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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법’은 언제 오나...소비자들, 목 빠지게 기다려도 '감감무소식'
‘레몬법’은 언제 오나...소비자들, 목 빠지게 기다려도 '감감무소식'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01.15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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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법 시행됐지만 있으나 마나...제작자가 중재규정 수락 안 하면 '그만'
자동차 관련 소비자보호법인 일명 '레몬법(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의 법정 시행일이 지난 1월 1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주일이 지난 지금도 실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자동차 관련 소비자보호법인 일명 '레몬법'의 법정 시행일이 지난 1일이었음에도 현재까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일명 ‘레몬법’이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15일 현재까지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고 있다.

레몬법은 미국에서 유래한 말로 달콤한 오렌지인 줄 알고 샀는데 먹어보니 신맛 나는 레몬이었다는 의미로 자동차 관련 소비자보호법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레몬은 품질이 낮은 상품이라는 은유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국토교통부는 신차에서 동일한 하자가 반복되는 경우 중재를 통해 교환·환불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2017년 10월 23일 공포, 2019년 1월 1일 시행)을 작년 7월 31일 기준으로 40일간 입법예고 했다.

문제는 법적인 모든 절차를 마치고 공표된 지 1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법 적용이 되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해당 개정안 조문에는 독소조항이 있어 소비자 권리 강화라는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법률에 대한 검토를 마치지 못해 시행이 안 되는 것은 레몬법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자동차 운전자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기도 하다.

제작자·구매자 모두 계약서 사인해야 중재 받아

레몬법에 따르면 교환·환불 대상은 하자로 인한 안전우려, 경제적 가치 훼손 또는 사용이 곤란해야 한다. 또 차량 인도 후 1년 이내에 중대한 하자 2회, 일반 하자는 3회, 수리하고도 하자 시정에 실패하거나 누적 수리 기간이 30일을 초과해야 한다. 이에 해당하는 사람이 국토부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하면 중재 절차가 개시된다.

개정안은 교환·환불중재 신청에 필요한 사항으로 ▲자동차 제작자 등이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교환·환불중재 규정을 수락한 경우 ▲하자차량 소유자가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 또는 교환·환불중재를 신청할 때 국토교통부령에 따라 교환·환불중재 규정을 수락한 경우 등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교환·환불중재 규정을 사전에 수락한 자동차 제작자 등은 자동차 판매 때 교환·환불중재 규정을 수락한 사실을 구매자에게 안내해야 한다.

레몬법은 자동차 리콜이 잦은 현 상황에서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문제는 해당 조문에 ‘수락’ ‘사전동의’ 등 선택적인 용어들이 들어있어 자동차 제작자가 수동적으로 나올 경우 있으나 마나 한 법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해당 법에 따르면 차량 계약 시 교환·환불 규정에 관한 서면계약이 있어야만 소비자는 레몬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현대·기아차 같은 제작자가 신차 판매 시 교환·환불중재 규정을 수락하지 않는다면 법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미국 레몬법도 제작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양 당사자 합의가 있어야 하는 ‘중재제도’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언론·의료 분쟁에 중재제도가 있는 것처럼 자동차와 관련해서도 기존에는 없던 것을 만들었기 때문에 소비자 권리 보호가 강화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에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 환불·교환중재 규정에 사인을 한 구매자에게 불리한 중재 결과가 나왔을 경우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환불·교환중재 규정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알 수 없다. 아직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 시행 가이드라인 없어...업체들은 '준비 중'

 

레몬법에 따르면, 구매자가 피해에 대한 중재를 받으려면 교환·환불중재 규정에 사인을 해야 한다.
레몬법에 따라 구매자가 피해에 대한 중재를 받으려면 교환·환불중재 규정에 사인을 해야 한다.<자료=국토교통부/뉴시스>

15일 <인사이트코리아>가 국내 5개 완성차업체(현대·기아·쌍용·르노삼성·한국GM)에 확인한 결과 이들 업체 중 한 곳도 신차 판매 시 ‘환불·교환중재 규정’에 관한 실행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다. 이 회사들은 타 업체의 진행 상황을 관망하거나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법을 적용하기에 어려운 점들이 일부 있어 실질적인 시행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종훈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는 시행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레몬법 시행일이 1월 1일인데 아직 시행되고 있지 않은 것은 맞다”며 “원칙적으로 시행이 돼야 하는데, 아무래도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제작자가 선택적으로 레몬법을 적용할 수 있는 독소조항 지적에 대해서는 “법은 교환·환불중재 규정을 수락한 제작자는 반드시 계약서에 교환·환불중재 규정을 포함하고 싸인도 받아 이를 구매자에게 안내하도록 돼 있다”며 “실효성이 있는지는 시행이 되고 나서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규정에 ‘징벌적 손해배상’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BMW 사태’로 인해 높아진 소비자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해 말 국회에서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토록 하는 새로운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를 막기 위해 완성차 업계 고위관계자들이 국회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는 뒷말도 나왔다.

업계·정부·전문가 등의 말을 종합해 보면 레몬법의 실제 시행은 좀 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은 레몬법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시행에 대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정확한 시행 시기는 아직 정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레몬법 시행을 기다리며 ‘소비자 권리 강화’라는 목적에 맞는 법이 나오기를 고대하는 운전자들이 많다. 실제로 한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에 레몬법 관련 게시글에는 댓글이 217개나 달리기도 했다. 조회 수는 18만명을 훌쩍 넘겼다. 게시글이 올라온 날짜는 1월 1일이다.

글쓴이는 “레몬법 시행을 계약서에 명시했을 경우만 적용시키는 꼼수를 부렸다”며 “차 구매하시는 분들 레몬법 반드시 넣고, 안 넣어주면 차 구매 안 하겠다고 해야 됩니다”라고 적었다.

자동차 정책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쓴 듯한 한 댓글은 “정부 발표와는 다르게 아직 중재 규정안이 완성되어있지 않은 상태이며 단순한 계약서 문구조차 나와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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