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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6 20:04 (화) 기사제보 구독신청
손혜원 파문, ‘목포의 사랑’이냐 ‘목포의 눈물’이냐
손혜원 파문, ‘목포의 사랑’이냐 ‘목포의 눈물’이냐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19.01.31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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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목포시 구도심 논쟁

언젠가 어느 지상파 TV의 인기 노래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주로 연륜 있는 저명한 선배가수의 수 많은 노래 중에서 여러 명의 후배 가수들이 한 곡씩 선택해 노래대결 형식으로 경쟁을 하는 방식이다.

그중에서 유독 기억이 나는 노래가 있었는데 그 날 최종 우승을 한 곡이다. 특이하게 대중가요를 국악인이 나와 마치 판소리의 창(唱)을 하는 방식으로 부른 곡이었다. 가사에 녹아있는 한민족의 한(恨)을 창이라는 특유의 기법으로 애끓듯이 부른 것이 방청석 판정단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았다. 다름 아닌 일제 강점기 시절에 발표된 ‘목포의 눈물’이란 곡이다.

인구 23만명의 작은 도시 목포가 요즘 연일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목포의 구도심 지역을 대상으로 한 여당 국회의원의 문화사랑 투자냐, 아니면 부동산 투기냐가 논쟁의 쟁점이다.

문화사랑 투자? 부동산 투기?

자못 북미 2차 정상회담 개최 여부 그리고 헌정 사상 초유의 전직 대법원장 구속 여부 등 중차대한 뉴스를 압도하는 분위기다. 목포시가 갖고 있는 근대문화 역사 공간에 대한 도시재생사업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해도 공직자의 공적 행동과 사적 이익 사이에 이해가 충돌해서는 안 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과연 목포시는 물론 나라 전체의 여론이 누구의 손을 들어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2019년 1월 23일 밤이다.)

지난해 가을 서유럽 여행 때가 생각난다. 유명 대도시가 아닌 독일과 프랑스의 작은 도시를 방문했다. 관광지역은 도심이 아니라 마을이었다. 수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거리와 건물들이 마치 동화 속 풍경처럼 다가왔다. 작은 마을 도시이지만 연일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혼잡했다.

로마시대의 돌로 만든 도로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고 공공 건물과 개인 건물들도 수백 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도 비록 살기에는 불편하지만 오래 이어온 전통과 유산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감수하고 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의 현실과 대비된다.

수년 전, 광화문 근처 커피숍에서 업무 논의 차 한 전직 외신기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1979년 말, 이른바 ‘12·12 사태’ 취재를 위해 모 영국 신문의 동경지국에서 급파된 이래 그 일이 계기가 되어 20여년을 줄곧 서울에서 외신기자 생활을 한 인물이다.

그는 그동안 서너 개의 신문, 잡지를 옮겨 다니다가 수년 전 미국의 모 경제 전문잡지 서울지국장을 끝으로 기자 생활을 마감했다. 그렇지만 청춘과 중년을 보낸 삶의 터전이 이곳 서울이기 때문인지 아직 고향으로 가지 못하고 가족과 떨어져 한국에서 ‘기러기(?)’ 생활을 하고 있다. 필자와는 해외홍보 업무 일을 하던 대우그룹 신입사원 시절부터 만났으니 벌써 30년이 넘는 인연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화’ 흔적 지워진 피맛골

우리는 미팅을 끝내고 종로 쪽에서 택시를 타려고 교보빌딩 후문 쪽으로 나왔다. 걸음을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인근 재개발 현장을 바라보게 되었다. 바로 ‘피맛골’ 거리였다. 흉측하게 허물어진 건물 사이로 아직도 몇몇 음식점들이 간판을 내걸고 아슬아슬하게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는 그 중 ‘oo집’이 아직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감회가 새로운 듯 보였다. (이름도 특이한 ‘피맛골’. 말(馬)을 피해 다니는 골목길이란 뜻이다. 모든 국민이 양반과 상민으로 구분되던 철저한 계급사회인 조선시대. 신분이낮은 사람들은 종로를 지나다 말을 탄 고관들을 만나면 행차가 끝날 때까지 엎드려 있어야 했다. 이 때문에 한길 양쪽에 나 있는 좁은 골목길로 다니는 습속이 생겼는데, 피맛골은 이때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얘기를 들어보니 이러했다. 그 조그맣고 초라한 식당은 언론 자유가 극도로 억압되던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 서슬 퍼런 정보 당국의 감시 눈길을 피해가며 민주화 투쟁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의 사랑방 구실을 했다고 한다.

하루 종일 취재와 기사 송고에 지친 외신기자들이 늦은 오후가 되면, 약속이나 한 듯 삼삼오오 모여 돼지기름에 지진 녹두 빈대떡 몇 점과 막걸리 한 주전자를 놓고 서로 갖고 있는 취재정보도 주고 받을 겸 지친 하루를 풀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곳은 엄연히 대한민국 민주화 역사의 현장일 뿐만 아니라, 당시 외신기자들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장소란 것이다.

그는 잠시 회상에 잠기는 가 싶더니 곧 예전의 기자 시절로 되돌아 간 듯 비판 한 마디를 한다. “근세 역사를 잘 모르는 한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훌륭한 역사, 교육의 현장이 됨은 물론, 점점 더 한국적인 것을 찾아 헤매는 외국인 관광명소로도 전혀 손색이 없을 텐데 이처럼 서민의 애환이 서려 있는 역사적인 문화 현장을 왜 있는 그대로 보존하지 않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서유럽 여행 때 목도한 유럽의 전통 마을 보존 모습, 지금은 고층 건물로 뒤덮여 흔적을 찾기 힘든 서울의 종로 피맛골 지역, 그리고 연일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목포시가 비교 연상되는 요즘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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