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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베팅의 기술'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베팅의 기술'
  • 이필재 인물스토리탤러
  • 승인 2019.01.0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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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클 때 기회 잡아야...안전지대와 안락지대 혼동하지 말아야"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한국신용데이터>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20대에 두 번의 창업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2011년 설립한 아이디인큐(오픈서베이 전신)와 한국신용데이터를 5년 간격으로 연이어 창업했다. 오픈서베이는 모바일 리서치로 수집한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 기업에 제공한다.

고객사는 SK텔레콤, P&G, 페이스북 등 1200여 기업에 이른다. 이 회사는 2013년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16억원을 투자 받았다. 오픈서베이는 모바일 앱을 이용함으로써 응답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결과 분석까지 열흘 가까이 걸리는 일반적인 리서치와 달리 1시간 남짓이면 프로젝트를 마친다. 김 대표는 2016년 대주주로 있는 오픈서베이의 일상적인 경영에서 손을 뗐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중소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했다. 이 회사가 제공하는 대표 솔루션 ‘캐시노트’는 2017년 봄 출시됐는데 현재 15만여 사업장이 도입했다. 카카오, KT, 신한카드 등과 전략적 투자·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김 대표는 2016년 <포브스아시아>가 뽑은 젊은 기업가에 선정됐다. 연세대 산업공학과를 나왔고 창업 전 데이터마이닝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종사했다. 그는 “비즈니스에 성공하려면 시대의 흐름을 타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흐름 올라타야 성공”

“산업의 역사를 살펴보면 어떤 필연적인 흐름이 있습니다. 이 흐름에 역행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하기는 굉장히 힘들어요. 손정의의 소프트뱅크도 역사적 필연성을 사업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기에 중소 소프트웨어 유통회사에서 세계적인 IT 회사로 성장했어요.”

역사적 필연성은 어떻게 알아챌 수 있을까? 그는 노력한다고 그런 안목이 생기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사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사람들은 흐름의 방향이 정해지기 전 시장에 뛰어듭니다. 제가 오픈서베이를 창업했을 당시 스마트폰이 700만대 가량 보급됐었습니다. 시대의 방향이 51%는 결정됐을 때였죠. 어떤 의미에서는 현실적인 접근이었습니다. 반면 카카오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그로부터 1년 전 스마트폰이 130만대쯤 보급됐을 때, 말하자면 시장 상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론칭했어요.”

김 의장은 카카오뱅크를 만들어 금융에 진입한 데 이어 요즘 카카오 카풀 서비스로 택시업계와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다. 김 대표는 새 시대를 연 기업가로 김재철 동원그룹 창업주를 꼽는다. 부경대(옛 국립수산대) 출신인 김재철 회장은 1950년대 후반 한국의 원양 어선 1호가 출항한다는 신문 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다. 20년 경력의 선원도 타 본 적 없는 배였다. 1년간 무급으로 일하겠다고 우겨 이 배에 오른 그는 약관 28세에 원양어선 선장이 된다. 이 무렵 우리나라는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덕에 국내총생산(GDP)이 급성장했고 원양어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원양어업이 역사적 필연성이 태동하던 산업이었던 셈이다.

핀테크에 뛰어든 계기

“김 회장은 선구안이 있었다고 봅니다. 이런 선구안이 생기려면 자신이 뛰어들려는 산업의 역사를 공부해야 합니다. IT 산업의 경우 PC의 보급, PC 통신 및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 스마트폰 보급이 산업의 전환점이었는데 스마트폰 확산은 앞의 두 이정표를 보고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어요. 제가 한국신용데이터를 설립해 핀테크 사업에 뛰어든 것도 앞서 2015년 여름 핀테크 활성화 이야기가 나온 후입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중소 사업자 신용을 평가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은행에 제공한다. 그동안 중소사업자 신용을 평가하는 모형은 취약했었다. 이 회사는 은행이 사용하지 않던 사업자의 포스(pointof-sale) 매출 데이터, 금융결제원이 제공하는 사업자의 현금 흐름을 제공해 은행이 중소 사업자 신용평가 모형을 고도화하도록 했다. 단적으로 사업자의 현금 흐름을 예상하면 대출금 연체 확률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더욱이 포스 데이터와 현금 흐름은 재무제표보다 훨씬 자주 업데이트돼 해당 사업자의 재무 상황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들을 활용해 재무제표를 교차 검증할 수도 있다. 그는 “은행의 기존 중소 사업자 신용 평가 모형은 비재무 데이터를 근거로 한 정성평가 비중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은행으로서는 대출 리스크를 더 정확히 예측할 수있게 된 거죠. 결국 중소 사업자 대출 시장이 훨씬활성화 될 겁니다.”

스마트폰 보급은 포화 상태다. 무엇보다 네이버 등 대기업들이 진을 치고 있다. 모바일 시장에 여전히 기회가 있을까? 그는 피트니스 O2O 업체 인밸류넷을 예로 들었다. 이 회사는 통합 회원권이라는 아이디어 하나로 8년에 걸쳐 전국의 약 2300개 피트니스를 하나의 선단으로 묶었다. 회원권 하나로 어디든 이용할 수 있다. 이 회사가 이 비즈니스에 뛰어든 것은 O2O 붐이 일기 전이었다.

