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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회장, 교보생명 상장으로 '제2의 창사' 길 연다
신창재 회장, 교보생명 상장으로 '제2의 창사' 길 연다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9.02.01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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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성장에 획기적 변곡점 될 것"...재무적 투자자들과 신뢰가 관건
교보생명 상장 여부는 지난해 보험업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였다. 지난해 중순부터 상장설이 모락모락 솟아올랐고, 결국 연말 교보생명 이사회에서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했다. 생명보험사 ‘빅3’로 통하는 교보·삼성·한화생명 가운데 그간 교보생명이 상장하지 않은 것은 ‘오너’인 신창재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때문이기도 했다. 교보생명은 재무적 상장을 기회로 삼아 ‘제2의 창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된 신창재 회장의 도전은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교보생명>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지난 1월 2일 신년사를 통해 기업공개를 공식 천명했다. 신 회장은 “우리 회사는 지난 60년 동안 숱한 경영위기 속에서 도전과 응전을 거듭하며 오늘의 교보생명으로 발전했고 올해 하반기 IPO를 결정했다”며 “IPO는 ‘제2의 창사’라고 할 정도로 향후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있어 획기적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장하면 이해관계자가 많아져 기업이 요구받는 책임도 더 커진다”며 “시장과 국내외 투자자에게 회사 경영성과를 상시적으로 평가받는 만큼 비즈니스 체질을 지속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교보생명 상장과 관련된 잡음을 의식한 듯한 발언이지만, 상장 자체를 그룹 재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교보생명, 미루던 상장 하게 된 까닭은?

한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수반된다. 가장 큰 이유로는 투자금 확보로, 자사 주식을 팔아 제품 생산이나 R&D, 공장 건설 등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밑천을 마련하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혹은 회사 창립자와 투자자들이 최초 투자에 따른 차익을 거두는 데도 상장이 활용되곤 한다. 이와 비교했을 때 창립 61주년을 맞은 교보생명의 상장은 조금 특수한 케이스다.

교보생명이 상장사 반열에 오르면 동양생명·한화생명·삼성생명·미래에셋생명·오렌지라이프에 이어 여섯 번째 상장 생보사가 된다. 미래에셋생명은 미래에셋그룹 실세인 최현만 수석부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지만, 실질적으론 대표이사 체제가 확고히 잡힌 상태다. ‘빅3’ 중 삼성생명과 한화생명도 완전한 전문경영인 체제다. 반면 1958년 창업주인 고(故) 신용호 명예회장이 세운 교보생명은 2세인 신창재 회장의 오너 경영체제다.

신 회장은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를 지내다 아버지인 신용호 창업주의 부름을 받고 1996년 교보생명 부회장에 임명되면서 경영에 참여했다. 신용호 창업주가 작고하기 3년 전인 2000년에는 교보생명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아버지의 부름을 받아 회사 경영에 뛰어든 신 회장으로선 상장을 통한 지분 희석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재계 해석이다.

이는 2010년 경 신 회장이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읽을 수 있다. 당시 그는 “국민이 과연 교보생명 상장에 그다지 관심이 높은지 의문”이라며 “기업이 상장하는 이유는 구주 매출을 통해 주식을 유동화하든지, 아니면 신주를 발행해 자본을 보충하기 위해서인데, 교보생명은 현재로서는 이 두 가지 이유 중 하나도 없다”고 비상장 이유를 설명했다. 다시 말해 상장을 통해 얻을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교보생명은 30년 전인 1989년 자산 재평가를 하며 상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재벌금융’ 비판이 커지고, 이후 외환위기 등으로 상장이 미뤄졌다. 2000년대 들어 부각된 주주와 계약자 간 이익배분 문제도 상장의 걸림돌이었다. 당시 금융소비자단체 측은 생보사를 ‘상호회사’로 규정해 유배당 상품에 대한 기여도에 따른 이익을 배분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보험사 측은 생보사를 ‘주식회사’로 규정하고 계약자에게 이익 배분을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2007년 4월 들어 이 문제가 해결됐다. 증권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개정안’을 통해 생보사를 주식회사로 규정하며 이익배분 문제가 정리된 것이다. 동양생명·한화생명·삼성생명이 이에 따라 잇따라 상장에 성공했다. 하지만 오너 경영체제인 교보생명은 외부의 경영간섭에 민감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외국계 지분이 많아지면서 기업공개는 더 멀어지는 듯 했다.

