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자 발톱’을 드러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자 발톱’을 드러내다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9.02.0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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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지주사 체제 화려한 부활…“경쟁 금융그룹 압도” 공언
우리은행이 4년 3개월 만에 우리금융지주로 탈바꿈했다. 이로써 금융권 3대 금융지주사 경쟁 구도는 우리금융의 가세로 4강 대결로 더욱 뜨거워졌다. 우리은행장에서 우리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로 발돋움한 손태승 회장은 ‘1등 종합금융그룹’을 향해 두 팔을 활짝 걷어 부치고 나섰다. ‘공룡의 싸움’으로 비유되는 빅4 금융그룹 경쟁에서 우리금융의 약진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지난 1월 14일 손태승(가운데) 회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우리금융지주 출범식이 열렸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 과정에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우리금융지주가 지난 1월 11일자로 부활했다. 햇수로 4년 만의 지주사 체제 부활로, 우리은행의 숙원 사업이 이뤄진 것이다. 이와 함께 예금보험공사의 잔여지분 18.43%도 ‘주식의 포괄적 이전’에 따라 우리금융지주에 넘겨지면서 완전 민영화에 성큼 다가섰다.

손태승 신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월 26일 가진 ‘2019년 우리금융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수학자 베르누이와 뉴턴의 일화에서 유래한 ‘발톱 자국만 보아도 사자임을 알겠다’는 영국 격언을 인용해 “흔적만으로도 다른 동물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사자처럼 경쟁 금융그룹들을 압도하는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자”고 말했다.

손 회장은 지주사 출범과 동시에 5대 경영전략을 꺼내 들었다. 안정적 그룹체계 구축, 사업 포트폴리오 확충, 4대 성장동력 강화, 그룹 리스크관리 고도화, 안정적 시너지 창출 등이 그것이다. 4대 성장동력에 속하는 글로벌, 디지털, CIB, 자산관리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절치부심 우리금융 “1등 위상 되찾자”

우리은행의 우리금융지주 전환은 말 그대로 숙원 사업이었다. 금융권 내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은행 형태보단 금융지주 형태가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이 KB와 신한, 하나 등 3대 금융지주사라는 ‘항공모함’들의 전장 양상을 띄던 와중에 4대 시중은행 중 하나인 우리은행만 동떨어져 있었다.

우리금융은 2010년부터 4년여에 걸친 민영화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14개 자회사가 절반인 7개로 줄어들면서 금융지주 타이틀을 뗄 수밖에 없었다. 같은 기간 국내 최대 규모였던 290조원대 총자산도 정체됐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이 자산규모를 무섭게 늘려가며 금융지주사 1위 타이틀을 놓고 치고받는 동안 국내 첫 금융지주였던 우리은행은 ‘닭 쫓던 개’처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금융지주 전환은 그야말로 ‘절치부심’이라 할 만하다.

우리금융은 주력 자회사인 우리은행을 비롯해 우리FIS,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우리PE자산운용 등 6곳을 자회사로 두게 됐다.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의 경우 당분간 우리은행의 자회사, 즉 우리금융지주의 손자회사로 남게 됐고 몇 년 내로 지주 계열사로 편입될 전망이다.

지주사 ‘옥상옥(屋上屋)’ 논란을 제외하면, 금융사는 은행 체제보다 지주회사에서 규모를 확장하기 더욱 유리하다. 은행의 경우 은행법상 자기자본의 20%라는 출자 한도가 있지만, 금융지주는 자기자본의 130%까지 자회사 출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주사 전환 전 우리은행의 출자 한도는 7000억원 수준인 반면 지주사 체제에서 출자 한도는 6조원대까지 확대된다.

지난 1월 14일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공식 출범식에서 손태승 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확충과 금융서비스 혁신을 통해 금융산업의 판을 바꾸고 ‘1등 종합금융그룹’의 위상을 되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타 금융사 인수는 사업 다각화 및 시너지 창출로도 이어진다. 당초 우리은행이 전체 회사 수익의 90%를 넘게 차지했다면, 우리금융지주 체제에선 타 계열사를 인수해 부족한 비은행 부문을 크게 키울 수 있다. 우리은행 같은 초대형 금융사의 경우 중·대형사를 인수해 몸집을 늘리는 게 가장 전통적이고 확실한 방식이다. 이 경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은행 중심 금융사의 고질적 문제인 ‘예대마진을 통한 은행 편중 현상’도 해소될 수 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2019년 지주사 전환이 확정됨에 따라 은행 외 수익성 확대 및 시너지 강화를 위해 적극적 M&A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를 최우선적 인수대상으로 예상하며, 하반기 투자목적회사를 통해 캐피탈 및 저축은행 인수도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중·대형 금융사 M&A로 몸집 확 키울 것”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우리은행>

다만 당분간은 우리금융지주의 인수합병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지주사 전환 첫해 내부등급법을 표준등급법으로 전환하면서 생기는 자기자본비율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자기자본비율 10.5% 이하인 금융회사에 자본 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데, 우리금융의 경우 표준등급법 적용에 따라 자기자본비율이 당초 15.9%에서 10%대 초반까지 하락한다. 다만 이는 한두 분기 정도의 일시적 현상이라는 게 금융권 관측이다.

