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오일뱅크 지분 팔아 대우조선 인수 '실탄' 마련하나
현대중공업, 오일뱅크 지분 팔아 대우조선 인수 '실탄' 마련하나
  • 도다솔 기자
  • 승인 2019.01.3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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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매각 시 1조8000억 확보 가능...아람코는 한국에 원유 공급 교두보 마련
지난 1월 28일 현대중공업지주와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19.9%를 매각하기로 발표했다.현대중공업
지난 1월 28일 현대중공업지주와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19.9%를 매각하기로 발표했다.<현대중공업>

 [인사이트코리아=도다솔 기자] 지난 1월 28일 현대중공업그룹이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현대중공업은 1조8000억원을 손에 쥐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30일 오후 산업은행에 대우조선해양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매각한 것이라는 말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해양 민영화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과 계열 조선사를 총괄하는 조선통합법인을 출범시키고, 조선통합법인에 산은이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체(55.7%)를 현물출자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과 기본합의서 체결에 합의했으며 삼성중공업은 앞으로 의사확인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조선업 빅2 체제 전제 시 ‘민간 주인찾기’ 대상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으로 한정해 통합 건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장에서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현대오일뱅크와 아람코가 최대 1조8000억원 규모의 Pre-IPO(상장 전 투자유치) 투자 계약에 대한 성과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지분 매각에 따른 현금 유입 ▲높은 매각 가치 ▲현대오일뱅크 상장 이후 현대중공업지주 주식에 대한 수급 우려 해소 등이다.

이번 매각에서 주목할 점은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의 가치를 시장 예측보다 높이 평가했다는 것이다.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를 9조원으로 평가했는데 이는 삼성증권의 가정치(7조5000억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아람코는 세계 1위 원유생산 업체로 석유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 특히 아람코는 현재 에쓰-오일 지분 63%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현대중공업의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 이유는?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 매각 이유에 대해 “지난해 시장에서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IPO(기업 증시상장)진행이 금감원 감리로 인해 지연됐다”며 “이번 매각은 아람코의 투자제의에 따른 매각”이라고 설명했다.

지분매각 대금 활용 방안에 대해선 “향후 재무 건전성 개선과 신사업 투자에 사용될 예정이나 아직 아람코와 지분 매각이 완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선 어디에 얼마를 사용할 것인지는 밝히기 어렵다”며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해서는 산은과 협의 중이라서 현재 자세히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협의가 성사될 경우 지분매각 대금은 인수 자금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로지분  55.7%(약 2조150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얘기도 어제 저녁 보도를 통해 알았고 오늘(31일) 임금 및 단체협약 2차 잠정합의안 투표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런 사측의 인수설 보도로 현재 투표를 중지했다”며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어렵다던 사측이 거액의 돈을 들여 대기업 인수에 나선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우디, 아시아 시장에 잇달아 투자

일각에서는 아람코의 현대오일뱅크 투자에 대해 아람코가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서 사우디산 원유 점유율을 높여 영향력을 키우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분야 정보분석업체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글로벌 플라츠(S&P Global Platt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로 아시아 주요 원유 소비국에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지난해 원유 수입량은 3억1317만배럴에로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큰 원유 소비국이다. 최근 미국이 세계 원유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우며 사우디의 입지를 흔들자 맞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한국 원유 수입량 중 사우디산 원유와 비(非)사우디산 원유 수입량 추이.자료=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단위=10만톤
한국 원유 수입량 중 사우디산 원유와 비(非)사우디산 원유 수입량 추이.<자료=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단위=10만톤>

실제로 미국·카자흐스탄·아프리카 등에서 수입하는 원유 물량이 늘어나면서 사우디산 원유의 국내 점유율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사우디산 원유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7.1%나 줄었다. 반면 미국산 원유 수입은 같은 기간 1361만 배럴로 전년 같은 달의 6배 가까이 급증했다.

플라츠는 아람코가 최근 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한 뒤 이번 결정을 내놓은 데 주목했다. 지난해 아람코는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업체 페트로나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했고, 말레이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투자 확대 계획도 밝혔다. 또 같은 해 47조원을 투자해 인도에 대규모 석유단지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아람코가 이번 지분 인수로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로 올라서면 사우디로서는 매달 일정 규모의 한국 원유 수출 물량을 확보한다는 게 플라츠의 분석이다.

현재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실제 매각이 이뤄지면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가 된다. 아람코에 지분 19.9%를 매각할 경우 보유 지분율은 71.23%로 낮아진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오는 2월 중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위한 이사회 의결을 거칠 예정이며, 순차적으로 지분 매각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