교보생명은 2008년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찾아온 대우그룹 부도와 함께 일대 변화를 맞게 됐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교보생명 지분 24.0%를 쥐고 있었는데, 부도로 인해 벌어진 증자 과정에서 지분이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넘어간 것이다. 이들은 애당초 상장 약정을 바탕으로 신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했지만, 실제는 상장이 계속 지연되자 신 회장이 자신들 주식을 매수하도록 하는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교보생명의 주요 주주는 미국 사모펀드(PEF) 코세어캐피털과 캐나다 온타리오교직원연금(OTTP), 스탠다드차타드(SC) 사모펀드 파인벤처(Finventures KBL LLC),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주축이 된 어피너티컨소시엄 등으로 이들 총 지분은 46.75%에 달한다. 이 가운데 어피너티컨소시엄은 보유 지분 24%의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초 1조2000억원대 사들였던 풋옵션의 현재 가격은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며, 신 회장으로서는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IPO를 추진해야 할 상황이다.

얼어붙은 생보사 업황, 대형사도 예외 없어

교보생명 광화문 본사와
주요 주주 현황.<교보생명>

그렇다고 교보생명의 상장을 단순 재무적 투자자들의 압박의 결과로만 치부할 순 없다. 매년 수천억원 대 유보금을 쌓던 교보생명이 보험업계 생태계 변화에 따라 성장이 정체된 상황을 타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3위 수준인 교보생명은 최근 들어 신계약률이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영업이익도 9000억원대를 기록했던 2015년을 기점으로 정체된 상태다. 새 도약을 위해 또 다른 성장 동력을 찾을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현재 생보사 업황은 역대 최악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24개 생보사들의 보험영업손실은 11조358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조3123억원(13.1%) 손실이 확대됐다. 저축성 보험료가 4조3000억원 감소하고, 해약 증가 등으로 지급보험금이 3조3000억원 늘어난 영향이다. 당기순이익은 3조14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증가했지만, 이는 저금리 기조에서 투자영업이익이 오른 데 따른 영향으로 본업 경쟁력이 줄어들었음을 방증한다.

교보생명도 업황 악화를 피해갈 수 없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2018년 3분기 영업이익은 8055억원, 당기순이익은 5707억원으로 2017년보다 각각 5% 가량 떨어졌다. 이는 줄어든 신계약 건수와 수입보험료에 따른 결과로, 실제 생명보험사 보유계약 규모는 지난해 8월(2479조원)을 기점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새로운 계약보다 효력이 상실되는 계약이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생명보험사의 수입보험료 감소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연구원은 올해 생명보험 수입보험료가 104조8000억원으로 전년대비 3.8%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실손보험 가입이 대중화돼 신규가입이 줄고, 생보사들이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에 대비해 저축성 보험 판매를 줄이는 게 주된 원인이란 분석이다.

2022년 도입될 IFRS17와 기존 지급여력비율(RBC)을 대채할 킥스(K-ICS) 도입은 이들 보험사의 재정을 옥죄고 있다.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하는 IFRS17의 경우 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며, 이는 중소형 보험사뿐만 아니라 교보생명 같은 대형 보험사도 예외가 아니다.

