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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 회장, 글로벌 '생활문화 지배자' 꿈꾼다
이재현 CJ 회장, 글로벌 '생활문화 지배자' 꿈꾼다
  • 강민경 기자
  • 승인 2018.12.31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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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설 곳은 없다, 절박함으로 영토 확장 나선다
이재현 CJ그룹 회장.CJ그룹
이재현 CJ그룹 회장.<CJ그룹>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복귀 이후 과감한 글로벌 인수합병을 이어가며 글로벌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이 글로벌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낸 것은 지난 2017년 5월. 당시 4년 만에 그룹 공식행사에 참석한 이 회장은 ‘World Best CJ’ 달성을 처음 언급했다. “기존 산업이 쇠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 지금 CJ의 사업군은 국가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되어야 한다. 2030년에는 세 개 이상의 사업부문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World Best CJ를 만들어야 한다. CJ그룹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할 때, 사업으로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는 선대회장님과 저의 사업보국 철학도 실현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6월에도 CJ인재원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초격차 역량을 확보해 세계가 인정하는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이 되자”며 ‘글로벌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재현 회장이 2020년 매출 100조원을 실현하는 ‘Great CJ’ 달성을 넘어 ‘World Best CJ’를 천명함에 따라 CJ그룹은 ▲식품 ▲바이오 ▲신유통(물류) ▲문화콘텐츠(미디어) 등 네 개 핵심 사업부문을 기반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이 회장의 의지는 최근 이뤄지고 있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등을 통해서 구체화하고 있다. CJ그룹이 지난 7년간 성사시킨 해외 M&A는 10여 건이 넘는다.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가 재확인되고 있는 모습이다.

CJ제일제당 “미국 2위 냉동식품업체 쉬완스 인수”

계열사 가운데 규모면에서는 식품과 바이오를 함께 운영하는 CJ제일제당이 압도적이다. 전통적인 내수기업으로 꼽혀온 CJ제일제당은 2018년 11월 미국 냉동식품 전문기업 ‘쉬완스컴퍼니’를 약 2조원에 인수하며 그룹 역사상 최대 인수합병에 성공했다. 2011년 1조9800억원이 투입된 대한통운 인수 이후 CJ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인수였다.

CJ제일제당은 미국 내 냉동식품 업계 2위이자 미국 전역을 아우르는 쉬완스컴퍼니 인수를 통해 세계 최대 가공식품 시장인 북미를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을 확보하게 됐다. 그간 CJ제일제당은 2005년 애니천, 2009년 옴니, 2013년 TMI, 2018년 카히키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미국시장을 공략해왔다.

