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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최예태, 일체의 영혼 신구상의 통찰
서양화가 최예태, 일체의 영혼 신구상의 통찰
  • 권동철 전문위원
  • 승인 2019.01.23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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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산의 판타지, 72.7×60㎝ Mixed media, 2018
붉은 산의 판타지, 72.7×60㎝ Mixed media, 2018

“예술가여, 형상(形象)하라! 말은 하지마라. 입김 하나라도 너의 시(詩)가 된다면야!”

<괴테시집 中 ‘Bilde, Künstler!’, 송영택 옮김, 문예출판사刊>

위풍당당 맨살 가슴을 드러내 산협을 휩쓰는 눈보라에 맞서던 광야의 호연지기던가. 울울창창 혹한숲길을 헤쳐 나가는 사내의 입김, 깊은 호수의 얼음이 제 힘에 겨워 쩡쩡 신음소리를 게울 때 만첩의 산정(山頂)은 깊은 메아리의 비의를 품고 침묵 속으로 들어간다.

둥둥 북소리 울린다. 샤를 뮌슈(Charles Munch)지휘, 브람스(Brahms)가 20여년에 걸쳐 완성했다는 ‘교향곡 제1번 C단조 작품68’이 헤아릴 수 없는 감성의 심연으로 인도한다.

 

72.7×53.0㎝, 2018
72.7×53.0㎝, 2018

◇통합과 공생의 응축미학

‘붉은 산의 판타지’연작은 1991년 압구정동 현대미술관초대전서 처음 선보였다. 화백이 1970~80년대 광릉수목원 등지에서 그린 산 풍경과 88년 알래스카를 경유할 때 저녁 산의 황홀한 인상에서 얻은 영감이 오버랩 되면서 더욱 원숙한 회화로 진화한다.

초기 유화나이프의 두터운 마티에르작업에서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화면은 한층 간결해지고 직선과 평행선, 사선의 시도로 화면공간분할이 출현한다. 한옥 창(窓)너머 옹기종기모인 들녘을 휘감아 돌아가는 개울과 저 앞산을 바라보는 관조적사유의 여유로움을 그것으로 심상화한, 드라마틱한 자연의 구성을 이룩해 낸 것이다.

이와 함께 해와 달을 통한 음양을 등장시킴으로써 조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공동체적세계관을 표출한다. 전면에 산들이 배치되지만 일월(日月)은 작품메타포의 중요핵심이다. 생성과 소멸의 순환은 곧 일체(一切)의 자연관이자 그것이 우주만물의 본바탕이라는 최예태 회화의 통찰담론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2010년대 이후 간결한 선, 원색의 대비를 비롯하여 원근감을 배재한 평면의 단순화, 오방색문양이 나타난다. 화백이 90년대 초 캐나다 퀘벡유니버시티에서 추상세계에 흠뻑 빠졌던 시기가 있었다는 점을 상기할 때, 구상과 추상을 섭렵한 후 표출된 ‘최예태 신구상’을 새롭게 보아야 하는 지점이다.

다시 말해 최근 발표되고 있는 ‘붉은 산의 페스타’, ‘면과 색’연작은 단순히 작품진화의 연장선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변곡점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그것은 원숙한 경지의 예술성이 응축되고 투영된다는 점이다.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고 할까, 근작에선 세상사 번민이 모두 배어든 후에야 비로써 올라온 청정이미지의 느낌이 강하게 전해온다.

그 맑고 순수한 에너지의 기운에 바로 한국의 정신사가 꿈틀대고 있다. 현대성의 임팩트 강한 단순미 그리고 저 산에 피어난 꽃과 새와 청청한 폭포수와 생령들이 이뤄내는 화평의 낙원 그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가 배어 든 듯, 불가분(不可分)의 아우라가 융합된 참신한 조형성의 발현이 그것이다.

 

면과 색, 130.3×162.2㎝ Mixed media, 2017
면과 색, 130.3×162.2㎝ Mixed media, 2017

“여든이 넘으니 이제야 그림이 조금 보인다.”는 한마디가 큰 울림으로 밀려드는 것은 최예태 화백(ARTIST CHOI YE TAE, 최예태 작가, 崔禮泰, CHOI YE TAE)의 그림이 치열함을 딛고 우러나온 영혼의 산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디지털미디어시대 노(老)화백이 선사하는 통합과 공생의 응축미학이 눈부시다.

 

 

권동철 전문위원, 미술칼럼니스트, 데일리한국 미술전문기자
권동철 전문위원, 미술칼럼니스트, 데일리한국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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