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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회장 퇴임 선언과 검찰의 칼날, 그 절묘한 타이밍
이웅열 회장 퇴임 선언과 검찰의 칼날, 그 절묘한 타이밍
  • 조혜승 기자
  • 승인 2018.12.05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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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측" 이 회장 퇴임 3년 전부터 고민...검찰 조사와 무관"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퇴임 의사를 밝히고 있다.<코오롱>

[인사이트코리아=조혜승 기자] “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창업의 길을 가겠다. 불현 듯 내가 바로 걸림돌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다. 내가 스스로 비켜야 진정으로 변화가 일어나겠구나 생각했다.” (지난달 28일 코오롱 임직원 행사에서 이웅열 회장이 한 말)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갑자기 창업하기 위해 내년부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뒤 곧바로 검찰이 이 회장을 상속세 탈루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계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검찰 수사가 이 회장의 퇴임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닌지 여러가지 설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에 앞서 미리 퇴임한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회장직을 유지한 채 조사를 받을 경우 그룹에 미치는 영향일 클 것이란 판단에 따라 선수를 쳤다는 것이다.

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사범죄조사부(부장검사 최호영)는 최근 국세청이 코오롱그룹 세무조사 이후 고발한 이 회장에 대해 조세범처벌법상 상속세 등 조세포탈 협의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국세청이 원래 한 회사였던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09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두 회사로 분할되자 국세청이 당초 예정된 세무조사 기간보다 3개월 연장해 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자료를 확보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국세청이 이 회장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당시 진행하다 중단된 수사를 본격 재개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코오롱그룹 조세포탈 혐의 수사를 시작했다”고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참고인 조사를 한 뒤 조세포탈 등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내렸는지 추궁하기 위해 이 회장을 조만간 소환할 계획이다. 결국 ‘청년 창업가‘ 이웅열 회장이 말한 아름다운 퇴진은 어렵게 됐다.

검찰이 조사 중인 이 회장의 혐의는 3가지다.

혐의1=상속세 탈루의혹

이 회장의 선친인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지난 2014년 11월 타계하면서 이 회장 등 자녀들이 재산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나온 상속세 탈루 의혹이다. 이 명예회장은 코오롱 주식 101만3360주(지분율 8.4%) 중 40만550주(3.3%)를 이 회장과 다섯 자녀에게 각각 12만2562주(1.02%)씩 물려줬는데 그 과정에서 국세청은 상속세를 제대로 신고납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주식 가치는 시가로 240억원으로 이 회장이 상속받은 주식만 95억원에 달한다. 국세청은 상속세 탈루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국세청으로부터 법인세 등 탈루액 742억9000여만원의 추징금을 부여받았다. 이에 코오롱은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고 지난 4월 추징금을 125억6000만원으로 줄였다. 조세심판원은 코오롱인더의 계열사 지분 재매각에 따른 처분손실의 손금산입 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따라서 검찰은 세금 탈루와 관련될 경우 이웅열 회장과 자녀들, 친인척까지 조사대상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혐의2=미국 듀폰사에 특허소송비 2조원 배상액과 관련한 회계 처리

국세청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자체 개발한 최첨단 섬유 ‘아라미드’를 둘러싸고 6년째 끌어온 미국 화학기업 듀폰사와 특허 소송을 벌이다 패소했는데 툭허소송비 관련 회계 처리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이 6년간 법정 공방을 벌이다 2015년 5월 듀폰에 2860억원 배상금 지급과 검찰에 8500만 달러(약 910억원)를 내는 조건으로 아라미드 섬유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종결지은 사건이다. 듀폰은 2009년 미국 버지니아주법원에 아라미드 섬유 제조 및 영업비밀 149건을 침해당했다고 코오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국세청은 이 합의금과 벌금을 회계처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검찰에 자료를 건넸다.

이에 대해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회계처리는 문제 없다고 결론나왔다"고 말했다.

혐의3=코오롱인더, 계열사 지분 재매각 과정서 발생한 처분손실 회계 처리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계열사 지분 재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처분손실의 손금산입 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코오롱인더는 2010년 지주사 코오롱에서 분할되면서 계열사 지분을 취득했다가 되팔았는데 이때 손실을 손금으로 처리했다. 국세청은 손금불산으로 봐야 한다며 600억원 법인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서 코오롱인더 회계처리는 주요 수사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의 전언이다. 지난 4월 조세심판원이 코오롱인더의 회계 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수사가 검찰이 박근혜 정부 시절 시작한 기획 수사를 다시 시작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코오롱 측은 “이웅열 회장 퇴임과 검찰 조사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퇴임은 이 회장이 3년 전부터 고민했던 일”이라며 “검찰 조사와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았지만 사실 무근”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코오롱을 겨냥한 검찰의 기획 수사가 아니냐는 물음에 이 관계자는 “회사 세무조사와 관련해선 파악해봐야겠지만 회장 개인에 관한 검찰 조사는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 검찰 조사 결과 따라 그룹에 미치는 영향 클 듯

이웅열 회장은 현재 등기임원으로 지주사 코오롱을 비롯해 상장사 코오롱인더·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글로벌과 비상장사 코오롱글로텍·코오롱베니트 등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이 회장은 코오롱 주식을 절반 가량 갖고 있다.

이 회장이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그가 갖고 있는 지분을 매각할지 여부는 다음 문제다. 하지만 이번 검찰 수사가 오너 개인 문제라고 회사 측이 주장해도 개인 문제로 치부할 수 만은  없다. 이 회장이 그룹의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계열사 등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주주와 투자자들은 이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로 기업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검찰이 이웅열 회장의 상속세 탈세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에 코오롱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5일 코오롱은 5일 전 거래일보다 3.94% 하락한 3만4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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