우선 이번 인수를 통해 생산 기지가 4배 이상 대폭 늘어난다. 기존 캘리포니아·뉴욕·뉴저지·오하이오 등 5곳에 생산 기지를 보유하고 있던 CJ제일제당은 쉬완스 인수로 미국 내에서만 생산기지 22개를 갖게 됐다. 업계 내부에선 이번 인수로 CJ제일제당이 식품 생산과 유통 인프라, 연구·개발(R&D) 등을 고루 갖추게 돼 이 회장이 공들이는 ‘K푸드 확산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구축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 회장의 식품사업 철학인 ‘한국 식문화 세계화’를 실현할 기반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 미국 캘리포티아 플러튼 공장(왼쪽)과 미국에서 판매 중인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미국 캘리포티아 플러튼 공장(왼쪽)과 미국에서 판매 중인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선진 식품시장에서 글로벌 음식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한식, 한국식 식문화와 접목시킬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해 새로운 식품 장르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기업 내부에선 “해당 국가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글로벌 사업 확장의 기본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980~90년대에 중국에 진출했다 참패했던 쓰라린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당시 CJ제일제당이 중국 시장에 내밀었던 제품은 ‘다시다’였다. 문제는 소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한 제품 특성이었다. 중국에선 국물 요리에 주로 닭고기 육수가 쓰여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한 것이 패착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혔다.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CJ제일제당은 문화 이해를 통한 현지 입맛을 제대로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제품 현지화에 초점을 맞춰 두 회사가 보유한 핵심기술을 융합해 초격차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한 ‘비비고 만두’를 중심으로 냉동만두 카테고리를 다양화하고, 기존 제품 현지화 및 신규 한식 메뉴 제품 개발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오부문, 4년여 만에 글로벌 매출 2배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은 이미 글로벌 시장 최전선에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바이오 사업 해외 진출 30년을 맞은 CJ제일제당은 라이신·트립토판·핵산·발린·농축대두단백 등 5개 품목에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섰고, 실적 호조세도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 사업 분야는 레드·화이트·그린 세 범주로 구분된다. 레드 바이오(Red Biotech)는 혈액 색깔에서 연상할 수 있듯 바이오 제약사업(의약기술)을 의미한다. 질병의 진단 및 치료, 바이오 신약개발, 줄기세포 이용 치료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화이트 바이오(White Biotech)는 바이오 에너지와 바이오 공정 등 환경 친화적인 소재를 뜻한다. 그린 바이오(Green Biotech)는 생물체의 기능과 정보를 활용해 각종 유용한 물질을 공업적으로 생산하는 산업으로, 바이오식품, 생물농업 등 미생물 및 식물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능성 소재와 식물종자, 첨가물 등을 만들어내는 것을 일컫는데, CJ제일제당은 미생물 발효를 기반으로 한 그린 바이오 사업에서 전 세계 80여 개국에 완제품을 수출하며 특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바이오 사업의 연간 매출은 2조원을 넘어섰다. 4여년 만에 매출이 2배로 급성장한 수치다. 실적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바이오 사업에 꾸준한 투자가 지속되자 실적 향상이 이어졌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2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에는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라이신(아미노산)’의 공급 과잉으로 글로벌 판가가 하락하면서 성장성과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전체 사료용 아미노산 시장의 다양한 제품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라이신 의존도를 낮추는 ‘정공법’을 택했다. 그 결과 지난 2013년 당시 전체 바이오 사업 매출에서 60%가 넘었던 라이신의 비중은 지난 2017년 말 기준 40%대로 떨어졌고, 상대적으로 고수익 제품군인 트립토판과 핵산 등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외형성장과 수익성 모두 개선됐다.

미생물 발효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그린 바이오 시장은 일반적으로 시장의 유동성이 큰 것이 특징인데, CJ제일제당은 선제적 투자를 바탕으로 폭넓은 포트폴리오와 고도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을 갖춰 여러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건실한 기초체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증권가 전망도 밝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올해 CJ제일제당이 식품 부문에 더해 바이오 부문에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강화를 동시에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가공식품 시장지배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글로벌 시장 기반의 바이오 사업도 제품 판가 상승과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며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매각하면서 1조원 이상의 재원을 확보해 향후 투자를 통한 글로벌 성장 동력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코어 사업부(가공식품 바이오)의 이익 개선이 커지는 만큼 펀더멘탈은 올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유통·미디어 부문 “인수·협업으로 미주 공략”

CJ그룹 내 가장 활발한 글로벌 인수전이 이뤄지는 분야는 물류사업 부문이다. CJ대한통운은 2020년 글로벌 톱5 물류기업 도약을 위해 다양한 국가에서 M&A를 추진하며 CJ그룹의 글로벌 영토 확장의 선봉에 섰다.

