다.

‘현대그린푸드’ ‘대한항공’ ‘대림산업’ 등 국민연금 타깃 꼽혀

기업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이 향후 주주권을 더욱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투자자가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서 투자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의 근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중점 관리 기업 선정 기준은 ▲횡령·배임·부당지원행위·사익편취 등 법령상 위반 우려 ▲경영성과 대비 이사 보수 한도 과다 책정 ▲합리적인 배당정책 미수립·비공개 ▲최근 5년 이내 이사 및 감사 선임 시 동일 사유로 2회 이상 반대 의결권 행사 등이다. 이 가운데 오너 리스크가 있거나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들이 주된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렇다면 남양유업에 이은 국민연금의 다음 타깃은 어디가 될까.  현대그린푸드는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예상 기업으로 꼽히는 곳 중 하나다. 남양유업과 함께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저배당 블랙리스트’에 오른 바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2016년 배당 관련 주주 활동 프로세스를 마련했다. 이 프로세스에 따르면 국민연금 투자 기업 중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들에 대해 3단계에 걸쳐 압박을 넣는다. 지난해 3단계에 오른 기업이 처음으로 발표 됐는데, 여기에 남양유업과 현대그린푸드 두 곳이 포함됐다.

현대그린푸드는 2017년 매출 2조5340억원, 영업이익 870억원, 순이익 1210억원을 거뒀다. 반면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배당금 비율)은 2016년 60원(5.5%)에서 2017년 80원(6.2%)으로 20원(0.7%포인트) 올리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상장사 배당성향은 코스피 18.5%, 코스닥 23.0%였다.

남양유업은 2015년 3.2%, 2016년 2.3%에서 2017년 17%까지 높였음에도 수탁위의 주주권 행사를 피하지 못했다. 현대그린푸드의 2015~2017년 배당성향이 6%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남양유업과 비슷한 처지에 놓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8일 보고서에서 “(현대그린푸드가) 현대백화점그룹의 실질적 사업지주회사로서 지배구조 개선 및 배당 확대의 최대 수혜자”라며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함에 따라 중점적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배당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10% 룰’로 인해 수탁위의 주주권 행사를 피해간 대한항공도 조만간 국민연금 블랙리스트에 오를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2017년 매출액 12조922억원, 당기순이익 8019억원을 거뒀지만 배당성향은 3.04%에 그쳤다. 사주 갑질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한진칼의 계열사이자 그룹 주 수입원이라는 점에서 국민연금의 타깃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해욱 회장의 운전기사 갑질 논란이 불거졌던 대림산업도 거론된다. 국민연금은 대림산업 지분 13.2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최근 3년 간 배당성향은 4~8%로 평균 대비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이로 인해 최근 외국인 지분율이 32%에서 45%까지 상승하는 등 행동주의펀드의 ‘먹잇감’이 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림산업이 최근 배당성향을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고, 지난해 순이익 증가로 주당 배당금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대주주 지분이 40%를 넘으면서 배당성향이 10% 이하인 기업으로는 대한해운, CJ대한통운, 화승엔터프라이즈, AK홀딩스, 팬오션, 경동나비엔, 한국가스공사, 대우건설, 대한해운, 후성, NHN엔터테인먼트, 삼양식품, 영원무역홀딩스, 현대로템, 현대미포조선, 한국타이어, 현대리바트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의 경우 대주주 지분이 많아 외부 주주의 요구에 소홀할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향후 스튜어드십 코드 확대로 투자사들이 주주 환원을 요구할 경우 배당성향이 높아지며 주가가 오를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