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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기업인 미팅, 계급장은 떼고 했나
대통령-기업인 미팅, 계급장은 떼고 했나
  •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
  • 승인 2019.02.01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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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초 ‘경제 행보’에 주력했다. 지난 1월 2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신년회를 개최했다. 청와대 신년회를 외부, 그것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연 것은 이례적이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과 경제성장 동력 확보에 대한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3일에는 신생기업 스타트업들을 찾았다. 7일에는 중소·벤처기업인과 소상공인 20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했다. 15일에는 재벌 총수들과 중견기업인 128명을 청와대로 불러 소통했다.

경제 행보 중 주목을 끈 것은 잇따른 기업인들과의 대화다. 중소·벤처기업인이나 대기업·중견기업인과의 대화 모두 타운홀 형식의 미팅이었다. 사전 시나리오 없이 현안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하고 토론하는 자리로 마련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겠다는 취지였을 것이다.

타운홀 미팅은 정책 결정권자나 선거 입후보자가 주민들을 지역 대학의 강당 등에 초대해 정책과 이슈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토론장이다.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공동체의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해온 미국식 참여민주주의의 토대이다.

타운홀 미팅의 정신은 자율과 평등이다. 참석자들이 계급장 떼고 수평적 관계에서 질문하고 답변한다. 하지만 초대한 청와대나 초대받은 기업인들이나 이런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인가. 쟁점 현안에 대한 토론은 활발하게 전개되지 못했다. 대통령과 장관들은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고, 정부 정책을 거듭 강조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최저임금의 지역·업종별 차등 적용 필요성을 주장하는 기업인에게 고용노동부장관은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보완해 나가겠다”는 의례적 답변으로 대응했다. 고사 위기에 처한 원전 관련 업체의 상황을 설명하며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공사 재개를 요청한 지역상공회의소 회장은 “에너지 전반 정책과 모순된다”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답변에 고개를 떨궜다.

문 대통령은 고용·투자 확대가 기업이 국가경제와 민생에 기여하는 길이라며 투자 계획의 차질 없는 이행을 당부했다. 보다 적극적인 규제완화 약속과 함께 기업이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논의사항에 대한 대책과 답변을 각 부처가 마련해 전달하겠다고 했다.

이런저런 명칭의 회의나 대화가 능사는 아니다. 보다 구체적 현장 사례를 중심으로 대화와 토론이 이뤄지고, 거론된 의견이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 그래야 기업인들이 정책 결정권자 앞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했다는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끼고 투자와 고용을 늘릴 의사도 품지 않겠는가.

하지만 기업인들이 제기한 규제혁신 방안은 간담회가 끝나면 정부 캐비닛에서 잠자는 경우가 허다한 게 현실이다. 규제개혁 과제의 경우 이미 거론될 만한 것은 대부분 나와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4년여 동안 규제개혁 과제를 정부에 제출하거나 발표회 및 토론회에서 건의한 게 38차례나 된다. 규제개혁은 새로운 과제를 발굴하기보다 해결에 집중할 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17일 규제 샌드박스 시행에 맞춰 기업인들에게 “혁신은 즐거워야 한다”며 “책상 속에 넣어두었던 혁신을 모두 꺼내달라”고 당부했다. 중요한 것은 실천과 성과를 내는 것이다.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 소통은 이벤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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