손 회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축과 관련해 “비은행 부문의 약한 고리를 채우려 하고 있다”며 “처음 1년 간 내부등급법을 표준등급법으로 전환하는 문제가 있는 만큼 현재는 자산운용사와 부동산신탁사, 저축은행을 보는 중”이라 밝혔다. 자산운용사와 부동산신탁사, 저축은행은 금융권에서 비교적 몸집이 작은 축에 속한다.

손 회장은 보험·증권·카드 등 대형사 인수 시나리오도 열어놨다. “규모가 있는 회사는 직접 인수가 어려우면 다른 곳과 같이 참여해 지분을 가지고 있다가 내년에 자본비율이 회복되면 우리가 50%를 인수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우리금융이 인수할 가능성이 큰 회사들도 어느 정도 추려진 상태다. 자산운용사의 경우 하이자산운용, 동양자산운용, ABL글로벌 자산운용 등이 거론된다. 하이자산운용의 경우 모회사인 DGB금융지주가 DGB자산운용과의 시너지 저하를 이유로 매물로 내놨고,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은 모회사인 중국 안방보험그룹의 오너리스크로 지분 매각을 원하는 상태다. 세 회사 중 한 곳을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500억~6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캐피탈사의 경우 아주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아주캐피탈이 유력 후보다. 우리은행은 아주캐피탈의 최대주주인 웰투시제3호투자목적회사(지분율 74.04%)가 조성한 31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에 1000억원을 출자하며 펀드 만기 시점인 2019년 7월 아주캐피탈을 우선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인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했다. 이 청구권을 실제로 행사한다면 캐피탈과 저축은행을 한번에 포트폴리오로 편입할 수 있는 셈이다.

부동산신탁사의 경우 이미 국제자산신탁과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부동산신탁사 신규 인가를 받았지만 우리은행은 여기에 참여하지 않았다. 우리은행이 이미 국제자산신탁 지분 6.54%를 쥐고 있는 만큼 새로운 신탁사를 세우기보단 이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낫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신탁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주가자순산비율(PBR) 3.5~4배 수준의 가격을 제시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 밖에 손 회장이 직접 밝히진 않았지만 증권사 인수 가능성도 있다. 리딩투자증권과 골든브릿지투자증권, SK증권 등 소형 증권사를 인수하는 방법, 한 차례 시도했다가 접은 유안타증권 등 중형 증권사를 인수하는 방법, 또 현재 우리은행 계열사인 우리종합금융을 증권사로 전환한 뒤 중소형 증권사를 합병하는 방식 등이 가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글로벌 영토확장·디지털 역량 강화 박차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우리은행>

금융지주 경쟁에서 몸집을 키우는 인수합병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다. 금융권에서 지속적으로 ‘혁신’이 거론되는 이유다. 특히 은행 비중이 높은 4대 금융지주의 경우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잠재적 위협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손 회장이 직접 언급한 ‘4대 성장동력(글로벌·디지털·기업투자금융(CIB)·자산관리(WM))’ 강화는 결국 미래 ‘먹거리 사업’을 찾겠다는 의지 표명인 셈이다.

‘해외통’으로 꼽히는 손 회장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이미 가시화된 상태다. 회장 취임 이후 글로벌 진출에 집중, 당초 18개국 73개였던 글로벌 네트워크를 26개국 430개로 확대하며 국내 은행 최초로 글로벌 20위권에 진입했다.

지난해 6월 전국 106개 지점을 보유한 캄보디아 금융사 ‘비전펀드 캄보디아’를 인수한 것이 컸다는 평가다. 지난 3분기 우리은행의 글로벌 부문 이익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늘어난 1500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거점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미얀마, 인도 등이며 리테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1월 22일에는 베트남 1위 부동산 모바일 업체인 ‘렌트 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패션프루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를 통해 베트남에서 외국계 은행 1위인 신한은행을 이른 시일 내에 제치겠다는 복안이다.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서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을 국내 마케팅을 총괄하는 국내 부문에 전진 배치한데 이어 사무실을 본점과 따로 분리해 자율성을 부여했다.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최고디지털책임자(CDO)에는 휴렛팩커드(HP) 출신 황원철 디지털금융그룹장을 선임해 6개월 만에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130여 명의 디지털금융그룹 직원 가운데 약 25%를 외부 경력직으로 꾸렸다.

이 같은 변화는 순혈주의로 대표되는 보수적 은행 문화에 일대 변화로 읽히는 대목이다. 손 회장도 “외부에서 들어온 인력도 완전한 은행 직원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며 은행 순혈주의를 깨뜨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나타냈다.

손 회장은 WM과 CIB를 강화하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그는 지난 1월 2일 사내방송을 통해 “올해는 은행간 경쟁이 심해지기 때문에 우리만의 주특기 영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WM CIB, 혁신성장 부문을 집중육성해 타 은행이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추고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금융 명가’로 거듭나자”고 말했다. 은행 예대마진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WM과 CIB 강화는 체질개선과도 직결된다는 게 은행권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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