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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공기업 '위험의 외주화', 문재인 1호 공약을 비웃다
발전공기업 '위험의 외주화', 문재인 1호 공약을 비웃다
  • 조혜승 기자
  • 승인 2018.12.26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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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외주인력 올해까지 매년 증가...35개 공기업 소속외인력 40% 달해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 분향소가 설치된 대구 중구 동인동 한일극장 앞에서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조혜승 기자]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근로자 김용균 씨가 사망하면서 '위험의 외주화'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전력 산하 6개 발전 공기업이 최근 5년간 내부 채용보다 파견 등 외주 인력을 더 빨리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 공기업들이 경영 효율화 등을 내세워 위험 업무를 하청 노동자에게 맡기는 외주화가 이번 근로자 사망원인이란 분석이다.

2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전체 35개 공기업의 임직원 수는 13만7851명으로 집계됐다. 그 중 35개 공기업에서 일하는 파견·용역으로 일하는 근로자는 5만6001명으로 공기업 임직원 대비 40%에 달했다. 공기업 직원 3명 중 1명 넘는 사람이 외주 인력인 셈이다.

35개 공기업 임직원 대비 늘어나는 소속외인력

<자료=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12월 26일 현재, 단위: %>

임직원 대비 외주인력(소속외 인력) 비율은 2013년 32.8%, 2014년 36.7%, 2015년 37.6%, 2016년 38.9%, 2017년 40.5%, 2018년 40.6%로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인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외주인력 비율 상승세는 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수력원자력·한국중부발전 등 6개 발전공기업이 견인하고 있다. 2013~2018년 5년간 임직원 대비 외부인력 비율이 상승한 곳은 전체 35개 공기업 중 3분의 1인 12개로 여기에 6개 발전공기업이 모두 포함됐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53.7%)과 한국남동발전((48.4%)은 지난해 외주인력 수가 전체 임직원 중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이들 공기업은 외환위기 이후부터 탈황, 운전설비 운용, 정비 등 업무를 한전산업개발, 한전KPS 등에 외주를 주고 있다. 인건비 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주요 업무와 안전에 대한 책임까지 외부 업체에 떠넘기고 있다.  안전에 대한 투자를 비용으로 인식, 최소한 안전장치마저 소홀히 한 결과가 이번 김용균 씨 사망 사고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발전공기업 정규직화가 더딘 까닭은?

평균 20년 근속연수에 평균 연봉 8000만원을 받아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발전공기업 이면엔 불편한 진실이 있다. 발전공기업이 비정규직 가운데서도 간접 고용 비중이 높은 가장 큰 이유로 전문가들은 원·하청 구조, 주무부처의 소극적 태도와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을 꼽는다.

먼저 원청이 산재 책임을 피하기 위해 위험한 업무를 외주하 하는 원하청 구조로 하청 노동자는 산업재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원청이 하청 업체에 경영 효율을 극대화 하기 위해 산재 부담이 큰 위험 업무를 떠넘기는 쉬운 선택을 하는 게 관행이 됐다. 하청 업체는 설비투자 능력이 부족해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만들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하청업체는 노무 관리 수준도 낮아 안전보건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

특히 위험 업무의 경우 원청업체는 노동자 산재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있어 외주화를 선호한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위험 업무를 본사 정규직이 맡지 않아 갈등을 겪을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전문가들은 발전공기업들이 정규직화를 미적거리는 이유로 주무부처의 소극적인 태도를 꼽는다. 유승재 한국서부발전노동조합 위원장은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이 화두지만 발전 공기업은 폐기되는 발전소가 늘어날 때를 대비해 인력을 늘릴 수 없다는 것이 정부 논리”라고 말했다.

