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잃은' 한전, 단지 탈원전 때문 뿐인가?
'날개 잃은' 한전, 단지 탈원전 때문 뿐인가?
  • 조혜승 기자
  • 승인 2018.12.07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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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사이 순이익 급감...주가도 계속 저공비행중

 

한국전력 나주본사 전경.<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조혜승 기자] 한국전력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맞물리며 올해 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주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에너지 관련주들 중 가장 큰 시총규모로 인지도가 단연 높은 종목이지만 최근 지속된 주가 하락으로 에너지 대장주 자리를 내놔야 할 형편이다. 이 바람에 한전 시가총액은 올해 초 24조2000억원에서 7일 기준 19조9330억원으로 떨어져 1년 만에 5조4260억원이 증발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전력은 전 거래일 대비 0.81%(250원) 상승한 3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2016년 초 유가증권시장 2위(32조982억원)를 기록했던 한전 시총은 지난해 초 5위(28조1822억원), 올해 초 12위(24조2341억원), 지난 8월 15위(19조4836억원)로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 6일 시총 순위가 12위까지 떨어졌다가 7일 현재 10위를 기록 중이다.

한전 주가가 탈원전 정책 여파로 수익이 줄어든데다 최근 영국 원전 건설 우선협상권 박탈, UAE 바라카 등 유리했던 해외 원전 우선협상자 지위를 잃으면서 좀처럼 반등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주가가 소폭 상승했다해도 지난해 12월 28일 기준과 비교하면 19.4% 하락했고 동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16.2%)보다 3.2%p가 더 떨어진 수치다. 또 주가가 주당순자산의 몇 배인지 알려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은 7일 현재 0.28배에 그쳤다.

다만 전문가들은 내년엔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전의 주요 실적 결정 요인은 전기요금, 유가와 석탄가격, 원전 가동률, 환율 등이다. 석탄가, 유가 등 급락과 원전 가동률 회복에 기인해 내년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 한전이 매출 60조원9400억원, 영업이익은 2조673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어 점진적인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원인1=연중 주가 하락에 실적 부진 겹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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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유진투자증권>

 

한전이 투자자들 사이에 관심을 끄는 이유는 단순히 시가총액만이 아니다. 대표적 공기업으로서 적자가 발생하거나 부정적 이슈가 나오면 전기요금 인상 등 국민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 3만8000원대를 기록했던 한전 주가는 김종갑 사장이 올해 4월 취임할 당시 3만4500원에서 지난 10월 2만4950원까지 떨어져 5년 만에 최저 수준을 찍기도 했다. 결국 ‘비상경영’을 선언한 김 사장의 책임론마저 불거져 나오는 형국이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와 자회사 한수원 사이에서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감에서 김종갑 사장을 향해 “흑자나던 기업이 적자가 나면 대책을 내놔라. 일반 회사 같으면 다음 주주총회때 그 자리(사장)에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전 사장이 정부에 건의할 건 하지 않고 저렴한 원전은 안 돌리고 화력발전 구매비용만 3조원이 들어 전력구입비만 늘었다는 것이 정 의원의 주장이다.

실제로 한전이 4분기 연속 적자는 면했지만 매출 성수기가 아니어서 연간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금감원 전자 공시된 한전 3분기 영업실적에 따르면, 올해 7~9월 매출액이 16조409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221억원이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1조3952억원)과 당기순이익(7372억원)이 작년 3분기(영업이익 2조7729억원, 순이익 1조5292억원)보다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작년 3분기 대비 연료비가 1조213억원, 전력구입비가 9068억원 모두 증가해서다.

자세히 보면 올해 1~3분기(연결기준) 영업이익이 5805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은 4318억원으로 적자다. 통상 매년 3분기는 판매단가와 판매량이 높은 시기라 이번 실적만으로 한전이 실적 개선을 이뤘다고 볼 수도 없다. 매년 3분기는 계시별 요금제(계절과 시간에 따른 다른 요금 적용)로 연중 수익이 가장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김종갑 사장이 취임 후 밝힌 비상경영을 유지하며 한전과 발전자회사 공동으로 올 연말까지 2조5000억원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발전자회사 6개사도 1조4000억원을 아낀다는 계획이다.

한전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한전 적자가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 여파로 한전 실적이 부진하다는 시각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유가 등 연료비 인상과 원자력발전소 점검 및 정비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반박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의 경영부진은 과거 정부가 부실시공한 원전이 격납건물 철판부식, 콘크리트 공극 등 부실 시공을 정비하면서 정비일수가 증가한 데 주된 요인이 있다”며 “에너지 전환 정책은 60년에 걸친 장기계획으로 2023년까지 추가로 5기 신규 원전을 준공·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전환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도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원인 2=‘비상경영’ 선포한 김종갑 사장의 "방만 경영" 질타

지난 4월 취임해 비상경영을 선언한 김종갑 한전 사장.<뉴시스>

일각에선 한전의 방만한 경영이 실적을 갉아먹는 원인이란 의견이 제기됐다.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한전이 공사비 증액 뇌물 향응, 전기료 누락 등 방만경영으로 새는 돈만 막아도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바다.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전이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발주한 공사 3만122건(계약금 12조2760억원) 중 8726건에 대해 설계변경 등 이유를 들어 추가 공사비 3조8582억원을 지급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는 올해 상반기 적자액수인 1조1690억원의 3배에 달한다.

