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1-21 12:13 (목)
발전 공기업 6곳 '적자 경고등'...탈원전 정책 후유증?
발전 공기업 6곳 '적자 경고등'...탈원전 정책 후유증?
  • 조혜승 기자
  • 승인 2018.12.18 1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수원, 올해 1조원 순손실 예상...산업부 "에너지 전환 정책과 무관"
지난해 6월 영구정지된 고리1호기.<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조혜승 기자]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 공기업 여섯 곳이 정부가 추진 중인 탈원전 정책 여파로 수익이 급감, 올해 적자로 전환될 전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적자 전환은 10년 만이다. 2015년부터 매년 2조원대 순익을 냈던 한수원은 올해 1조원 순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발전 공기업들의 실적악화에 따라 대규모 구조조정 및 인력감축에 나서거나 향후 전기요금을 인상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일의 원  운영사인 한수원은 올해 1조원 가량 순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된다. 김대중 정부가 진행한 ‘전력산업 구조개편 계획’에 따라 한국전력공사에서 2001년 4월 분리된 한수원은 2015~2016년 2년 연속 순이익 2조5000억원을 기록했지만 탈원전 정책이 본격 추진된 지난해 순이익이 8616억원으로 급갑했다가, 올해 적자 전환을 앞둔 처지가 됐다. 한수원은 원자력 발전소 준공 연기와 늘어난 정비 일수 등으로 올해부터 4년간 연평균 7000억원대의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발전 공기업 경영수지 현황.<자료=알리오, 단위: 백만원, %, 연결기준> 

지난해 1000~2000억원 순이익을 남겼던 한국남동·남부·서부·중부 등 다른 발전 공기업도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예컨대 남동발전은 지난 8월 올해 207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적 부진으로 이달 중 예산 계획을 다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동발전은 순이익이 2016년 4800억원, 지난해 1757억원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이들 발전소들은 한국전력이 전기를 사올 때 지불하는 도매가격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이 가격이 상승하면 한전 역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전이 구입할 발전 원료 중 가장 싼 게 원자력이기 때문이다. 원자력 원료는 풍력, LNG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의 3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본격 추진된 탈원전 정책으로 안전 점검 강화 등을 끝내지 못한 24기 원전 중 8기가 계획 예방 정비에 들어가 가동이 중단됐다. 2022년까지 운영할 수 있었던 월성 1호기는 지난 6월 폐쇄됐다. 원전 이용률이 지난 2016년까지 평균 80~90%였다가 지난해 71%, 올 상반기 50%대까지 떨어진 게 한전과 발전 공기업들의 재무구조 악화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쉽게 말해 원전 이용률을 낮춘 만큼 액화천연가스와 신재생 에너지 생산 비중이 늘면서 평균 발전단가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자료=한국전력, 단위=kWh당>

한국전력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기준 한전이 구입한 원자력 단가는 kWh당 평균 60.85원으로 LNG(118.07원), 신재생(173.38원)에 비해 훨씬 싸다. 한전은 정부 방침에 따라 단가가 싼 원자력 대신 LNG, 신재생 구입을 대폭 늘렸다. 한전의 같은 기간 원자력 구입비는 6조309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1% 줄었지만 LNG와 신재생 구입비는 같은 기간 각각 37.0%, 85.2% 늘어났다. 최근에는 석탄화력 발전소에서 가장 많은 원가를 차지한 유연탄 수입가격이 2년 만에 60% 이상 올라 화력발전용 연료비 단가가 사상 최대로 상승했다.

600~700억원에 달하는 RPS 의무이행비용도 발전사 실적 부진 요인

RPS 이행비용도 발전사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 제도는 500MW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사업자가 총 발전량에서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하는 규정이다. 지난해 4%수준이었던 RPS 비중이 매년 1%씩 늘어 2023년에는 10%까지 올라간다.

실제로 서부발전은 지난해 RPS 최종정산 과정에서 의무이행 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발생, 매출원가가 높아지면서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발전사가 의무이행 비율을 채우지 못하면 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구입해 이행량을 채워야 하는데 비용이 600~700억원에 달해 재무구조 악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산업부 “다수 원전 가동 중지, 이번 정부서 처음 있었던 일 아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이용률이 낮아져 우량했던 발전 공기업이 올해 대규모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18일 산업부가 낸 해명자료에 따르면, 발전 공기업의 올해 실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내년 3월경 확정·공시 예정이며 원전 이용률이 낮아진 것은 지난 정부 시기인 2016년 6월 이후 격납건물철판(CLP) 부식(9기), 콘크리트 공극(12기) 등 과거 부실 시공에 따른 보정 조치가 시작되면서 원전 정비일수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에너지전환 정책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6년 6월 한빛2호기에서 격납철판 부식이 발견돼 원전 전체(격납철판 총 19기, 콘크리트 25기)에 대한 확대점검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원자로를 둘러싼 격납건물 철판과 콘크리트는 원자로 용기 용융 등 중대사고 발생시 방사선 누출을 막아주는 설비로, 부식이나 공극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방사선 누출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한수원이 원전 정비 등을 위해 가동을 중지했다는 게 산업부 측 설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운영 시 안전이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만큼 정비 등으로 원전이 가동 중지되는 것은 자주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다수 원전이 가동 중지된 사례는 이번 정부에서 처음 있었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전납품비리 사건이 있었던 2013년 6월 위조 관련 안전등급 케이블 교체 등으로 총 23기의 원전 중 최대 10기(약43%)가 가동 중지된 적이 있으며 2016년 6월부터 시작된 격납건물 철판 점검, 경주 지진 등으로 총 24기의 원전 중 최대 11기(46%)가 가동 중지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에너지 전환 정책은 60년 이상 걸쳐 이행되는 장기계획으로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 가동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60여년에 걸쳐 자연 감소시키는 것”이라며 “2023년까지 추가 5기 신규원전(신고리4·신한울1·신한울2·신고리5·신고리6)이 준공·운영될 예정으로 현재 수명연장 중단 등 전환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18일 원전산업회에 따르면, 국내 원전 관련 전문 기업은 대기업 17개, 중견기업 22개, 중소기업 199개로 파악되고 있다. 그 중 원전 관련 부품과 기타 부품을 함께 생산하는 기업까지 포함할 경우 중소·중견기업 수는 1000개에 이른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