정홍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발전 부문을 정부 정책으로 민영화나 외주화를 했다가 다시 정규직화 하면서 인소싱하려면 기관 간 충돌이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는 발전공기업 노사가 결정하라고 하고 발전공기업은 우리가 결정한 것이 없다고 서로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도 외주 인력 증가에 한몫한다.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매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공공기관의 당해 연도 실적과 임금 인상률, 산업 평균 임금 등을 골고루 살펴보고 다음해 인건비를 정하는데 규정을 지키지 않는 공공기관의 경우 이듬해 경영평가에서 나쁜 등급을 받는다.

그런데 인건비 산정 대상에서 용역, 파견, 하도급 등 간접 고용 근로자 인건비는 제외된다. 간접고용 근로자 인건비는 외주 용역비, 즉 사업비로 분류된다. 때문에 본사는 비정규직을 뽑지 않고 습관적으로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를 채용한다.

간접 고용된 근로자는 인건비 산정에 이어 정규직 전환 대상 비정규직 근로자에서도 제외된다. 공기업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와 달리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는 아무리 숫자를 늘려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평가 부담을 덜면서 관리와 감독 책임에서 자유로운 탓에 비용을 줄이는 수법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숨진 노동자 있는 서부발전, 무재해 사업장 인증 받기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노조)는 지난 12일 김용균 씨 사망 사고 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안전 차원에서 2인 1조 근무 규정을 준수해달라고 발전소 측에 요청했지만 비용 절감 등 이유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조는 2010년부터 이달까지 지난 8년 동안 외주업체 노동자 12명이 추락과 매몰, 쇠망치에 맞는 등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에 따르면, 2012~2016년 5년간 346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는데 그 중 337건(97%)이 하청 노동자 업무에서 발생했다. 또 태안발전소 운영사인 서부발전 등 5개 발전사에서 산재로 숨진 40명 중 90%가 넘는 37명이 하청 노동자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실제로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계약근로자 김용균 씨는 지난 11일 새벽 3시쯤 충남 태안군 원북면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9,10호기 발전소에서 석탄 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졌다. 이 발전소에서만 12번째 죽음이다. 2인 1조로 근무해야 하는 업무에도 혼자 근무하다가 사건이 발생한 지 5시간 만에 그의 시신이 발견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입사한 지 3개월 된 그는 현장에서 석탄을 나르는 벨트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일을 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화력 발전소 운전원들은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 구석에 낀 석탄 찌꺼기 등을 제거하는 일을 맡는데 근무 인원은 단 1명이다. 벨트에 끼이는 위험한 상황에도 도와주거나 벨트 가동을 멈춰 줄 동료가 없는 것이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한국서부발전은 정부로부터 3년째 무재해 사업장으로 인증받고 5년간 산재 보험료를 20억원 넘게 감면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부발전은 무재해 포상금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477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발전소에서 숨진 노동자가 있음에도 서부발전이 무재해 인증이 가능한 것은 숨진 노동자 모두 하청업체 직원으로 재해 기록에 남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노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 23일 고 김용균 씨에 대한 살인방조 등 혐의로 태안화력발전소 운영사인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사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서부발전은 비용 3억원이 든다는 이유로 28차례 설비 개선 요구를 묵살했고 결국 김씨의 죽음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서부발전 홈페이지>

이에 대해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은 지난 16일 사과문을 내고 고 김영균님의 영전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 협조와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서부발전 측은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성실히 임하겠으며 조사 결과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다고도 했다. 아울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노동을 존중하는 정부의 방침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모든 사업장이 가장 안전한 현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환골탈퇴의 자세로 매진할 것”이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정부 방침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7월까지 산업 현장에서 중대재해로 사망한 하청 노동자는 1426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한 명꼴로 하청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한다는 얘기다. 최근 6년간 3명 이상 사망한 재해 중 하청노동자가 85%를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 2016년 구의역 김군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다가 재계의 반발로 중단된 상태다. 이 법안은 위험 업무의 도급을 금지하고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용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는 내용이지만 국회에서 통과가 되지 않은 채 논란만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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