빅 플레이어가 뛰어들지 않은 무주공산 널려 있어

김동호 대표가 당시 임종룡(가운데) 금융위원장에게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김동호 대표가 당시 임종룡(가운데) 금융위원장에게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한국신용데이터>

그는 빅 플레이어가 아직은 뛰어들지 않은 무주공산이 지금도 많을 거라고 말했다. “모바일 시장은 여전히 기회의 땅입니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체제의 후발주자입니다. 서방에 벤치마크가 많다는것이 우리의 이점이죠. 불확실성이 크다는 건 관점을 바꾸면 역설적으로 기회가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불확실성은 변동성의 이음동의어예요. 사업 기회가 많지 않던 분야에서 국지적으로 기회의 문이 수시로 열릴 겁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장에 기회가 많듯이 변화가 빠른 시대엔 비즈니스 기회가 극대화됩니다. 경제성장률이 2%면 국지적으로 어떤 산업, 어떤 지역에서는 10%의 성장이 이뤄질 수 있고 반대로 마이너스 성장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직장인도 지속가능한 흐름 속에 있는 산업에 베팅해야 합니다.”

역사적 필연성이라는 화두가 창업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O2O 붐과 동떨어진 분야에서는 역사적 필연성이 어떻게 적용될까? 그는 의료영상진단 스타트업 루닛을 지목했다. 기술력이 뛰어난 이 회사는 국내파 카이스트 박사들이 창업했다. 미국의 유명 IT 미디어가 뽑은 글로벌 100대 AI 기업으로 진단의 정확도가 IBM과 구글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이비부머인 동네 병원 의사가 루닛의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해 MRI·엑스레이(X-ray) 사진을 보고 진단을 하면 시간이 단축돼 나머지 진료 시간을 환자와의 소통에 돌릴 수 있습니다. 친절하다는 평판이 생기면 의사로서 경쟁력이 생기죠. AI 시대 경쟁력은 기술 개발의 주체에게만 요구되는 게 아닙니다. 앞으로 10년 이상 유저로서 기계를 잘 다루는 능력이 개인의 경쟁력을 좌우할 거예요. 이런 시대엔 새 기술을 열린 자세로 탐색해 보고 새로운 기계를 다룰 줄 아는 스마트 유저가 돼야 합니다.”

그는 무엇보다 안전지대와 안락 지대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 부르고 등 따스운 곳은 안락 지대일 가능성이 큽니다. 대체로 변동성이 작고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곳이죠. 변동성을 지렛대로 변화를 만들어내고 그 변화 속에서 기회를 잡는 주체가 될 거냐, 그 변화의 영향을 받는 객체가 될 거냐는 결국 선택의 문제입니다.”

“안락한 환경 벗어나 손발이 고생해야”

안락 지대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다이어트를 예로 들었다. 몸을 불편하게 만들고 움직이기 싫지만 몸을 움직여야 다이어트에 성공한다. 안락한 환경을 벗어나 손발이 고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사에서는 필름 산업의 최강자였던 코닥의 몰락을 예로 들 수 있다.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는 코닥의 연구원이 개발했다. 코닥은 특허도 보유하고 있었다. 제품화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디카가 보급되면 고수익을 내는 필름사업부가 망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기 시장을 스스로 잠식하는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에 대한 우려였다. 제살 깎기를 회피한 결과 코닥 제국의 영광은 빛을 잃고 말았다.

국내 통신사들이 무료 메신저 서비스에 대한 발상을 했지만 서비스를 미뤄 카카오톡에 시장을 빼앗긴 것도 이런 ‘혁신가의 딜레마’로 설명할 수 있다. 뒤늦게 통신 3사가 힘을 합쳤지만 막대한 인력과 자금을 투입하고도 결국 시장을 탈환하지 못했다.

당시 통신사에 근무한 한 임원은 효자였던 문자 서비스의 무료화로 인한 손실을 메울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무료 메신저 서비스를 제안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변동성을 남보다 앞서서 받아들여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이런 사람들이 놓친 기회를 운 좋은 후발주자들이 줍는 겁니다.” 그는 AI의 영향으로 20년 안에 사무직의 절반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일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기계가 사람보다 더 뛰어난 단순 반복과 모방 업무는 그 영향이 더 클 겁니다. 예를 들어 빈 칸에 숫자를 채우는 회계경리는 기계가 더 잘하겠지만 예술, 심리 상담은 기계가 잘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거예요.”

결국 한 때 영어 능력이 그랬듯이 AI에 대한 친화력이 일과 삶을 결정하는 제2의 디지털 디바이드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AI 디바이드 시대라고도할 수 있겠다. “사람 뇌의 뉴런 수보다 집적도가 높은 칩이 곧 나올 겁니다. 인간의 뇌보다 성능이 뛰어난 칩이죠. 그때까지는 사람이 기계와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기계를 잘 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경쟁이 격화될 거예요. 변화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유저로서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기술과 기기를 써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20대에 두 번의 창업에 성공한 그는 청년 창업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준비된 사람에게만 권합니다. 4~5년 간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에서 경험을 쌓았거나 대기업에서 신제품이나 신규 서비스 개발에 종사했다면 금상첨화죠. 이런 경험이 없다면 우선 스타트업에 들어가 1~2년 간 사이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접 겪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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