킥스는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을 특정 요건에 따라 분류하는 방식이다. 기존 RBC 비율과 다르게 ‘충격 시나리오 방식’ 도입과 장수·대재해·대량해지 등 새로운 리스크 요인 반영, 바뀐 계약서비스마진(CMS) 등은 일정부분 RBC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보험사들도 이에 대비해 지난해에만 9조원에 달하는 자본을 확충함은 물론 전문 인력 확충 및 회계시스템 구축 작업 등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보험산업 중장기 전망’ 보고서에서 “생보사 수입보험료는 2022년까지 연평균 1.7%, 신계약보험료는 9.5%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업계가 본격적인 실적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로, 회계기준 변경과 맞물려 중소형 업체들은 매각을 시도하기도 한다. 최근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푸본현대생명 등이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부위정경(扶危精傾)’하는 교보생명

상장을 통한 자본 조달은 교보생명에 나쁜 시나리오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재무적 투자자들의 풋옵션 압박을 막을 수 있고, IFRS17 도입에 따라 충당해야 할 자본금을 확보할 수 있으며, 나아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총알’을 확보하게 된다. 하나의 돌로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시나리오인 셈이다. 다만 최근 부진한 주식시장이 걸림돌이란 지적도 있어 그 시기를 잘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낮은 보험사 밸류에이션도 걸림돌이다. 한화생명의 경우 지난달 28일 현재 주가가 4290원으로 2010년 3월 상장 당시 공모가인 8200원보다 절반 수준까지 낮아졌다. 2015년 공모가 7500원에 상장한 미래에셋생명이 4890원, 2010년 공모가 11만원에 상장한 삼성생명도 9만3000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교보생명 상장 시 몸값이 애초 기대됐던 6~7조원 수준보다도 낮은 4~5조원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주가순자산비율(PBR)에 따른 평가다. 교보생명의 자기자본은 9조원 수준으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오렌지라이프 등 상위 생보사의 상장 당시 PBR(0.54배)을 적용하면 약 4조8600억원이 나온다. IFRS17과 킥스 도입 등 자본건전성 부담에 따라 보험업계 밸류에이션 평가가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게 증권업계 시각이다. 실제로 상장 시 몸값이 낮게 나올 경우, 유통시장에서 지분이 제값을 평가받지 못하게 되는 재무적 투자자들이 실제 풋옵션 행사에 나설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측은 상장 시 공모가가 높게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5년에 걸친 저금리 기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도 다소 긍정적인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교보생명이 배당성향을 늘리고 신종자본증권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자본 건전성을 확대하는 방안도 동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초 교보생명은 교보증권 지분 51.63%를 매각하는 방식의 자본 확충도 고려했다. 금융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중형 증권사 매물을 찾던 우리은행이 인수 주체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방면에서 가격과 조건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교보생명이이를 철회했고, 결국 상장으로 방향으로 완전히 튼 상태다. NH투자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를 IPO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고, 지난달 9일엔 미래에셋대우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도 주관사로 추가 선정했다.

교보생명은 최근 신외감법(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지정 감사를 신청했고, 조만간 IPO를 위한 첫 미팅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회사 실무진과 상장 주관사 담당자들이 만나 향후 세부일정과 실사 내용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일반적인 상장 시나리오로 봤을 때 교보생명은 상반기 내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하반기 중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상장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지난 1월 23일 금융위원회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에 참석했다. 실제 인터넷은행 인가를 신청할 경우 교보생명 단독으로 추진하기보단 금융 및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2015년 한 차례 컨소시엄에 참여하려다 포기한 이후 재차 도전으로, 성공할 경우 신 회장의 숙원 사업인 ‘금융 포트폴리오 확대’ 및 ‘보험·증권·은행을 잇는 ’원-플랫폼(One-platform)‘을 이루는 큰 그림이 갖춰질 전망이다.

신 회장은 지난달 11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IPO는 ‘이해관계자 경영’을 선도하는 금융회사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교보생명 IPO는 제2의 창사와 같다”고 재차 강조했다. 2019년 ‘기업가치 확대’를 우선 과제로 꼽은 신 회장은 새 목표 달성을 위해 힘차게 출발하자는 의미를 담아 교보생명 임직원 800여명앞에서 호루라기를 크게 세 번 불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장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재무적 투자자의 풋옵션 행사라는 급한 불을 끌 가능성이 커졌다”면서도 “향후 증자를 통해 수반될 지분 희석 과정에서 신 회장이 경영권을 어떻게 방어해내느냐가 상장 시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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