CJ대한통운은 5년간 11개의 해외기업을 인수했다. 대표적으로 2013년 중국 로킨로지스틱스 인수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센추리로지스틱스, 인도 다슬, 아랍에미리트(UAE) 이브라콤, 베트남 제마뎁 등을 연이어 인수했다. 지난해부턴 아시아를 넘어 미주까지 글로벌 사업 확장 기세를 뻗쳐나가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8월 미국 내 물류센터 50여개를 보유중인 DSC로지스틱스를 약 2300억원에 인수했다. CJ대한통운은 미국 주요 물류시장으로의 사업 확대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DSC의 지역적, 산업적 강점과 CJ대한통운의 W&D 운영, 컨설팅 역량, 글로벌 수준의 첨단 물류 솔루션을 결합해 사업 역량을 강화하면 해당 분야에서 선두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CJ대한통운은 전 세계 30여개국 120여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전체 매출 중 글로벌 부문 비중은 40%에 육박하며,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가량 증가한 1조568억원, 총이익은 전년대비 24.8% 증가한 940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World Best CJ’를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문화콘텐츠 부문 재편에도 나섰다. 지난 2017년 7월 CJ 오쇼핑과 CJ E&M을 합병해 CJ ENM을 출범시킨 것이다. CJ ENM은 상품기획 역량을 갖춘 CJ 오쇼핑과 콘텐츠 역량을 갖춘 CJ E&M을 결합해 국내 최초의 글로벌 융합 콘텐츠 커머스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CJ ENM은 지난해 5월 베트남 호찌민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동영상 콘텐츠 제작센터를 만드는 등 한류 열풍이 뜨거운 동남아시아 시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미주 지역 문화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CJ ENM은 ‘K라이프 스타일’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영화·드라마·음악 등 프리미엄IP 기반의 제작·유통 역량을 강화해 유력 콘텐츠 사업자로 성장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할리우드 유력 스튜디오인 유니버설, MGM과 함께 현지 영화 자체제작에 돌입했다. e스포츠 중계 및 예능 콘텐츠의 제작 유통을 위한 1000평 규모의 e스포츠 전용 스튜디오도 개관하는 등 전 세계 문화산업의 중심인 미국 시장 공략을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유럽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도도 업계에서 나온다. 최근 슬로베니아 홈쇼핑 업체 ‘스튜디오 모데르나’ 인수가 무산됐지만 이 회장이 글로벌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미디어 사업의 유럽 진출 기회를 또 한 번 모색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재현 “2019년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3일(현지시각) 미국 LA에서 그룹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3일(현지시각) 미국 LA에서 그룹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CJ그룹>

식품회사에서 문화기업으로 그룹을 성장시키며 숨 가쁘게 달려온 이재현 회장은 ‘사업으로 국가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13일(미국 현지시각 기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그룹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그룹의 글로벌 사업 현황과 중장기 전략을 점검했다. 이 날 회의에는 박근희 부회장, 김홍기 CJ주식회사 대표,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 허민회 CJ ENM 대표 등 그룹 주요 경영진 50여명이 참석해 글로벌 도약 의지를 다졌다.

이 회장이 해외 사업장에서 그룹 주요 경영진과 계열사 대표들이 참석한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주재한 것은 지난 2012년 베트남과 중국에 이어 6년만의 일이다. 최근 CJ그룹이 물류기업 DSC로지스틱스 인수에 이어 그룹 M&A 사상 최대 규모로 냉동식품회사 쉬완스를 인수하는 등 미주 사업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진출의 요지인 미주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주요 경영진을 미국에 집결시킨 것이다.

이날 이 회장은 직접 현황 점검에 나섰다. 이 회장은 “식품·바이오·물류·문화 등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글로벌 영토 확장의 무한한 기회가 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지난 2005년 이곳 LA에서 글로벌 도약을 선언한 이후 13년 동안 글로벌 사업은 큰 성과 없이 더디게 성장했다. 바이오·식품·ENM 드라마 등 일부 사업적 성과가 있으나 아직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라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고 목표 대비 부진한 글로벌 성장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이 회장은 ‘절박함’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2019년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중요한 시기로, 절박함을 갖고 특단의 사업구조 혁신 및 실행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며 “CJ의 궁극적 지향점은 글로벌 NO.1 생활문화기업이고 향후 1~2년의 글로벌 성과에 그룹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절박함으로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CJ그룹은 2019년 적극적인 글로벌 영토 확장과 함께 경제 불황에 대비하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초격차 역량 강화를 기반으로 글로벌 사업 확대를 적극 추진하는 동시에, 불황과 장기저성장에 대비해 상시적 구조 혁신을 통해 체질 강화 및 수익성 제고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이 회장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포트폴리오 강화가 올해 빛을 볼 것으로 예측한다. 지난해 CJ그룹의 주가는 31% 하락하며 대형 지주회사 중 낙폭이 가장 컸지만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과 CJ ENM은 오히려 주가가 상승하는 등 지속적인 외형성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현재 CJ그룹이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과도기적 상황이기 때문에 재편 이후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측면의 매력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CJ그룹은 M&A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그룹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며 “이재현 회장 복귀 이후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그룹 포트폴리오가 강력해지고 있으며 2019년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차츰 확인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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