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감에서 한전 산하 공기업 남동발전이 민간업체와 2억원 공사 계약을 했다가 설계변경으로 15억원으로 증액해 수령한 것으로 밝혔다. 남동발전이 지난 2015년 1월 ‘사옥 및 사택 토건시설물 유지보수 공사’를 H업체와 2억9200억원에 계약했는데 2016년 6월 ‘공간안전인증 취득’ 등 설계를 변경하며 15억7800만원으로 부풀렸다고 위 의원은 지적했다.

국가계약법상 건설공사인 경우 2억원 이상은 경쟁 입찰을 법적 규정상 해야 하는데 한전이 최근 5년간 설계변경 이유로 특정 업체에 수십원억을 몰아주는 방법을 자회사들도 구사했다는 것이다.

위성곤 의원은 “설계 변경해서 사업비를 대폭 늘린 것은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특혜로 보인다”며 “발전사 예산 낭비는 발전원가에 포함돼 국민이 부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뿐만이 아니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전이 전기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2014년부터 올해 9월까지 무단 사용된 전기가 3만2599건으로 1167억원 전기요금이 새 나갔으며 국민이 샌 비용을 메꾸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또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한전 임직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 중 가장 많은 뇌물 및 향응을 받은 것으로 적발됐다. 지난 5년간 뇌물, 향응수수로 적발된 산업부 산하 공기업 임직원 234명 중 94명이 한전 직원으로 드러났다. 총 금액 9억8100만원으로 적발된 전체 1409건 중 562(40%)건으로 공기업 중 압도적이다. 그 다음이 한전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차지했다.

여기에 출장비도 산업부 산하 공기업 중 가장 많이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한전이 허위 출장 및 횡령으로 1억2645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국감에서 드러난 바 있다.

내년엔 반등할까?

전문가들은 내년 한전이 국제유가 하락, 원전이용률 상승, ESS송전제약 해소 및 구입전력비 절감 등으로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유가가 평균 배럴당 70$에서 65$로 하락하고 LNG 투입단가도 톤당 68.3만원에서 63만으로 떨어져 올해 평균 74만9만원보다 내년 26%가 하락”한다며 “유가와 LNG 가격이 떨어짐에 따라 한전이 연료비와 구입전력비에서 각각 3500억원, 1조4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정격용량 대비 어느 정도 출력으로 원전이 운전하느냐가 변수지만 내년 원전 가동률이 90% 이상”이라며 “원전 이용률을 높이고 준공단계인 3기의 신규원전 가동 시점을 늦추지 않을 듯하다”고 했다. 현재 가동이 중단된 발전기 6기 중 4기가 한빛원전인데 격납고 부식, 천공 등이 발견돼 정비된 발전소 중 이제 한빛 원전만 남았기 때문에 원전 안정성 점검이 마무리돼 실적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 급락은 미국 원유 생산 증가와 트럼프 대통령 정치력까지 더해진 결과로 내년 유가는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두바이유가 기준 내년 평균 유가를 기존 71달러·배럴에서 65달러·배럴로 하양되고 글로벌 석탄가격도 중국 자국 내 생산활동 규제 완화 및 수입 제한조치 강화를 고려하면 하향 안정화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에저니 원료 가격 하락은 한전 영업이익을 높일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자료=한수원, 유진투자증권>
<자료=한수원, 유진투자증권>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한전의 가스발전소에 투입되는 연료비와 민자발전사로부터 구입하는 전력 구입비가 감소할 것”이라며 “국제유가 1달러 당 연간 1140억원 비용절감이, LNG 개별소비세 인하(68.8원/kg)로 연간 6000억원 원가하락이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원전이용률이 상승해 원전 가동률 1%당 전력구입량 1.7%가 감소하고 연간 2032억원 영업이익이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작년 11월 당시 올해 예상 원전이용률이 80%였고 현재 67%임을 고려하면 내년 원전이용률은 보수적으로 80%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같은 추정치로 계산하면 내년 원전이용률이 한수원 정비 기준 9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 “ESS(에너지 저장 장치) 송전제약(병목현상) 해소와 구입전력비 절감으로 연간 최대 1131억원을 아낄 수 있다”고 했다. ESS로 운전방식 변경만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황 연구원은 “내년 한전 매출액은 62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2조9000억원, 당기순이익은 7817억원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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